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인이 다른 의사와 체결한 경영위탁계약은 "유효"
의료법인이 다른 의사와 체결한 경영위탁계약은 "유효"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2.08.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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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명의대여는 의료법위반이지만 경영위탁계약은 사법상 효력" 판단
"명의대여 행위가 사법상 효력까지 부정할 정도로 반사회성이라 단정 못해"
ⓒ의협신문
ⓒ의협신문

의료법인이 설립한 병원(법인)이 다른 의사와 경영위탁계약(명의대여)을 한 것은 의료법위반에 해당하지만, 경영위탁계약 자체는 유효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의료법인등이 다른 의료인에게 명의를 대여해 법을 위반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의료인이 병원을 운영하고 질병 치료를 위한 진료행위를 한다는 사실에서 정상적인 의료기관과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려워 경영위탁계약을 무효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대법원은 7월 28일 B법인(피고)과 경영위탁계약을 체결한 A의사(원고)가 '경영위탁계약은 의료법 제33조 제10항을 위반한 것으로 무효'라고 주장한 소송에서 원고의 상고를 기각, 경영위탁계약이 유효하다는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A의사는 B법인과 법인이 운영하는 병원에 관한 경영위탁계약을 체결하고 10년간 병원을 운영한 C씨와 2018년 11월 5일 경영권 양도·양수계약을 체결했다. 또 2018년 12월 13일 B법인과 경영위탁계약을 순차로 체결하고 2019년 1월 2일경부터 병원을 운영했다.

그런데 B법인이 갑자기 경영위탁계약을 해지하자 A의사는 경영위탁계약이 강행법규인 의료법 제33조 제10항을 위반한 것으로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소송을 제기했다.

원심법원(서울고등법원)은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명의대여(경영위탁계약)는 의료법 제33조 제10항에 위반되더라도 이를 무효라고 볼 수 없고, 이를 전제로 한 경영권 양도·양수계약도 무효가 아니다"라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에 A의사는 대법원까지 문을 두드렸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대법원 재판부는 법률을 위반한 법률행위의 효력에 관해 해당 법률이 명확히 정하지 않은 경우, 그 법률행위의 효력을 판단하는 방법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법률에서 해당 규정을 위반한 법률행위를 무효라고 정하고 있거나 해당 규정이 효력규정이나 강행규정이라고 명시하고 있으면 이러한 규정을 위반한 법률행위는 무효이지만, 이와 달리 이러한 규정을 위반한 법률행위의 효력에 관해 명확하게 정하지 않은 경우에는 여러가지 제반사항을 고려해야 한다"고 봤다.

즉, ▲규정의 입법 배경과 취지 ▲보호법익과 규율대상 ▲위반의 중대성 ▲당사자에게 법규정을 위반하려는 의도가 있었는지 여부 ▲규정 위반이 법률행위의 당사자나 제3자에게 미치는 영향 ▲위반행위에 대한 사회적·경제적·윤리적 가치평가 ▲이와 유사하거나 밀접한 관련이 있는 행위에 대한 법의 태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효력을 판단해야 한다는 것.

대법원은 "의료법 제33조 제10항은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는 의료법인등은 다른 자(비의료인, 의료인)에게 그 법인의 명의를 빌려주어서는 아니 된다'라고 정하고 있는데, 경영위탁계약은 그 실질이 의료법인이 다른 의료인에게 명의를 대여한 것으로서 의료법에 위반된다"고 봤다.

하지만 "의료법 제33조 제10항을 위반해 의료법인이 다른 의료인에게 명의를 대여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의료인이 병원을 운영하고 질병 치료를 위한 진료행위를 한다는 사실에서 정상적인 의료기관과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B법인이 A의사에게 명의를 대여한 행위가 '사법상 효력'까지 부정해야 할 정도로 현저히 반사회성을 지닌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밖에 A의사는 B법인이 공익법인법 제11조 제3항 제1호에 따라 기본재산 처분행위에 해당하는 이 사건 경영위탁계약에 관해 주무 관청의 허가를 받지 않아 경영위탁계약이 무효라고도 주장했으나 "B법인이 공익법인에 해당하지 않아 위 조항이 적용될 여지가 없다고 판단해 원고의 주장을 배척한 원임판결은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B법인은 병원의 설치·운영을 목적 중 하나로 하면서 부수적으로 의학술개발과 진흥을 위한 연구 등을 추구하는 비영리법인이고, B법인의 등기부등본의 목적란에 있는 일부기재나 B법인이 일부 공시한 내용만으로 공익법인법에서 정하는 공익법인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

이번 판결과 관련 김주성 변호사(법무법인 반우)는 "의료법은 의료기관 개설관련해 제33조에 여러 규정을 두고 있는데, 대법원은 이른바 사무장병원 개설금지에 관한 제2항 규정만 사법상의 효력을 부인하는 강행규정으로 보고 있을 뿐, 그 외 복수개설금지에 관한 제8항, 의료법인의 명의대여금지에 관한 제10항에 대해서는 위반행위 그 자체만을 제재하는 단속규정으로 보고 있다"며 "해당 판결은 의료법 제33조의 각 규정상 법률효력의 차이를 재차 확인하는 판결"이라고 말했다.

또 "의료법인이 공인법인법상 공익법인이 아님은 2010년 대법원 판결로 확립된 법리이고, 이번 대법원 판결은 이를 다시 확인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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