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향 과장(서울시 서북병원 신경과)
"크게 좋아지지도 않을텐데 꼭 치료를 해야 하나요?"
여러 치매 환자로부터 듣는 질문 중 하나다. 치매는 다른 질환과 달리 진단을 받더라도 치료를 적극적으로 받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의사는 환자가 하루라도 빨리 치료를 시작할 수 있도록 설득하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
이는 아직까지도 치매는 '낫지 않는 병', '완치 되지 않는 병'이라는 인식이 사회적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전체 치매의 60∼70%를 차지하는 '알츠하이머형 치매'는 아직 근본적인 치료가 불가능한 질환이다. 서서히 진행되며 종래에는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능을 대부분 상실한다는 특징 때문에 많은 환자와 가족들이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
실제로 65세 이상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치매로 인해 나타나는 증상과 근본적인 치료제의 부재가 '치매가 암보다 두려운 질환'으로 꼽는 가장 큰 이유였다.
하지만 치매도 관리와 노력 여하에 따라 개선될 여지가 높아지는 질환이다. 조기진단 후 적절한 치료를 통해 증상을 완화하고 병의 경과를 둔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한 연구에서는 약물치료를 한 환자집단이 약물치료를 하지 않은 환자집단보다 일상생활 기능이 좋았는데, 이를 경제적 비용으로 환산할 경우 보호자가 매달 9.5일 정도의 노동을 하지 않는 효과로 나타났다.
또 약물치료를 한 경우 하지 않았을 때보다 일상생활 수행능력 상실로 인해 시설에 입소하게 되는 기간이 연장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치매환자의 진행경과를 최대한 유지시키는 약물치료는 보호자의 간병 부담을 덜 수 있어 중요하다. 특히 중증 치매의 경우 경도나 중등도 치매 환자에 비해 환자 간병을 위한 물리적, 경제적 부담이 급격하게 커진다. 때문에 치매 진행의 경과를 지연시키는 것만으로도 큰 치료적 의의가 있다.
또 치매 환자의 진행 경과를 최대한 늦춰 환자의 기능을 가능한 유지시키는 것은 향후 새로운 치료 약제가 나왔을 때 환자에게 더 많은 치료적 혜택을 줄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지금도 세계 여러 나라와 다국적 기업들이 치매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약물과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다.
우리나라 인구 약 100명 중 1명, 65세 이상 인구 약 10명 중 1명은 치매환자다. 이를 기준으로 추정하면 국민 25가구 중 1가구는 치매환자를 둔 가족이라는 의미가 된다.
국민의 약 4%가 치매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만큼 치매의 조기치료와 꾸준한 관리가 현재로서는 환자와 가족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치매 치료에 대한 비관적 인식 개선은 치매환자와 가족의 삶을 지켜주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하다. 따라서 치매로 진단 후 병원을 찾는 환자들에게 치료 필요성과 치료 목표에 대해 충분히 상기 시켜주는 의료진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본다
더불어 치매도 치료를 통해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사회적 노력이 더 적극적으로 실행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