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8 19:59 (일)
[집중취재]PET와 MRI가 만날 때…세상이 바뀐다

[집중취재]PET와 MRI가 만날 때…세상이 바뀐다

  • 최승원 기자 choisw@kma.org
  • 승인 2004.09.09 00:00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PET와 MRI가 만날 때…세상이 바뀐다

뇌과학 중심국 부상 국가산업 새 성장동력 부푼 꿈
세계적 권위자 조장희 박사 영입 5년간 640억 투입


가천의대가 컴퓨터 단층 촬영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조장희 박사를 영입하고 독일 지멘스사와 합작해 꿈의 뇌과학 영상시스템으로 불리는 'PET-MRI Hybrid system' 개발에 나설 것을 선언했다. 특히 가천의대 길재단은 이 시스템 개발 프로젝트를 위해 5년간 최소 64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어서 프로젝트의 성공이 우리나라 뇌관련 의학과 의료산업의 질적인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를 낳고 있다.

가천의대의 이번 프로젝트는 좁게는 세계 최초로 PET(양전자단층촬영기)와 MRI(자기공명영상기)를 결합해 뇌세포의 분자과학적인 변화를 선명한 3차원 동영상으로 잡아낼 수 있는 'PET-MRI 기기'를 개발한다는 것에 맞춰져 있지만 넓게는 'PET-MRI 기기의 개발을 통해 한국을 뇌과학의 중심국으로 끌어 올려 국가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는다는 포부까지 염두해 둔 야침찬 계획이다.

꿈의 의료영상 기기 'PET-MRI Hybrid system'

PET-MRI Hybrid system은 의과학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기존의 PET와 MRI의 한계를 뛰어 넘는 기기를 만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가천의대는 이미 이 시스템의 개발을 통해 의과학적인 측면뿐 아니라 사회적인 측면, 의료산업적인 측면에 미칠 긍정적인 변화까지 전망하고 있다. 우선 의과학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이 시스템의 개발은 기존의 PET와 MRI가 가진 한계를 뛰어 넘어 유전자의 기능을 시각적인 영상으로 관찰해 유전자 이상을 조기에 발견, 암과 알츠하이머, 중풍, 파킨슨병 등을 발병 전에 치유한다는 개념이다. 그동안 MRI는 해상도가 높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세포의 분자과학적인 변화를 관찰하지 못해 질병의 증상이 어느 정도 이행된 후에나 이를 잡아낼 수 있다는 구조적인 한계가 지적돼 왔고 PET는 질병의 증상이 나타나기 전 세포에서 일어나는 미세한 분자과학적인 변화까지 관찰할 수 있으나 해상도가 떨어진다는 단점이 지적돼 왔다.

사회적인 측면에서도 PET-MRI Hybrid system 개발은 사회적인 손실을 크게 줄여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통계청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치매, 중풍, 파킨슨병, 뇌혈관 질환 등으로 부양자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노인이 62만명에 이르고 총 3조 4,000억원의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가천의대는 이번 이 시스템의 개발로 인한 질병의 조기발견으로 환자발생과 이로인한 사회적인 손실을 크게 줄여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의료산업적인 측면에서의 효과도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의료영상기기 세계시장의 규모는 연간 60억 달러 정도. 그러나 가천의대는 1차 프로젝트 완성의 시기로 삼고 있는 5년 후쯤이면 의료기기 시장의 규모가 100억 달러(치료시장 제외)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중 PET-MRI시장은 연간 20억달러 이상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판매에 따른 직접적인 효과 못지않게 PET-MRI기기의 개발을 통한 간접적인 이익도 클 것이란 지적이다. 우선 가천의대는 생산공장과 R&D센터의 근접에 따른 시너지 효과와 지멘스의 중국진출 교두보 확보를 위한 노력 등의 상황을 고려하면 PET-MRI 생산공장의 국내 유치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의료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로보트공학, 기타 뇌영상 기기의 연구·기술·생산과 판매에 미칠 긍정적인 파장 역시 무시못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약물을 투여했을 경우 세포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시각적으로 관찰할 수 있어 신약개발을 촉진하고 우리 제약업계의 발전에도 한 몫 단단히 할 전망이다.

이길여 이사장 의지 대단…개발자금이 관건

그러나 이번 가천의대의 'PET-MRI Hybrid system' 개발 프로젝트가 반드시 장미빛 미래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우선 5년 동안 640억원의 거금이 투입되는 만큼 안정적인 자금마련은 성공적인 프로젝트 완성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가천의대 역시 투자금의 안정적인 확보를 프로젝트 성공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로 보고 이 시스템이 의과대학 한 곳의 힘에만 의존해서는 안되는 사업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가천의대의 이런 바람에 대해 창립세미나에 참석한 김원기 국회의장과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 이석현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등 정치권과 재계의 강신호 전경련 회장은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정치권과 재계의 지원약속이 구체적인 이행방안없이 립서비스에 그친다면 프로젝트 사업은 뜻밖의 풍랑을 만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또한 1차 프로젝트가 끝나는 2010년 안에 PET-MRI 시제품 개발과 같은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못할 경우에도 지속적인 사업추진이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높다. 결국 많은 변수들이 도사리고 있는 이번 프로젝트의 성공여부는 크게 이길여 재단이사장과 조장희 박사의 활약에 달려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특히 조 박사가 맡고 있는 부분이 기술적인 부분이라면 이 이사장이 맡고 있는 부분은 종합적인 측면으로 이 이사장의 뒷받침이 사업 성공의 중대한 열쇠가 될 것이란 예상이다.

이 이사장은 한 월간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사글세로 시작한 산부인과병원에서 오늘과 같이 길의료재단을 일궈낸 것은 삶에 대한 열정이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는 "무슨 일이든 부정적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맡고 나면 정신없이 한다. 모든 것을 무에서 이루어 냈다. 부정적으로 생각한다면 하나도 쉬운 일은 없다. 깜깜한 정글에 부딪히면 밤이나 낮이나 이걸 어떻게 뚫고 나갈까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그러면 첫 새벽처럼 해답이 뽀얗게 보인다. 길이 보이면 손톱·발톱이 터지고 피가 나도 헤쳐나가는 거다"라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이날 창립세미나를 통해 "굵은 땀방울을 흘릴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에 최소한 5년 이내에 다시금 이자리에서 감사와 축배의 기회를 가질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의 뜨거운 열정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이제 그의 열정이 다시한번 시험의 과정에 들어섰다. 5년 후에 이 자리에서 그의 열정이 다시한번 참석자들의 감동을 불러 올 수 있을 것인가? 많은 참석자들 역시 이날 창립세미나를 보며 머리속에서 한번쯤 그려봤음직한 기대였을 것이다.

최승원 기자 choisw@kma.org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