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집회열기 불꽃처럼 타올라
여의도 집회열기 불꽃처럼 타올라
  • 김인혜 기자 kmatimes@kma.org
  • 승인 2004.0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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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가 끝난 지 일주일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 여의도의 함성이 귓가에 채가시지 않은 듯하다.
2월22일 여의도집회가 결정되기까지 여러 가지 요인이 관계되었지만 작년 11월28일 부산상공회의소에 있었던 "무너진 의권을 애도하는 촛불집회"가 하나의 주요한 요인이었다.

의사의 자존심이 몇 원이니 몇 전이니 하면서 초라한 동전에 비유되어 무참히 짓밟히던 날, 부산의 회원들은 초라하게 무너져버린 의권을 추도하는 의미로 촛불을 켜고 눈시울을 적시었고 그 촛불은 권역별 순회 집회를 이끌어내고 급기야는 여의도 투쟁 불꽃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여의도 집회의 단초가 부산에서의 촛불집회라는 생각을 하면서 촛불시위를 시작한 부산광역시의사회는 여의도 결의대회가 성공적으로 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집회준비를 시작하였다.
 
우선 차갑게 식어버린 회원들의 관심과 열기를 다시 되살리는 일이 시급하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번 집회만큼은 개원의만이 아닌 다른 직역의 회원들도 참가해야 한다는 생각에 회원들의 이해를 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회원들을 이해시키면서 결의대회 참가를 이끌어 낸다는 것은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기에 결의대회가 결정되는 순간 즉시로 집회준비를 계획하였다.

시간계획표의 첫 번째 과제가 회원들을 설득하기 위한 자료를 만들어야 하였는데 부산광역시의사회 상임이사 분들이 역할 분담하여 단시간에 충실한 자료를 만들어 주어서 첫 번째 과제를 무난히 준비할 수 있었다. 두 번째 과제는 개원의들에 대한 설득 작업인데 마침 2월 달은 구군의사회의 정기 총회가 각 구군의사회마다 열리는 관계로 그곳에 참석하여 지역회장님이하 전 임원들이 회원 설득에 나섰다.

다행히 회원들은 이미 본지의 지면이나 인터넷을 통해 사회주의화 의료에 대해 많은 우려를 하고 있었고 무엇보다 최근에 의료기관의 사정이 너무 나빠져 회원들은 예상보다 더 적극적으로 우리들의 설득에 동조하였고 구군의사회의 자체적인 노력이 더하여 단시간에 참여열기를 높일 수 있었다.

구군의사회 총회와 아울러 다른 직역에 대한 설득 작업도 병행하였다. 교수, 전공의들을 설득하기위한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되도록 많은 회원들을 직접 만나고 설득하곤 하였다.
 
4개 의과대학의 학장님과 병원장님, 그리고 교수협의회나 전공의들에게 참여복지 5개년 계획이 추구하는 사회주의화 의료에 대한 문제점을 설명 드렸고 의권투쟁에 대해 직역 간에 가지고 있는 전반적인 견해 차이에 대해 Q&A식으로 설명을 드린바 의견차이가 좁혀지며 22일 결의대회는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이후 실재로 의과대학 학장님들, 병원장님들, 그리고 교수협의회 대표님들은 약속하신대로 결의대회 참가에 필요한 구체적인 준비를 하고 있는 사실을 확인하였고 이런 사실을 확인하는 순간 나는 이번 결의대회에서 우리 지역만큼은 성공적으로 결의대회에 참여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참여숫자가 얼마가 되던 의과대학 교수들과 전공의 심지어는 일부 의과대학생들까지 자발적으로 참여한다니 모든 직역이 참가하는 결의대회라는 명분을 가진다는 것은 여간 큰 희망이 아닐 수 없었다.
 
집회를 준비하는데 있어 회원 독려 이상으로 많은 준비가 필요한 것이 집회 참가를 위한 제반 사항 준비이다. 부산은 지역적으로 서울과 멀어서 회원들의 이동수단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고 이른 새벽부터 출발해야하는 관계로 식사준비도 필요하다. 집회장소에서 필요한 피켓, 깃발 등도 준비해야한다.

그 중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가 많은 인원이 이동하는 관계로 구군의사회 및 특별 분회의 참석 회원 인원 파악이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인원이 파악되어야 교통, 식사, 비상연락망이 짜여질 수 있는데 결의대회 전까지 계속 구군의사회 총회가 열리고 개원의 외 타 직역 간담회가 계속 이어지니 간담회 이후에 참석하겠다는 회원이 점점 늘어나 참가 인원 파악이 결의대회 전날까지도 유동적이란 점이 준비 과정에서 가장 힘든 일이었다.

지역상 연로하신 회원님들이 이동하기에는 열차를 이용하는 편이 가장 좋다. 열차 편을 이용하려면 일주일전에 예약을 해야 하는데 인원 파악이 도저히 어렵다는 생각에 미치자 열차를 전세 내면 초과한 인원만큼 무리가 되더라도 승차시켜서 동료들끼리 조금씩 번갈아 앉아갈수도 있겠다는 생각과 우리들끼리 열차를 이용하면 오며가며 10시간이 넘는 시간을 회원들끼리 주어진 과제로 토론도 하고 직역간의 이해의 폭도 줄이고 가족들에게 아주 쉽게 결의대회의 취지를 설명해주고 식사도 공동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에 전세열차를 추진하자고 생각하게 되었다.

