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깨고 검찰 기소, 약사회 법·도덕적 비난 직면
국민 2천명 민사소송도 약학정보원 패소 가능성 커
처방전에 입력된 환자의 처방정보를 불법수집해 다국적기업에 돈을 받고 팔았다는 혐의로 조사를 받던 약학정보원이 28일 기소되면서 약학정보원 처방정보 유출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압수수색 이후 7개월여가 지나도록 검찰이 약학정보원을 기소하지 않자 일부 약사회 관계자들은 불기소처분이 내려질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검찰이 전 약학정보원장 등을 기소하면서 처방정보 유출행위는 유죄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약학정보원 유죄판결을 받을 경우 대한약사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질 전망이다. 대한약사회는 재단법인 약학정보원을 설립해 약사와 약국을 방문한 환자, 처방전을 작성한 의사 등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정보를 불법수집해 민간기업에 돈을 받고 팔았다는 법적·도덕적 비난에 직면하게 됐다.
당초 약사회 관계자들은 기소가 되더라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 적용될 것으로 예상해 대응준비를 했지만 검찰은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를 적용해 기소했다.
지연화 변호사(의협 법무지원팀)는 정보통신망법 등을 적용한 이유에 대해 "'PM2000'이란 특정 약국 프로그램 서비스 이용자의 권익이 침해된 사건이고 민간업체에 데이터를 팔아 영리행위를 했다는 점에서 정보통신망법이 더 적절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정보보호법 보다 정보통신망법의 경우 서비스 제공자의 정보보호 의무가 더 커 검찰이 기소에 적절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검찰이 약학정보원 김 전 원장의 기소를 결정하면서 약학정보원 관련 처방정보 수집행위가 불법으로 판정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대법원이 발표한 2013년 연감을 보면 검찰이 기소한 사건 가운데 1심에서 23.49%만이 무죄판결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까지 무죄판결율은 5%에 불과했지만 최근 도로교통법과 관련한 무죄판결률이 높아지면서 무죄판결률이 급격히 올라갔다. 약학정보원 사건이 도로교통법 관련 사건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무죄판결을 받을 가능성은 5% 내외로 줄어든다.
물론 개별사건을 전체 판결률로 예단할 수는 없지만 검찰이 조사 7개월만에 전격기소를 결정하면서 약학정보원의 유죄판결 가능성은 커졌다고 보는 것이 대체적인 전망이다.
검찰의 기소결정으로 올 1월 단체 민사소송을 이끈 대한의사협회 의료정보보호 특별위원회도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됐다. 의협 특별위는 의사 1201명을 포함한 2102명의 공동 소송단을 꾸려 대한약사회와 산하 재단법인 약학정보원 등을 상대로 위자료 청구소송에 들어간 상태다.
지연화 변호사는 "형사소송에서 약학정보원이 유죄판결을 받을 경우 민사소송에서도 배상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 진다"고 말해 이번 기소가 민사소송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 기소결정으로 대한약사회도 난감한 상황에 빠질 전망이다. 형사소송에서 패소하고 연이어 민사소송에서도 배상판결을 받을 경우 약사회는 불법적으로 민감한 환자 처방정보를 수집했다는 법적 처벌과 도덕적 비난에 직면하는 것은 물론, 배상으로만 수십억원을 물어야 할 처지에 놓인다.
현재 민사소송 중인 배상액은 54억원으로 약사회 한해 예산 50여억원에 육박한다. 민사소송에서 약사회가 패소할 경우 추가 소송도 이어질 수 있어 배상규모가 커질 가능성도 있다.
약학정보원 관련 불똥은 조찬휘 현 약사회장에게도 튈 가능성도 있다. 약학정보원이 형사재판에서 패소할 경우 대한약사회가 약학정보원을 설립해 처방정보를 조직적으로 빼돌린 꼴이 돼 섣부른 집행부의 행보에 대해 약사 회원들의 비난이 있을 수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