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기 의사와 음주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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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10.29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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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헌 순천향의대 교수(순천향대 서울병원 비뇨기과)

김재헌 순천향의대 교수(순천향대 서울병원 비뇨기과)
김재헌 순천향의대 교수(순천향대 서울병원 비뇨기과)

술 마시는 시간은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가?
외국인들과 얘기할 때 보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주제가 한국의 술 문화 이다. 외국인 눈에 보면 신기할 정도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술을 많이 마시고 또 자주 마시는 것은 사실이다. 병원에 있다 보면 역시 수 많은 회식이 기다리고 있어 술을 마시게 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요즘은 과거처럼 술을 많이 마시고 혹은 늦게 까지 마시는 경우는 거의 없다. 보통 음주문화에 대해서 안 좋은 이미지를 가지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오늘은 음주문화의 긍정적 효과에 대해서 얘기해보고자 한다.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문구 중에 하나가 탈무드에 나오는 격언인데 바로 '술 마시는 시간을 낭비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하지 말라. 그 시간에 당신의 마음은 쉬고 있으니까'이다. 

술이 우리 자신을 이길 정도 까지 마시지 않고 우리가 조절해서 마시는 한에서 술을 마시는 시간은 충분히 우리에게 긍정적 에너지를 주는 것은 사실이다. 병원에서 동료간에 혹은 사제간에도 낮에 충분히 얘기하지 못한 부분들을 가벼운 술자리에서 서로 편하게 얘기하며 좋은 분위기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순수이성비판으로 유명한 엠마누엘 칸트는 평소에 입버릇처럼 술을 너무 많이 마시는 사람도 문제이고 술을 너무 안 마시는 사람도 문제라고 했다. 와인 애주가인 칸트는 마지막 유언이 본인이 마시는 와인이 "좋다(Es ist gut)"라는 유언을 남길 정도로 애주가인 사실은 매우 유명한 일이다.

혼자 음주를 즐기건 아니면 동료들과 같이 음주를 즐기건 가장 중요한 사실은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술이 우리를 이길 정도가 되면 술을 마시면 안 된다는 사실이다. 그러한 면에서 술에 약한 사람이 본인의 소신으로 술을 안 마시는 의지는 존중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억지로 술을 마시게 하고 마신 사람을 취하게 하는 것을 즐기는 것은 음주문화에서 없어져야 할 문화이다. 

물론 요즘은 이런 경우는 거의 경험해 보질 못했다. 최근에는 와인 문화가 활성화 되면서 조금은 음주 문화가 더 건전해지는 느낌이다. 본인이 좋아하는 와인을 한 병씩 가져와서 그 와인에 얽힌 지식과 추억을 공유하는 시간을 즐기는 회식을 요즘은 자주 보게 된다. 

간혹 필자도 교회를 다니는 사람이라서 종교인인데 술을 마셔도 되는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이 문제에 대해 항상 스스로 '술이 나를 이길 정도가 아니면 되지 않겠는가' 하고 자문자답을 하였었는데 이 문제에 대한 답을 필자는 미국 연수 중에 다니던 교회 목사님에게서 얻었다. 목사님에게 '술을 마셔도 되는가요?'라는 질문에 목사님께서 고린도전서 10장 12∼13절 말씀을 읽어보라고 하셨다. '그런즉 선 줄로 생각하는 자는 넘어질까 조심하라 (12절), 사람이 감당할 시험 밖에는 너희가 당한 것이 없나니 오직 하나님은 미쁘사 너희가 감당하지 못할 시험 당함을 허락하지 아니하시고 시험 당할 즈음에 또한 피할 길을 내사 너희로 능히 감당하게 하시느니라 (13절)' 처음에는 이 구절을 읽었을 때 우리가 받는 시험, 즉 술을 마시는 데 있어서 우리 자신의 온전한 정신력을 지키는 시험이 우리를 도전하는데 믿는 자들은 이를 능히 감당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목사님 말씀이 이 구절은 술을 마시는 경우에 적용해 보면 술을 마시는 것은 사람의 의지로 할 수 있는 일이나 술을 마시면서 혹은 마신 이후에 보일 수 있는 행동들을 시험이라고 생각하고 특히 같이 술을 마시는 사람들로 하여금 교인이 술을 마시고 저렇게 행동할 수 있는 가에 대한 시험이 타인에게 드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하셨다. 

우리가 술 마시는 시간을 온전히 우리의 시간으로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그리고 그 시간이 정말로 낭비되는 시간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칸트가 그랬던 것처럼 너무 많이 마시지도 그리고 안 마시지도 않고 항상 본인이 즐길 수 있는 일정한 양을 마셔야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우리는 우리의 음주 문화에 대해 너무 부정적으로 또는 너무 긍정적으로 볼 필요가 없다. 다만 직장생활을 하는 순간에 또한 인적 교류를 하는 순간에 중요한 순기능을 하는 것을 부정할 필요는 없다. 

다만 우리의 술 마시는 모습을 통해 타인이 우리의 평소 모습에 의구심을 품는 시험에 들게 한다면 우리의 음주 습관을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즉, 술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술을 마시며 혹은 마신 후에 보이는 우리의 태도가 타인으로 하여금 저런 사람이 치료를 할 수 있는가 라는 등의 우리의 자격 혹은 품격에 의문을 품게 하는 시험에 들게 한다면 우리의 술 마시는 모습은 개선돼야 할 것이다. 

아무리 음주문화가 순기능이 있다 하더라고 아무리 친하고 가까운 사람과 마신다고 하더라도 술 마시는 매 순간 순간에도 어느 정도의 긴장을 유지해야 스스로의 품격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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