전세열차는 이 이외에도 영등포역까지 무정차로 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타고 갔던 기차를 그대로 타고 내려오니 집회 참석 때마다 도시락을 비롯한 구군의사회의 잡다한 짐들을 열차에 그대로 보관할 수 있다는 점 등 장점이 많았다.

그러나 전세열차의 가장 큰 장점은 전국의 회원들에게 용기를 준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땅을 가로질러 집회장소까지 바로 이어지는 투쟁열차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회원들에게 적지 않은 희망을 줄 것이라는 생각으로 전세열차는 이번 준비의 핵심이 되었다. 사무국의 노력으로 무사히 전세열차를 띄울 수 있었던 만큼 중간과정에 대한 설명은 하지 않겠다.

하지만 이 전세열차를 띄우기 위해 받은 스트레스와 중압감은 제대로 식사를 할 수도 없을 만큼 당시에는 괴로운 일이었다. 자칫 집회 상경이 어려울지 모른다는 생각에 나름대로 단단하게 각오를 한 것이 결과적으로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집회장에서 부산회원들의 집중력을 높이고 시각적으로 부산임을 확연하게 나타내고자 붉은색 조끼를 참가자 전원에게 입도록 하였다. 그 결과 열약한 집회장 물구덩이에 부산의 회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집회장으로 내려와 기차시간에 쫓겨 집회장을 철수하는 순간까지 대오를 잘 유지해 주었다.

"의권지킴이"라고 적힌 붉은 조끼를 입고 따뜻한 남도 출신으로 매서운 강바람과 추위에 벌벌 떨면서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부산회원들의 얼어버린 눈망울을 보면서 나는 우리들에게 밝은 미래를 스스로 쟁취할 기회가 아직 있다는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

한편 대외적으로는 영등포구 의사회 회원들이 투쟁열차가 자신들의 지역으로 온다고 그 추운 날 플랭카드를 들고 우리들을 환영해주었다. 풍물놀이 패를 보내주고 영등포역에서 대방역까지 안내도 해주며 혹시 있을지 모를 불상사에 대비해 영등포 경찰의 협조를 구해 대방역에서 여의도 집회장소까지 도로를 통제해주신 영등포구 의사회 회원들과 대한의협의 배려, 특히 영등포구 의사회장님이셨던 백경열 공보이사님께 감사드리고 싶다.

우리가 요청한 것도 아니고 자발적으로 이렇게 동료들을 위해주니 무엇이 두려울까하는 희망을 가지게 한 결의대회였다.
 
이제 집회는 끝이 났다.
집회는 단지 집회일 뿐이다.
이제는 우리가 집회 이전에 기획하였던 단계별 투쟁에 들어가야 한다.

의협 집행부에 바라는 것은 단계별 투쟁이 다소 추상적이고 명확하게 회원들에게 전해주는 이슈가 너무 약하다고 생각한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좀더 깊이 있는 판단으로 총선투쟁이건 입법투쟁이건 해주기를 바란다. 그러지 못한 투쟁은 조그마한 장벽에도 주저앉아 버리고 한번 무너지면 대책 없이 우왕좌왕하게 되는 것을 이전에도 여러 번 보아왔다.

"우리는 이전의 집행부와 다릅니다." 라는 자신에 찬 임원의 목소리는 일견 듣기는 좋았지만 그 말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아직 많은 점을 더 준비하고 파악해야한다는 솔직한 심정을 느꼈다.

회원들이 원하는 지도자란, 하는척하는 지도자보다는 하는 지도자를 원하고 다 알아서 하니 따라오라는 지도자보다는 왜 하는지 설득하려는 지도자를 원하고 힘들게 물구덩이에 내려온 회원들이나 먼발치에서 구경이나 하는 회원이나 어쩔 수 없다는 나약한 모습보다는 힘들게 상경하고 물구덩이에 주저하지 않고 내려선 회원들의 희망을 꺾지 않기 위해 사전에 이런 사태를 방지할 조치를 미리 취할 수 있는 사려 깊은 지도자를 원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알아야한다.

회원들에게는 투쟁에 나서라고 독려하고 투쟁자금을 모으고 결과적으로는 투쟁을 하지 못하고 협상인지 투쟁인지 모를 애매한 회무로 일관한다면 회원들이 받을 혼란과 충격이 얼마나 심각할 것인지 생각하여야한다.

나는 이번 집회를 준비하면서 과연 식어버린 회원들의 열기를 다시 일으킬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을 느꼈고, 집회에 참석하며 회원들의 참석열기가 바라던 바에 미치지 못해 절망을 맛보았고, 영등포구 의사회와 부산광역시 의사회 회원들의 눈빛에서 희망도 보았다. 이제 마지막으로 의협 집행부의 결단력 있고 추진력 있는 리더십으로 의사들의 미래가 밝아지기를 간절히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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