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 90여명·환자 400여명 의료봉사 행사장 '북적'
새터민·사할린동포 등 소외계층에 따뜻한 의료 전해
대한의사협회와 한국의사 100년 기념 재단이 주관하고 한국여자의사회·굿피플의사회·대한기독여자의사회 등 13개 기관과 협력해 진행된 '의료사랑나눔' 행사가 9일 인천 한누리학교에서 열렸다. 한국제약협회·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대한결핵협회·부모마음봉사단·몸살림운동본부·서울의과학연구소·씨젠의료재단·이원의료재단은 후원기관으로 참여했다.
이번 의료사랑나눔 의료봉사는 의사 40여명, 치과의사 3명, 약사 4명, 간호사 30여명, 방사선사 5명, 임상병리사 2명 등 보건의료계가 총 망라해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 의료봉사 외에도 이동필 변호사, 김연희 변호사 등 의사 출신 변호사들과 장성환·오원섭 변호사가 법률상담을 진행했다. 또한 결혼이민행정과 체류비자·출입국 상담을 위한 행정상담사 2명도 참석했다.
검사 장비들도 대거 동원됐다. 임상병리·심전도·골밀도·X-ray·초음파·자궁경부암 등 다양한 검사를 진행했고 영양수액주사도 준비해 환자들에게 제공했다.
이날 현장을 격려차 방문한 추무진 의협 회장은 "대한의사협회 창립 106주년을 맞아 인천 남동구에 거주하는 소외계층을 위해 의료사랑나눔 행사를 주최하게 됐다"며 "이번 행사를 통해 의협을 비롯한 단체와 봉사자들의 따뜻함이 전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문화적 이질감을 해소하는데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번 의료봉사의 진료과목은 16개에 달해 환자들이 몰려 혼잡이 예상됐다. 그러나 간호협회 중앙봉사단에서 나온 30여명의 간호사들이 혈압을 재고 과를 분리해 환자들을 해당 과로 보내는 식으로 많은 환자들을 효율적으로 진료할 수 있었다. 간협 중앙봉사단 오경헌 고문은 "소외계층을 위해 의료계 다양한 기관들이 협력해 이 같은 대형 의료봉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의료봉사의 의미는 소외계층 끌어안는 것"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진행된 이번 봉사에는 400여명의 환자들이 찾아와 의료혜택과 함께 의사들을 직접 만나 위로 받을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최경숙 굿피플의사회 회장은 "가장 의미있는 것은 의사들이 소외계층을 끌어안았다는 데 있다"며 "의료혜택은 소외계층을 사랑하는 하나의 도구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이 지역은 새우젖 냄새가 진동하는 항구였다"며 "세월이 흘러 새터민·난민·외국인 근로자·다문화가정 등 소외받는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에서 이 같은 의료봉사를 할 수 있어 뜻 깊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의료봉사의 진행을 이끈 오혜숙 의협 사회참여이사는 "의료사랑나눔 행사는 많은 전문가들의 참여와 여러 후원 및 협력기관의 지원을 통해 이뤄질 수 있었다"며 "물심양면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을 전한다"고 말했다.
진료를 위해 현장을 찾은 사할린 동포 김 모 할머니는 "산부인과 초음파와 안과진료, 평소에 앓고 있던 고혈압 상담까지 한 번에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며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이 같은 의료봉사는 큰 도움이 된다"고 소감을 전했다.
"행사를 준비해준 의료계 관계자들에 감사하다"
의협의 의료봉사활동에 지역 정치인도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인천 남동갑 새정치민주연합 박남춘 의원은 "다문화의 시험대에 있는 인천에서 공공의료가 커버하지 못하는 사각지대까지 의료혜택을 전할 수 있는 이 같은 행사를 마련해줘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 대단히 감사하다"고 전했다.
대규모 의료봉사의 장소를 제공한 박형식 인천 한누리학교 교장은 "나눔의 차원에서 더불어 함께가는 사회를 만드는데 학교도 참여하기 위해 장소를 제공하게 됐다"며 "이 지역은 소외계층이 많아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누리학교에도 일부 외국인 근로자 자녀들이 의료보험 혜택조차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또 "행사에 참여한 의료계 관계자들의 열정이 있었기 때문에 이 같은 행사가 성공적으로 진행 될 수 있었던 것"이라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뜻 깊은 행사에 참여해 조금이나마 돕고 싶다"
이번 행사는 의료봉사자 외에도 예방운동 교육·점심식사·간식·이미용 등을 소외계층에 전하려는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이 이어졌다.
몸살림운동본부 20여명은 척추·관절 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운동을 교육했다. 몸살림운동본부 박해룡 대표는 "지속적인 내원이 힘든 소외계층에게 예방운동이 더욱 중요할 것으로 생각해 이번 의료봉사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중랑구 희망봉사단은 중화식당을 운영하는 회원의 도움을 받아 600인분의 자장면을 제공했다. 최태봉 단장은 "행사에 참여한 의료봉사자와 환자들의 편의를 위해 자장면을 준비하게 됐다"며 "의미 있는 행사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어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자장면을 제공하는 부스 옆에는 호떡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김민영 씨의 푸드트럭이 위치했다. 김 씨는 행사장에 온 인원에게 호떡 1000여개를 제공했다.
김 씨는 "나눔행사에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소외계층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이 같은 행사에 참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서울전문학교 뷰티예술학부 10여명의 학생들은 환자들을 위한 이미용 봉사를 진행했다. 또한 새터민 자원봉사단인 햇빛사랑에서도 10여명이 행사장에 나와 새터민에게 의료혜택을 전하는 의료봉사단을 도왔다.
인천 한누리학교는?
이번 행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장소를 제공한 인천 한누리학교는 인천광역시 남동구 논현동에 위치해 있다. 이 학교는 외국인 자녀·중도입국 자녀·다문화가정 자녀들을 대상으로 한 초·중·고 통합 기숙형 공립 다문화학교다. 2012년 학교 설립 인가를 받아 지난해 3월 개교한 이 학교는 225명의 정원으로 지금까지 150여명의 학생들이 교육혜택을 받았다. 이 학교는 국어·수학 등 기본교육과정 50%와 한국어습득·한국어습득 등 특성화교육과정 50%로 운영된다.
특히 일반 학교에서 이 학교에 위탁해 언어 등의 문제로 적응이 힘든 학생들을 교육해 해당 학교로 돌려보내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일반 학교와 같이 초·중학교는 의무교육, 고등학교는 일반 고등학교와 학비가 동일하고 한 달 기숙사비 8만원, 식대 9000원으로 운영해 학부모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최경숙 굿피플의사회 회장은 "소외계층에 의료봉사를 전하는 행사를 인천 한누리학교에서 진행했다는 자체에서도 의미가 있다"며 "행사를 진행하면 이래저래 골치 아픈 행정문제가 생길 수 있음에도 감수하고 장소를 제공한 박형식 교장 등 학교 관계자들에 감사를 전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