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쓰면서 늘 공부가 부족하다고 반성한다. 고백하자면 소위 전문 영역이라 할 수 있는 제약 분야를 취재하면서 이런 반성이 잦아지고 있다.
최근들어서 이런 반성이 최고조에 달했는데 바로 식약처가 지난 9일 발표한 '유통 의약품 품질 연구결과 보고' 탓이 컸다.
보고서에 따르면 식약처가 시중에서 유통 중인 의약품 15개 품목을 수거해 약효 동등성을 비교했더니 무려 6개 품목이 동등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리지널 약과 약효가 동등하지 않은 제네릭이 허가신청하면 식약처는 약효 동등성을 인정하지 않아 허가하지 않는다.
하물며 같은 제약사가 만든, 같은 이름을 단 약이 제조시기에 따라 약효 동등성 범위를 초과했다니 큰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괜한 걱정을 했다. 식약처가 15개 모든 의약품의 품질에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약효는 동등하지 않지만 품질은 문제가 없다"는 해명이다. "동등성 판정범위는 벗어났는데, 품질유지 기준범위는 벗어나지 않았다"고도 했다.
제네릭 허가신청이었다면 거절됐을 약들이 심지어 같은 제약사에서, 같은 약으로 유통되는데 문제가 없다고 한다. 약효를 일정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약의 품질을 판단하는 핵심요소라고 믿었던 생각이 짧았다.
한편으로는 이번 조사방법에 한계가 많다고도 해명했다. 주로 조사를 당한 측이 조사방법을 문제삼는 경우만 봐왔던지라 참신했다. 혹자는 식약처가 제약사의 대변인이냐며 몰아부치기도 했지만 자신의 조사결과를 깎아 내리면서까지 스스로를 되돌아볼 줄 아는 '겸손(?)'한 태도가 돋보였다.
다만 연구의 한계를 지적하기에 앞서 많은 환자가 약효가 동등하지 않은 약을 복용하고 있을 개연성이 있는 만큼 정확한 연구설계를 통한 재조사나 추가조사 계획을 내놨더라면하는 아쉬움이 크다.
일부에서는 식약처의 발표를 '제약사 봐주기' 혹은 '물타기'라며 비난한다. 물타기는 드러난 사실을 이해하기 어렵게 만들어 사실을, 사실이 아닌 것처럼 믿게 할 때 동원된다.
하지만 식약처는 사실을 분명히 밝혔다.
7개 오리지널 의약품 중 1개 품목이, 8개 제네릭 가운데 5개 품목이 제조일자에 따라 약효 동등성 범위를 초과했다.
식약처는 약효 동등성 범위를 초과하면 제네릭 의약품으로 허가하지 않는다. 식약처의 기존 입장에 따르면 이번에 동등성 입증에 실패한 약들은 같은 약이 아니다.
같은 제약사에서 만든 같은 이름의 약이 동등성 기준으로는 다른 약이 된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들 약의 품질은 문제가 없단다.
이해가 안되시나? 안된다면 전문적인 공부가 부족한 탓일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