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에서 멀지 않고
푸른 숲에서도 그리 멀지 않는
너와 쉽게 마주칠 수 있는 그곳에서
서로의 굽은 등을 끌어안고
시들어가는 관절의 안부를 물으며
넝쿨장미 같은 여름밤과 맞짱도 뜨다가
함께 살아온 날과
함께 살아갈 날이 팽팽하게 맞설 때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는지
(홍상수가 부러운 건지)
김민희가 부러운 건지
지금은 틀리고 그때는 맞는지
홍상수가 불쌍한 건지
(김민희가 불쌍한 건지)
백세인생 같은 소문과 함께 살다가
새와 결별하고
저녁별과 불화하고 나서도
어차피 점성술은 반반이라고
당당하게 갈기를 세우고
간절한 뿔로 장난도 치다가
황홀하게 버둥거리는
하이힐을 신은 여자가 길을 건넌다
위태로운 남자가 그 곁으로 다가간다
도로엔 그렁그렁한 별빛이 가득한데
더는 너와 마주치지 않을 그곳에서
마지막 모더니스트처럼
명랑한 로드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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