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최소 근무인력 확보해야 초기 진화·신속 대피 가능
적정수가·간병인 급여화 필요…'병원 현장'에 해법 있어
세월호 참사와 더불어 지난 5월 발생한 장성요양병원 화재사건은 국민에게 안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할 수 있게 된 계기가 됐다.
실제 요양병원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너무나 충격적이고,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 않는 사건이었다.
치매환자의 방화로 인한 화재는 6분여 만에 꺼졌지만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언론들은 야간 최소인력 근무·스프링클러 미설치를 비롯해 치매어르신들이 흉기로 사용할 염려로 소화기를 고정시켰고, 환자들의 신체 구속, 보건소의 안전진단 소홀, 치매 환자 강제입원 등 여러 가지 원인을 거론했다.
세월호 참사와 장성요양병원의 화재사건으로 인해 안전 대한 문제가 화두가 되면서 요양병원의 당직의료인 문제가 화재사고의 주원인으로 부각됐으며, 당직의료인 기준에 대해 논란이 되고 있다.
언론을 통해 계속 부각된 이슈로 인해 화재 등 안전사고와 당직의료인 기준을 결부시키는 것 자체도 견수불견림(見樹不見林) 즉,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고 있지는 않은지 되새겨 봐야 한다.
현행 의료법 제41조는 "병원에는 응급환자와 입원환자의 진료 등에 필요한 당직의료인을 두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의료법 시행령 제18조(당직의료인) 제1항은 "병원에 두어야 하는 당직의료인의 수는 입원환자 200명까지는 의사·치과의사 또는 한의사의 경우에는 1명, 간호사의 경우에는 2명을 두되, 입원환자 200명을 초과하는 200명마다 의사·치과의사 또는 한의사의 경우에는 1명, 간호사의 경우에는 2명을 추가한 인원수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1항에도 불구하고 정신병원·재활병원·결핵병원 등은 입원환자를 진료하는 데에 지장이 없도록 해당 병원의 자체 기준에 따라 배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시행령이 추가된 것은 1994년 의료법 개정에서였다. 개정 이전에는 "각종 병원에는 응급환자와 입원환자의 진료상 필요한 당직의료인을 두어야 한다"라고 의료법에만 명시돼 있었다. 요양병원이 법적으로 의료법에 명시된 것이 1994년이다. 즉 의료법이 개정될 때 요양병원에 대한 개념이 아주 미미했을 뿐만 아니라 지금의 개념이 아니었다.
현행 요양병원 종별규정에는 정신병원이 포함돼 있다. 정신병원은 요양병원이 해당하며, 자체 기준을 갖고 배치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법이 개정될 때 이 기준은 종합병원이나 일반병원의 당직에 대한 기준이었다.
요양병원은 2013년부터 의료기관 평가인증을 의무적으로 받고 있다. 평가항목 중에 의료당직에 대한 부분은 의료법에 명시된 기준보다 완화돼 있다. 현실적으로 지키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지만 시대의 흐름과 노인의료에 대한 개념이 잡히면서 아주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화재사건이 벌어지자 시민단체는 의료법보다 낮게 책정된 기준을 문제 삼으면서 의료법 기준을 지키지 않았기에 화재사건이 더 악화됐다고 주장했다.
간호조무사를 당직의료인에 포함하고 있는 데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시민단체의 주장을 보면 간호조무사는 의료인이 아니기 때문에 당직의료인에 간호조무사를 포함토록한 보건복지부의 유권해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요양병원에서는 간호사 인력의 2/3를 간호조무사로 둘 수 있으며, 간호인력 가산을 인정하고 있다. 요양병원의 현실에 알맞게 잘 적용시킨 사례라 생각한다.
간호실무사 및 간호조무사 교육제도에 대한 여러 가지 정책들이 추진되고 있는데 여기에 반대의견을 내고 있는 곳이 대한간호사협회와 간호사가 소속된 일부 시민단체다.
문제는 과연 이러한 부분을 해결하면 제2의 장성요양병원 화재사건을 막을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요양병원 현장에 있는 실무자로서 볼 때 본말이 전도되고,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접근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과연 야간에 의사와 간호사 근무인력이 부족해 화재가 발생했고, 더 악화됐을까?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 필자는 지난 6월 일본 노인병원들은 안전과 위험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를 살펴보기 위해 일본을 방문했다.
일본은 지진과 재난이 많이 발생하고 있어 위험한 상황에 대한 대비책과 매뉴얼이 철저하게 준비돼 있는 나라다.
일본도 2년 전 요양시설 화재로 인해 10명이 사망한 사건 발생한 적이 있다. 일본 정부는 예산을 지원해 노인시설과 그룹홈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했다.
장성 요양병원 화재가 발생하자 언론에서는 스프링클러의 미비를 문제 삼았다. 즉 스프링클러만 있었다면 사망자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요양병원 관계자는 "스프링클러는 열감지에 의해 작동하므로 연기질식에 대해서는 효과가 미미하기 때문에 완전한 안전장치는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일부 언론은 화재참사의 원인을 야간 당직의료인이 부족해 발생한 것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일본은 야간 최소 근무인력을 강조하고 있다. 화재나 안전사고는 낮보다는 야간에 주로 발생하기 때문에 야간 화재나 안전 사고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야간 최소근무 인력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야간 최소 근무인력은 간호사나 의사 인력이 아니라 화재가 났을 때 환자를 신속히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킬 수 있는 인력이다.
일본은 화재 신고 후 소방차가 올 때까지 10분 동안 환자를 안전하게 대피시키고, 화재를 초기에 진압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일본에도 야간 당직의사가 있지만 병상규모에 따라 차이가 있거나 간호인력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단지 한 명 이상 의료인이 당직하면 된다. 이로 인해 지금까지 문제가 된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요양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입장에서 보면, 당직 의료인의 역할은 입원환자 중 응급상황 발생시 조치를 취하기 위한 대기의 개념만 있을 뿐 정확한 업무를 부여하기가 어렵다.
단순하게 입원환자 200명까지는 1명, 200명 초과시 200명당 1명을 추가해야 한다는 탁상공론식 규제보다는 환자의 안전과 케어에 중심을 둔 근무인력 확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야간 당직 의료인·간호사·조무사의 문제가 아니라 간병사를 비롯해 야간 근무 최소인력에 대한 기준을 갖추는 것이 더 시급하다.
화재 발생시 필요한 것은 신속한 초기 진화다. 신속하게 불을 끌 수 있도록, 반복적인 훈련을 통해 생활화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일본은 철저하게 현장중심으로 훈련을 하고 있다.
'우문현답'이란 말이 있다.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얘기다.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고, 탁상공론으로 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과연 당직의료인이 없어서인지, 아니면 적정수가와 간병인 급여화 등 제도적인 문제 때문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환자의 입장에서 현장 중심의 근본적인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당직의료인에 대한 의료법 개정 경과 |
▲1962년 3월 20일 개정 ▲1991년 12월 14일 개정 ▲1994년 7월 8일 개정 ▲1994년 8월 3일 의료법 시행령 ▲2014년 1월 1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