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요양병원들 '비대위' 결성 배수진

사면초가 요양병원들 '비대위' 결성 배수진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4.09.26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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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학술세미나 600명 운집..."범죄자 양산 정책 재고해야"
윤해영 노인요양병원협회장 "비상사태 선언하고 분연히 나설 것"

▲ 윤해영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장이 정부의 요양병원 정책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의협신문 송성철
장성 요양병원 방화 사건 이후 정부의 안전관리 조치와 사법처리가 잇따르면서 사면초가에 내몰리고 있는 요양병원들이 "이대로 있다간 존립 자체가 어려워진다"며 배수진을 들고 나섰다.

윤해영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장은 25일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추계학술세미나에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발표한 요양병원 안전관리 조치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지만 지원방안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이라며 "최근 상임이사회 및 시도요양병원장 연석회의에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결의하고, 대책 기금을 조성키로 했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8월 요양병원 안전관리 방안으로 야간 당직의사·요양보호사 3교대·안전요원 배치·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 등을 발표했다. 정부는 전국 요양병원에 대한 합동 단속을 통해 법과 규정을 위반한 수백 곳을 사법처리하거나 행정처분을 내린 상태.

'위기의 요양병원, 갈 길을 묻다'를 주제로 열린 이날 학술세미나에는 요양병원 대책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 듯 전국 1296곳 요양병원 가운데 절반 가까운 600여명의 요양병원장과 관계자들이 참석, 규제와 처벌 위주의 정부 정책에 이의를 제기했다.

윤 회장은 "사건이 일어난 원인은 사무장병원과 허가관청의 비리와 더불어 비상 사태가 발생했을 때 대응할 수 있는 간병인들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국민건강보험법에 명시돼 있는 요양병원 간병비를 급여화해 줄 것을 줄기차게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정부는 여전히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은 채 법에 명시돼 있는 간병비 급여가 아닌 엉뚱한 대책을 쏟아냈다"고 밝힌 윤 회장은 "야간 당직의사를 채용하고, 스프링클러를 의무화 하는데 필요한 수억원의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요양병원이 얼마나 되겠냐"면서 "비장한 심정으로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분연히 헤쳐나가겠다"고 밝혔다.

염안섭 총무이사는 "비대위 산하에 수가대책·정책·경영 등 3개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정부의 수가개편 정책과 회복기병원 도입을 비롯해 요양병원 안전관리 방안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데 회무를 집중해 나갈 계획"이라며 비대위 활동을 위한 기금 마련해 적극적으로 협조해 줄 것을 부탁했다.

학술세미나 개회식에 참석한 김춘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은 "상식이나 도덕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까지 다 법으로 해결하려 들어서는 안된다"며 "요양병원의 선진화를 위해서는 규제일변도에서 벗어나 정확히 현실을 파악하고, 정책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추무진 의협 회장은 "요양병원 안전관리방안은 요양병원 현실을 알지 못하는 무리한 정책"이라며 "요양병원의 지속가능성을 떨어뜨리는 과도한 규제 보다는 당사자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날 학술세미나에서 주수영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 사무관은 '요양병원 수가체계 개선 방향'에 대한 특강을 통해 "2008년 요양병원 정액수가 도입 이후 수가조정이 이뤄지지 않아 과소 진료와 중증환자 기피 현상이 발생하고, 회복·재활 등 일상생활 복귀를 목표로 하는 치료에 대한 수가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구조"라고 진단했다.

주 사무관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내에 요양병원 관련 부서가 없고, 7개 지원의 담당자가 150∼250곳을 관할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심사관리 시스템 부재 문제도 지적했다.

"의료기능 중심으로 요양병원의 역할을 정립하고, 의료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전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힌 주 사무관은  "급성기 후 관리 역할과 함께 관리 인프라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우봉식 노인요양병원협회 홍보이사는 "일당정액제 수가를 고집하게 되면 수익의 관점에서만 병원을 경영하고 있는 사무장병원의 확장을 제어할 방법이 없다"며 "합법을 가장한 사무장 의료법인들의 비정상적인 경영이 정상적인 경영을 말살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요양병원 안전관리 방안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 우 홍보이사는 "부작용만 양산하는 정책에서 벗어나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달라"고 주문했다.

'당직 의료인 규정, 이대로 좋은가?'에 대해 발표한 김철준 대전웰니스병원장은 "어느 나라든 대부분의 의사들이 시골을 외면한 채 도시근무를 선호하면서 지역간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고, 여성의사의 의대 진출이 늘어나면서 당직의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며 "의료정책을 현실에 맞게 개선하지 않으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요양병원장들은 범죄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요양병원 인증제·적정성평가·요양병원 체계 개선 방안 등에 관한 발표 역시 진료 현장과 괴리돼 있는 정책과 제도에 관한 지적이 줄을 이었다.

정부가 새로 도입을 모색하고 있는 '회복기병원'에 대해 이상운 노인요양병원협회 의무이사는 "정부는 90일 안에 회복 가능한 급성기 재활치료를 위해 회복병원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재활치료 대상 질병군의 대부분이 90일 이내에 회복되기 어렵다"면서 "만성기재활치료를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 의무이사는 "현재에도 재활치료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회복병원을 도입하게 되면 의료인력 수요와 공급이 깨질 가능성이 크다"며 "현재 요양병원의 기능을 재활치료군·치매 및 정신질환군·내과 중환자군·호스피스 및 암회복기 환자군·근골격계 통증 군 등으로 세분화해 각각에 맞는 시설·인력·서비스 기준을 정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조언했다.

상대평가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는 요양병원 적정성 평가의 모순점도 지적됐다.

김대진 노인요양병원협회 의무이사는 "상대평가방식은 중한 환자를 많이 보는 병원일수록 불리하기 때문에 욕창환자를 기피케 하는 문제점이 있고, 과잉 경쟁을 유발해 의료자원을 낭비하게 된다"면서 "절대평가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 의무이사는 "요실금이 있는지 없는지를 평가하는 것보다 배뇨훈련을 얼마나 잘 하는지 여부를 평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환자를 위해 노력하는 요양병원들이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내용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손덕현 노인요양병원협회 부회장은 이날 <노인요양병원 완화의료 임상지침서>를 선보였다. 손 부회장은 "7만 여명에 달하는 종말기환자들이 입원하고 있는 노인요양병원이야 말로 완화의료를 통해  인간으로서 존엄한 삶을 마무리를 할 수 있는 공간"이라며 "서비스가 필요하지만 11% 밖에 완화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요양병원을 호스피스 완화의료기관을 지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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