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도 숲도 없다
울창하지도 푸르지도 않다
도심 빌딩 숲에 자리 잡아
고려장의 혐의도
사슴벌레 같은 고독도 피할 수 있다
바닥에는 나무 장판이 깔려있다
문지방이 없어
워커와 휠체어가 사이좋게 다닌다
나무에는 수액이 돌지 않는다
앙상한 팔다리와 거친 숨소리를 매달고 있다
실내 이동식 변기에 뿌리를 박고
목발처럼 온종일 그 자리에 버티고 있다
나무색 벽지라 손때가 타지 않아
벽에 분칠하던 아버지가 와도 좋겠다
나도 임종을 지키지 못했는데
뿌리도 없는 숲을
나무가 찾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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