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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19 17:45 (화)
`혹시나'가 `역시나'로
`혹시나'가 `역시나'로
  • 오윤수 기자 kmatimes@kma.org
  • 승인 2000.06.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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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의테스트는 엉망이었다. 약국은 처방된 약을 준비하지 않아 환자를 앉혀두고 전화통을 붙들어야 했으며, 약값을 대신 내준다는 당근을 받고 참여한 환자들은 꿀먹은 벙어리가 돼야 했다.

객관적이고 중립적이어야 할 평가단은 의약분업의 장점을 홍보하는 홍보맨이자, 환자의 불편을 최소화 하면서 모의테스트를 성공적으로 치러내야 하는 안내 도우미로서의 역할을 하는데 급급했다.

분업 모의테스트 이모저모


“환자 대부분 분업 반대”
국립의료원

○…국립의료원에서 실시된 모의테스트에서는 약국에 약이 비치되지 않아 환자를 20∼30분간 기다리게 해 놓고 배송센터와 대형 약국에 긴급히 약을 수배하느라 부산.
정문약국은 인근 배송센터에서도 주사약을 구하지 못하자 국립의료원 조제실에서 약을 몰래 구해오는 기지(?)를 발휘하고도 모의테스트 취재를 위해 포진하고 있던 기자들과 평가반에게 “인근 배송센터에서 배달해 왔다”며 졸지에 국립의료원 약제과를 배송센터로 둔갑시키기도. 정문약국 약사는 일간 및 방송사 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환자의 처방전을 살펴본 후 “위장이 많이 안 좋은 모양이네요”, “어디 염증 있으세요”라며 스스럼없이 진단 행위를 하기도.
보영약국은 조제를 받기 위해 방문한 3명의 환자를 앞에 앉혀두고 3번 모두 인근 배송센터에 전화로 긴급히 약품 수송을 의뢰하는 모습. 환자들은 처방전을 제출한 후 평균 30분 가량 기다리면서도 평가반이 약값을 대신 내 주기로한 약속 때문인지 불평없이 지체하는 불편을 감수.

○…평가반 관계자는 객관적인 평가자 입장에서 벗어나 환자에게 의약분업의 장점을 홍보하는데 열을 올리는가 하면 사소한 오류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중립적인 입장에서 지켜보지 않고 앞장서서 문제 해결에 나서는 등 평가반인지 안내반인지 혼동을 주기도. 이 관계자는 “의약분업이 되면 돈을 더 내야 하느냐”는 환자의 질문에 “현재는 병원에다 진찰료와 약값을 모두 내지만 의약분업이 되면 병원에는 진찰료만 내고, 약값은 약국에 내면 되므로 본인부담금은 똑같다”며 처방료와 조제료 인상에 따른 환자 부담 상승 부분은 빼 놓고 설명. 평가반 관계자는 또 언론사 기자들에게 “5분만에 처방약을 조제하고 있다”며 “30분 걸리는 병원 외래 조제보다 빠르지 않냐”고 홍보.
모의 테스트 현장을 취재하던 모 언론사 기자가 “약에 관한한 약사가 전문가인데 오늘 처방된 약 중 과잉 처방은 없냐”는 질문을 던지자 약사는 “현재까지는 없다”고 의사 처방을 즉석에서 판정.

○…진찰을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던 김모씨는 “국민 투표를 해서 의약분업 찬성과 반대를 결정해야 한다”며 “대부분 환자들은 다 반대할 것”이라고 한 목소리. 본인을 49년생이라고 밝힌 최00 씨는 모의테스트 평가반에게 “정부가 너무나 빨리 의약분업 제도를 시행하려 하고 있다. 누구를 위해 의약분업을 실시하냐?”며 따지기도. 이에 대해 평가반 관계자는 “국민 건강을 위해 실시하는 것”이라며 “10년 후에 이 말이 진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

주먹구구식 테스트 失?Q
경기 안산

`중소도시'의 `중소병원' 안산제일병원에서 실시된 의약분업 모의테스트는 다른 지역의 다른 의료기관과 마찬가지로 `밀어붙이기식 의약분업'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모의테스트의 전제조건인 환자동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테스트 자체에 어려움을 겪은 가운데 아들 김모군(14개월)과 함께 테스트에 참여한 조모씨(여·27세)는 우선 약국까지의 이동에 불편함을 나타내고 과연 약국에서 처방대로 조제해 줄 것인가에 대한 불안감, 특히 아들의 약에 대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 조모씨는 또 주사제를 약국에서 사고 다시 병원에 와서 맞아야 한다는 말에 “괜히 왔다”며 불만을 토로.

