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
한강대교 난간에 쳐진 거미의 그물망 위
꽁지를 붙인 잠자리 한 쌍이
신발처럼 나란히 놓여있다
저녁 햇살에 반질거리는 소금 냄새가 아직 남아있는
두 몸틀을 칭칭 염한 거미줄이
태풍에 파손된 채 부두에 버려진 한 쌍의 페어선
그 뱃전을 동여맨 홋줄 같다
천산天山의 바람 능선을 넘어가는
긴 선단의 줄기러기 떼는
어떤 끈으로 묶여있을까?
육탈의 한 순간에, 겹눈을 빠져나온
두 가락의 기파가 꼬여 엮은
기억의 이중나선 끈,
몇 억 광년의 시간에도 느슨해지지 않을
저 인연의 초끈은
얼마나 질긴 것일까?
끝없이 펴져가는 시공간 속
휘몰이 파동의 긴 터널을 지나가도,
화이트홀* 너머
빛과 기파가 파랑을 이룬 은하에서도
홋줄의 매듭이 풀리지 않을까?
거대한 실타래 속에 감겨들어가
새로운 연을 시공에 띄울 때
한 연실로 이어져 다시 풀려나갈 수 있을까?
white hole: 블랙홀의 대척점에 있다고 이론적으로 가상되는 강한 빛과 물질을 방출하는 홀

▶김영철내과의원 원장 / <미네르바>(2007) 등단/시전문지 <포에트리 슬램> 편집인/시집 <하늘거미집> <물구나무서다> <강물은 속으로 흐른다>
저작권자 © 의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