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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위기 의료법인 '퇴로' 열리나
경영 위기 의료법인 '퇴로' 열리나
  • 송성철 기자 medicalnews@hanmail.net
  • 승인 2023.07.18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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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지방법원 14일 지급 불능 부실 의료법인 '파산' 선고
의료법인 간 합병 허용한 의료법 개정안 국회서 2년째 발 묶여
이정선 변호사 "현행법, 자산 처분·합병 막아…기존 파산제도 활용"
인천지방법원 제1파산부는 17일 경영 불능 상태인 A의료재단에 대해 파산을 선고했다. [사진=pixbay] ⓒ의협신문
인천지방법원 제1파산부는 17일 경영 불능 상태인 A의료재단에 대해 파산을 선고했다. [사진=pixbay] ⓒ의협신문

법원이 경영 악화로 자금 지급이 불가능한 사태에 빠진 의료법인에 파산을 선고했다. 법조계와 병원계는 의료법상 자산 처분이나 인수합병이 어려운 의료법인에 퇴로를 열어준 판결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인천지방법원 제1파산부는 7월 14일 B병원을 운영한 A의료재단(의료법인)에 파산을 선고했다.

A의료재단은 2010년 경 인천 C시에 병원과 요양원을 개설했다. 그러던 중 법인 설립자이자 병원장인 D씨가 의료법 위반 등으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구속되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입원 환자와 요양원 입소자 수가 줄어들면서 매출은 반토막이 났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21년 의료법 제33조 제2항(무자격자 의료기관 개설 금지)을 들어 건강검진비용 환수를 통보했다. 건보공단은 A의료재단이 장기간 납부를 지체하자 계좌와 부동산 등을 압류했다. 2021년에는 아예 매출을 올리지 못하는 경영 불능 상태가 됐다.

A의료재단은 병원 경영이 불가능해지자 재산 처분 허가권이 있는 지방자치단체에 파산과 자산 처분을 문의했다. 지자체는 이렇다 할 해결책을 내놓지 않았다. 

현행 의료법 시행규칙 제54조(기본재산의 처분허가신청)는  의료법인이 기본재산을 매도·증여·임대 또는 교환하거나 담보로 제공하려는 경우에는 처분 1개월 전에 보건복지부장관 또는 시·도지사에게 제출, 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자체로부터 처분허가를 받지 못한 A의료재단은 지난해 10월 법원에 파산을 신청했다. A의료재단을 대리한 이정선 대표변호사(법률사무소 건우)는 "재단이 지속적인 지급 불능 상태에 놓여 있고, 자산을 처분해 채무를 변제하려 해도 지자체에서 허가하지 않아 파산을 신청할 수밖에 없다"면서 재판부에 파산이 불가피하다고 변론했다. 

인천지법은 7개월 만에 파산선고를 결정하고, 채권자집회 및 채권조사기일을 9월 18일로 잡았다. A의료법인은 파산관재인을 선임, 법인에 대한 실사를 거친 후 법인 소유 부동산 등에 대한 현금화 과정을 거쳐 채권자에게 배당을 진행하게 된다. 

"의료법인은 주식회사와 달리 지분 개념이나 경영권 개념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매각이나 인수 모두 어렵다"고 지적한 이정선 변호사는 "특히 2019년 의료법 제51조의 2에 의료법인 임원지위 거래금지 규정을 도입하면서, 이사 선임권을 부여하고 그에 대한 댓가를 지급하는 방식의 운영권 양도가 실질적으로 금지돼 한계 의료법인 거래는 실질적으로 불가능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정선 변호사는 "경영 위기에 놓인 의료법인의 회생 신청을 받아들인 경우는 많지만 파산 신청을 바로 인용한 경우는 드물다"면서 "지급 불능 상태인 의료법인의 자산 처분이나 합병이 어려운 상황에서 이번 판결은 기존의 파산제도를 활용해 탈출구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정선 변호사는 "이번 파산 선고에 앞서 수년 전 진행한 D의료재단 법인 파산 사건은 한계 의료법인에 대한 파산선고를 통해 법인을 정리하고, 채권자들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남은 재산을 타 의료법인에 기부해 본래 목적에 사용하도록 했다"면서 "한계 의료법인을 그대로 방치하면 지역사회의 흉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파산 절차를 통해 공정하고 깔끔하게 한계 의료법인을 정리하는 것이 사회 전체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라고 밝혔다.

2023년 3월 현재 의료기관 10만 827곳 중 의료법인은 1322곳에 달한다. 설립구분별로는 개인 9만 4807곳으로 가장 많고, 공립 3683곳, 국립 114곳, 학교법인 141곳, 특수법인 20곳, 종교법인 3곳, 사회복지법인 68곳, 사단법인 143곳, 재단법인 180곳, 회사법인 126곳, 소비자생활협동조합 119곳, 사회적 협동조합 53곳, 군병원 46곳 등이다.

저수가와 요양기관 강제지정제를 비롯한 규제 속에서 수도권 대형병원의 병상 확장 경쟁과 환자 쏠림 현상이 가속화하면서 경영난에 빠지는 병원이 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병원은 2020년 1515곳에서 2021년 1397곳으로 118곳, 같은 기간 요양병원은 1582곳에서 1464곳으로 118곳이 폐업했다. 

이정선 변호사는 "현행법상 의료법인의 운영권 양도는 막혀 있고, 법원의 회생 및 파산 외에는 마땅한 수단이 없는 실정"이라며 "의료법 제51조의 2에 대한 예외규정을 마련하거나 채무자 회생법에 특칙을 마련해 부정이 개입될 여지가 없는 의료법인의 운영권 양도와 합병을 허용함으로써 해산 절차 이전에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이명수 의원이 지난 2021년 4월 사립학교법상 학교법인 간 합병 규정과 유사하게 의료법인 간 합병을 허용하는 내용의 의료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으나 심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의료법인 간 합병 허용 법안을 놓고도 찬반 여론이 맞서고 있다. 

부실 의료법인을 정상화함으로써 근로자 대량해고와 환자 강제퇴원 등 사회적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찬성 입장과 대자본에 의한 의료법인 대형화 및 경쟁 촉발, 중소 의료법인의 대형법인 종속, 대형병원 환자쏠림 현상 악화, 일차의료기관 경영위기 가속화 등 반대 입장이 팽팽하다.

이정선 변호사는 서울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사법시험 합격 후 의료 및 파산회생 분야를 맡고 있다. 최근 예금보험공사와 함께 옵티머스자산운용㈜ 법인파산 관재인을  맡기도 했다. 2022년 2월 [의료법인 경영위기 극복 방안에 관한 법적 고찰](지도교수 김규완)로 고려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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