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각각 바뀌는 의료·보험 법률·고시 등 정확히 숙지해야
의사회 가입 시 최신 정보 제공...회원권익센터 도움도 받아
'현지조사' 대응 5계명
1. 보건복지부(현지조사)·건보공단(현지확인) 조사명부터 파악을
2. 불필요한 자료 제출 지양하고, 무작정 혐의 인정하지 말아야
3. 조사자 질문·환자 수진내역 확인하고 메모해야 반박자료 준비
4. 사실확인서 정확한지 살펴보고 확인해야...서명할 땐 신중히
5. 평상 시 상세한 진료기록부 작성...내역서·영수증 등 챙겨야
"깨톡 깨톡…깨톡 깨톡…깨톡 깨톡".
오늘도 여지없이, 카톡 알림 소리가 필자를 긴장시킨다. 개업 14년차 외과의사에게 이런 알람이 낯설지는 않지만, 요즘처럼 많은 메시지를 받고, 또 고민스러운 적은 없는 것 같다.
필자는 대한의사협회 제41대 집행부 보험이사로 임명, 현지조사 파트를 담당하고 있다.
""깨톡 깨톡"은 거의 매일, 다양한 형태의 현지조사(혹은 방문확인)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회원들이 소통과 도움을 원하는 소리이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국가적 노력의 중심에 서 있음에도, 경영 악화와 현지조사라는 두 가지 고통을 겪고 있는 회원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으며, 어떤 방향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까? 가끔은 너무 힘들고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여태까지 홀로 견뎌온 선배·동료 의사들의 '고통'과 '간절함'이 무거운 책임감으로 다가온다.
'현지조사'는 의사라면 두렵고 겪고 싶지 않은 일이다. 조사자는 사전통지도 없이 진료실을 방문하며, 세부 내용에 대해 명확한 설명도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고압적인 자세로 자료를 요청하거나 사실확인서에 서명을 강요하면서 피조사자(의사)를 '범죄자'로 몰고 간다. 이런 분위기는 이미 오래 전부터 만연화된 사실이다.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잘해야 본전이고, 못하면 환수와 행정처분에 소송까지 감내해야 하는, 그야말로 '고난의 행군'이 될 수 있다.
의협은 현지조사자들의 성향에 따라 부당청구 적용 여부에 차이가 있고, 부당하다고 판단한 자료 중에는 정상적으로 진료한 내용을 포함하는 사례가 적지 않으므로 현지조사제도의 폐지를 요구한 바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어떤 형태로든 현지조사제도를 고수하고 있다. 의료계의 도움이 절실한 코로나 시국에서도 현지조사를 지속하고 있다.
현지조사는 명확한 분석을 통해 당당히 대응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의협 보험이사로 임명돼 현지조사 업무를 맡았다. 처음에는 고충을 토로하는 회원에게 진심으로 다가가지 못했다. 단지 처분을 피하거나 징수금을 줄이고자 하는 상황만 인지했기 때문인 것 같다.
이런 변변치 않은 마인드로 몇몇 건의 민원을 해결하던 어느 날, 10년 가까이 행정기관을 상대로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다는 어느 노(老) 선배 회원을 만났다.
"돈은 중요하지 않아요, 난 내 명예를 지키고 싶을 뿐입니다."
3∼4년 뒤에 은퇴를 계획하고 있다는 말씀과 함께 영예로운 은퇴를 위해 싸우고 있다는 노 선배의 모습은 적잖은 울림을 가슴에 남겼다. 독수리 타법으로 더디게 작성한 노 선배의 소명 자료를 한 장 한 장 검토하면서 그동안 필자가 얼마나 무심하고 형식적이었던가를 반성했다.
변화무쌍한 고시 기준을 알지 못하거나 잘못 알아 발생한 일로 인해 원칙을 지키며 살아온 노 선배를 '범죄자'로 치부하는 결과를 만들었다. 정당한 진료까지도 부당청구로 오해를 받았고, 소명의 기회조차 얻지 못한 현실을 목격했다.
그동안 만난 많은 선배와 동료 의사들은 또 얼마나 힘들고 억울했을까? 필자가 악착같이 매달렸다면 더 나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부끄러움과 자괴감이 밀려왔다.
문득 전공의 시절 "늘 환자는 옳다고 생각하라"던 스승님의 말씀이 생각났다. "늘 회원의 말씀은 옳다. 회원의 말을 경청하고 상황을 분석하자"는 자세가 필자에게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 선배의 울림이 없었다면, 지금 이 순간까지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아찔하다.
무릇 회원을 위해 일해야 하는 의협의 보험이사로서 소명을 하지 못해 억울해 하지 않도록, 회원의 명예를 지킬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하기로 마음을 다졌다.
회원들의 고충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맞을지 다시 한번 되새기며, 선배·동료 의사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현지조사 준비 사항과 대응법을 공유하고자 한다.
현지조사라는 제도는 변해야 하지만, 대응하는 우리의 태도도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건복지부의 현지조사? 건보공단의 현지확인? 조사명부터 먼저 파악
회원들은 보건복지부에서 나오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나오든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나오든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한다. 조사를 받는 회원 입장에서는 현지확인이든 현지조사이든 조사 자체가 부담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건보공단의 현지확인(방문확인)과 보건복지부의 현지조사는 별개이며, 내용 및 절차 또한 다르다. 해당 조사가 현지확인인지 현지조사인지를 제대로 알아야 적절한 대처가 가능하다.
일단,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건보공단에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다만, 건보공단은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 등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하고 있다). 건보공단은 현지확인 결과, 부당청구액이 국민건강보험법에서 규정한 처분대상 기준을 넘으면 보건복지부에 현지조사를 의뢰하고 있다.
이러한 건보공단의 현지확인은 보건복지부의 현지조사와 같이 강제성 있는 조사가 아니며, 의료기관의 협조가 필수적인 임의적인 조사이다. 갑작스레 건보공단의 현지확인을 받는 의료기관의 입장에서는 현지확인이 임의적이라는 사실이 뭐가 중요하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건보공단의 현지확인은 임의적이며, 의료기관이 거부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매우 중요하다.
물론 건보공단이 현지확인을 위한 자료 제출 요청에 비협조적일 경우 추후 진행하는 보건복지부의 현지조사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의료기관 입장에서 현지확인을 거부하기 쉽지 않다. 또한 건보공단은 의료기관이 자료 제출이나 방문확인 협조 요청을 2회 이상 거부하면 보건복지부에 현지조사를 의뢰할 수 있다. 무조건적인 거부는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당장 자료 제출이나 협조가 어려운 상황이 발생했을 때 '전면 거부' 하거나 혹은 1차 현지확인은 거부하고, 2차 현지확인에 협조하는 현실적인 방법이 있다는 사실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된다.
반면 보건복지부의 현지조사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건보공단으로부터 전문인력을 지원받아 현지조사반을 구성하며, 반장은 보건복지부 조사담당자를 지정하고 있다.
건보공단의 현지확인과 달리 별도의 사전통지 없이 현지조사를 개시하면서 조사기간·범위·제출 자료 등을 담은 조사명령서를 제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현지조사 거부 시 업무정지 12개월과 함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으므로 유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