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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심정지 한 해 2만 5000명...더 살릴 길 있다

소아심정지 한 해 2만 5000명...더 살릴 길 있다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5.05.11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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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보육시설 종사자 '소아심폐소생술' 교육 의무화 해야
응급실 생존퇴원율 12.8%...노태호 가톨릭의대 교수 "교육만이 살 길"

▲ 노태호 대한심폐소생협회 홍보이사(가톨릭의대 교수·성바오로병원 순환기내과)는 "심정지 환자의 생존 퇴원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전국민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의협신문 송성철
"급성심정지 환자의 50%는 가정에서 발생합니다. 한 해 2만 5000여건에 달하는 심정지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민 누구나 심폐소생술을 배우고 익혀야 합니다."

심폐소생과 교육의 중요성을 홍보하는 데 앞장서고 있는 노태호 대한심폐소생협회 홍보이사(가톨릭의대 교수·성바오로병원 순환기내과)는 "미국의 경우 병원 밖 심장정지가 발생했을 때 이를 목격한 사람 2명 가운데 1명 가량이 소생술을 시행하고, 생존율이 10%에 달하지만 한국은 목격자 소생술이 32%이고, 생존율은 4∼5%로 미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면서 "가정과 직장에서 누구나 심폐소생술을 할 수 있도록 기본교육만 받아도 귀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고, 뇌손상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심정지 상황이 발생했을 때 1분 1초가 중요합니다. 2분 이내에 심폐소생술을 받으면 생존율이 90%를 넘지만 4분을 넘어서면 생존율이 절반 이하로 떨어집니다. 심폐소생술이 늦어질수록 뇌에 산소를 공급하지 못해 전신마비나 언어 장애와 같은 후유증 위험이 더 커지고, 사망에 이르게 됩니다."

질병관리본부가 진행한 병원 밖 심정지 관련 연구결과, 2006∼2010년 119구급대를 통해 이송한 심정지 환자 중 병원에 오기 전에 회복한 환자는 1%였으며, 생존입원율은 9.4%, 생존 퇴원율은 3.0%에 불과했다.

연령대는 15세 미만 소아가 2.4%, 15∼64세 47.5%, 65세 이상 노인 50.1%로 집계됐다.

대한심폐소생협회는 미래를 이끌어 갈 아이들을 한 명이라도 더 건강하게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는 취지에서 소아심정지 생존 퇴원율을 어떻게 높일 수 있을 것인가에 주목했다.

노태호 홍보이사는 "지난해부터 초·중·고 보건·체육 교사는 매년, 일반 교직원은 3년에 한 번씩 심폐소생술 교육이 의무화 됐지만 아직 유치원이나 보육시설 종사자는 교육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며 "소아심폐소생술 교육을 유치원이나 보육시설은 의무화하고, 가정까지 확대해야 어렵게 탄생한 귀중한 생명을 더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가족 중에 예기치 않은 급사를 한 가족력이 있는 가정에서는 영유아기부터 심전도를 비롯한 심장검사를 통해 위험을 예방해야 한다"면서 조기검진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심폐소생협회는 병원안 심장정지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의 경우 병원안 심장정지 생존율이 성인 23.9%, 소아 40.2%라는 보고가 나와 있지만 한국은 이에 관한 통계자료 조차 없는 실정이다.
▲ 심페소생술은 영아(상), 소아(중), 성인(하)에 따라 방법에 차이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심정지 상황이 발생했을 때 119에 연락하고, 4분 이내 빠른 시간 안에 심폐소생술을 시행해야 뇌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심폐소생협회 연구위원회는 2008∼2012년 5년 동안 국가기반 응급실 정보망(NEDIS)에 등록한 응급실 이용 현황자료를 분석했다.

분석결과, 총 방문자 수는 2042만 4530명이었다. 이 중 소아환자는 669만 2840명 으로 32.8%를 차지했다. 소아환자를 세분하면 영아(1세 미만) 87만 9749명, 소아(1∼11세) 406만 7845명, 청소년(12∼19세) 174만 5201명으로 파악됐다.

응급실내 소아심정지는 총 2970건(영아 933, 소아 944, 청소년 1093)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소아심폐소생술을 비롯해 치료를 받은 후 생존퇴원한 환아는 379명으로 12.8%였다.

▲ 대한심폐소생협회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미진 경북의대 교수(응급의학과)가 응급실내 소아심폐소생술 현황에 관한 조사결과를 설명하고 있다.ⓒ의협신문 송성철
이번 조사를 주관한 이미진 심폐소생협회 연구위원(경북의대 교수·경북대병원 응급의학과)은 "성인 심정지 생존율은 2008년 13.8%에서 2012년 15.9%로 증가한데 비해 같은 기간 소아는 19.2%에서 16.5%로 낮아졌다"면서 "지난해 심폐소생협회에서 시행한 전문심폐소생술(ACLS) 교육을 이수한 의료인은 4509명인 반면에 소아심장소생술(PALS) 이수자는 194명에 불과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일반인뿐 아니라 의료인에 대해서도 소아심폐소생술 교육을 강화하고, 권고 수준 이상의 지속적인 인증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생존퇴원율이 가장 저조한 시각이 오전 7∼8시와 오후 7∼8시 사이로 나타난 것은 응급실 근무자가 교대하는 진료공백 시간대와 일치한다"면서 "심정지 발생 전 상황을 조기에 인지함으로써 심정지 발생 이전에 예방하고, 빠른 시기에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는 것이 예후에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심폐소생술을 확산을 통해 생존퇴원율을 높여야 하지만 이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있다. 터무니 없이 낮은 건강보험수가가 그것. 최소 5명의 의료진이 1시간 넘게 심정지 환자에 매달려야 하지만 건강보험수가는 6∼7만원이 고작이다. 심폐소생술 교육비 지원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노태호 심폐소생협회 홍보이사는 "소아심정지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린이집과 보육시설 종사자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고, 의료인 교육을 위한 유관학회의 프로그램 개발과 함께 인증평가 항목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면서 "정부도 귀중한 국민의 생명을 살리는 수가를 현실화 하고, 교육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초등학생들에게 충치 검사만 지원할 게 아니라 생명과 직결된 심장검사를 통해 급성심정지 위험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노 홍보이사는 17년 동안 진행하고 있는 '심전도 워크숍' 강의를 동영상으로 제작, 인터넷 유트브에 공개했다. 전세계 모든 의료인들이 심전도를 배워 한 명이라도 더 잘 살려내자는 취지에서다.

심전도를 배우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온라인으로 노 홍보이사의 공개수업을 들을 수 있다. 온라인 지식 공개운동에는 '빈맥' 분야 전문가인 이만영 가톨릭의대 교수(순환기내과)도 동참, 17년 노하우를 의학도들에게 전수하고 있다.
▲ 소아 심정지 생존사슬 고리(자료 제공=대한심폐소생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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