○…150여m 떨어진 지수약국에서는 “처방약리스트와 구비가 늦어 눈에 익숙치 않다”는 약사의 고백과 함께 `20%포도당'도 구비되지 않아 배송센터에 주문하고 해독이 어려운 처방전에 대해 의사에 전화로 문의하는 등 부산한 모습을 보인 가운데 주문약 도착에 20여분 등 약국에서의 조제시간이 30분이상 걸려 환자들이 큰 불편을 겪기도. 1일 외래환자가 200여명인 안산제일병원 및 10여개 의원급의료기관의 인근 2개 약국중의 하나인 이 약국은 현재 1일 100∼150명분의 조제를 하고 있으나 분업이 시행되면 더욱 줄어들 것이라는 약사의 예상이 아니더라도 `대란'을 예견하기에 충분하다는 지적.

○…한편 모의테스트를 참관하기 위해 고려大 안산병원·대전성모병원·대구 서구보건소 등에서 관계자들이 참석, 큰 관심을 보인 가운데 대표성 없는 일부 지역·의료기관·환자를 선정해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된 모의테스트에 큰 의미가 없다는 반응. 복지부·보사연·보건산업진흥원·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평가반도 환자들의 동의가 없어 테스트가 지지부진하자 직접 환자들에게 동의를 구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나 환자들의 냉랭한 반응에 당황하는 한편 테스트 자체를 실적위주로 진행하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단순 실수인가…無知인가
경기 군포

○…군포시보건소와 함께 모의 테스트에 참여한 군포프라자약국 모 약사는 처방전 사용 방법을 환자에게 잘못 알려주는 실수를 저질러 참관하던 복지부 관계자가 황급히 나서 바로잡는 해프닝 연출. 이 약사는 환자에게 “처방전을 다시 가져오면 같은 약을 또 지어준다”는 말도 안되는 설명을 했는데, 이를 지켜보던 평가단과 기자들은 정말 단순한 실수인지 무지의 결과인지 의아한 표정.

○…시민단체 대표로 평가단에 참여한 군포 YMCA 직원은 의약분업 모의테스트에 대한 사전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듯, 내내 우왕좌왕 하는 모습을 보여 평가의 질을 의심케 하기도.
이 직원은 “중앙 YMCA에서 팩스로 보낸 간단한 지침서를 검토한 것이 사전교육의 전부”라며, `대체조제'가 무엇인지 물어보는 기자에게 “같은 약이 없으면 다른 약을 줘도 된다는 건가요”라며 반문. 결국 이 직원은 다른 사람의 평가서를 곁눈질하는 것으로 맡은 임무를 완수.

○…모의 테스트가 진행되는 도중 지역 주민들은 평가단원들에게 의약분업 시행 후 병의원 이용 절차를 묻는 등 큰 관심을 보였지만, 설명을 들은 후에는 병의원과 약국을 왔다갔다 해야 하는 불편을 예상한 듯 불만족스러워 하는 모습. 한 노인은 “약을 많이 먹어서 몸을 망친다면 먼저 약을 마구 팔지 못하게 할 일이지 왜 환자를 괴롭히냐”며 푸념.

불편한 다리끌며 왔다 갔다
충북 옥천

○…농촌지역 분업 실시 점검을 위해 옥천군 보건소에서 9일 실시된 모의 테스트는 65세이상 노인 환자 5명을 대상으로 실시.

○…진료 시작 30분 후 첫 테스트를 자원한 고혈압 환자 송창현(남·69)씨는 화이자의 노바스크를 처방 받고 인근 중앙약국에서 약을 구입. 약을 사기위해 15분 정도의 시간이 소모된 송씨는 “나이가 더 들고 날씨가 궂으면 많이 불편해 질 것 같다”며 우려.

○…이 날 관절염으로 내원한 이후남(여·71)씨는 대체조제와 주사약 처방을 모두 경험해 주목. 오전 10시 30분 진료실에서 진료를 받고 나온 이씨의 처방전을 팩스로 받은 중앙약국은 처방된 아주약품의 `포스칼'을 이씨가 물리치료를 받고 1시간이 지난 후 약국을 방문할 때까지 구하지 못해 결국 한미약품의 `칼시오'로 대체조제.
특히 한달 전 무릎에 고인 물을 인근 병원에서 제거한 이씨는 불편한 걸음으로 주사약을 구입, 다시 보건소를 가는 과정에서 25여분의 시간이 소모. 복약지도를 잘 받으니 좋지 않았느냐는 평가단의 질문에 “관절염으로 걸음조차 불편한데 주사약까지 사와 맞는 것은 잘못됐어”라며 가뿐 숨을 몰아 쉬기도.
〈기동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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