'초음파 검사' 반려견 4만 3334원 VS 사람 4만 1806원
'X-선 촬영' 사람 비해 5배 높아…수술비 OECD 최저 수준
한국소비자연맹(회장 강정화)은 최근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과 대전·대구·부산 등 광역시에 있는 동물병원 289곳을 대상으로 5㎏ 미만 소형견의 진료비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X-ray 촬영비(디지털)는 평균 2만 5579원으로 사람(복부 5214원, 병원급 기준)에 비해 5배 이상 높았다.
복부초음파도 반려견은 4만 4443원인데 비해 사람(소장·대장)은 4만 1806원으로 낮은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연맹에 따르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동물 진료비는 4년전인 2009년과 비교해 재진료와 일부 약품비를 제외한 18개 항목 가운데 16개 항목이 최저 9.0%(재진료)에서 최고 113.2%(복부초음파)까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이 오른 복부초음파검사는 2009년 평균 2만 321원에서 2013년 4만 3334원으로 약 2배 가량 인상됐으며, 파보바이러스 검사비는 3만 1425원에서 4만 2000원으로 33.7%, X-ray는 2만 210원에서 2만 5079원으로 24.1%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
예방접종 비용도 같은 기간 광견병 8.7%, 코로나장염 29.4%, 켄넬코프 33.3% 인상됐다. 이 기간동안 호텔비는 1일 기준 1만 1826원에서 1만 9651원으로 66.2%, 입원비는 2만 8680원에서 3만 7585원으로 31.0%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반혈액검사는 최소 1만원에서 최대 13만원까지 받고 있었으며, X-ray 촬영비(디지털)는 8000원∼18만원, 제왕절개는 20만원∼115만원, 전신호흡마취는 1만 4000원∼21만원, 입원비는 1만원∼10만원 등 다양했다.
전체적인 애완견 관리비용은 1년에 평균 66만 5000원 정도를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애완견 관리비용 가운데 사료가 25만 3300원(38.1%)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의료비용 19만 3600원(29.1%), 이미용비 11만 2100원(16.9%)·용품비 10만 6500원(16.0%)이 뒤를 이었다.
진료비를 게시하고 있는 동물병원은 조사대상의 20% 미만이었다.
고성희 소비자연맹 부장은 "동물병원의 평균적인 가격을 소비자에게 제공해 적정 여부를 판단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동물 진료비를 조사하게 됐다"면서 "같은 검사라도 고가의 검사장비를 설치한 동물병원과 그렇지 않은 병원 간에 가격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물병원 관계자는 "수의사의 실력과 경험은 물론 검사장비의 수준과 병원이 위치하고 있는 지역·인건비·재료대 등에 따라 진료비 편차가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원가의 75% 수준...사람 수가 OECD 최하위
사람 진료비가 동물 진료비 보다 낮다는 조사결과에 대해 의료계는 "정부가 의료보험제도를 도입하면서 관행수가의 45% 수준에서 진료비를 결정했기 때문"이라며 "의료보험제도가 출범할 때 낮게 정한 수가가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산하기관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내놓은 보고서에서도 수가가 원가의 75% 수준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한국의 수가가 얼마나 낮은지는 외국수가와의 비교 연구에서 입증되고 있다.
이창우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이해종 연세대 보건행정학과·박소정 가톨릭대 보건대학원) 등이 대한의사협회지 2013년 6월호에 발표한 '충수절제술, 수정체 소절개, 제왕절개술 의료수가 수준에 대한 OECD 국가 비교 연구' 논문에 따르면 OECD 9개 국가 가운데 한국이 가장 낮은 진료비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충수절제술은 한국이 1769달러로 스페인(3601달러)에 비해 2배, 캐나다(6577달러)에 비해 3.7배, 미국(1만 8460달러)에 비해 10.4배 낮은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수정체 소절개술과 충수절제술 역시 조사대상국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급여부분의 수가가 낮다보니 진료량과 검사를 늘리고, 비급여 가격을 비롯한 다른 부분에서 손실을 보전하기 위한 진료왜곡이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노환규 대한의사협회장은 12월 회원들에게 보낸 서신문을 통해 "15일 전국 규모의 집회는 단순히 원격의료, 영리병원을 반대하는 시위가 아니라 36년간 지속된 잘못된 건강보험제도를 바꾸기 위한 투쟁"이라며 "정부가 싸구려 진료를 강요하고, 의사는 양심을 속여가며 환자로부터 추가적인 돈을 받아내야만 병원이 유지되는 기형적인 제도를 바꾸려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의료계는 "급여 수가를 계속 낮게 정하다 보니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낮은 수술비를 기록하게 됐고, 동물진료비보다 낮은 상황까지 내몰리게 됐다"며 "진료를 왜곡시키지 않도록 조속히 수가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