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여의도결의대회 참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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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3.18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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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광준 원장(부산 안광준산부인과)
2.17 여의도 궐기대회!
비분강개한 4만여명의 의사들이 여의도 문화공원에 모여 단합된 모습으로 구호를 외치며 우리의 존경스런 의사 선배들이, 그리고 여의사까지도 삭발을 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결코 자랑스럽거나 기쁘지가 않았다. 정말로 부끄럽고도 수치스러웠으며 가슴을 도려내는 듯한 처연한 심사를 가눌 길이 없었다.

누가 이 나라 이 땅에 이런 엉터리 같은 의료보험제도와 의약분업 사태를 초래했는가!

우리 의사들은 당연히 연구실에서 중요한 의학논문을 준비하고 있거나 수술실에서 경각에 달린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수술하며 땀 흘리고 있어야 할 진대, 어째서 차가운 겨울날 여의도 광장에 모여 의사들에게는 어울리지도 않는 머리띠를 두르고 삭발까지 해가며 집단적으로 외쳐대야만 했던가!

우리 의료인들이 파업을 하고, 궐기대회를 하는 것은 파업을 위한 파업, 궐기대회 자체를 위한 궐기대회를 하기 위함이 아니다. 그 목적은 우리의 올바른 주장을 국민들과 언론에 정확히 알리고 그 결과로 보건복지부를 협상의 테이블로 다시 끌어내어 우리 의료계가 주장한 선진국형 완전 의약분업의 달성을 꾀하며, 잘못된 의료제도를 바로잡자는데 그 목적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와 복지부는 의료계와 다시금 진지하게 상의하고 수정할 자세는 버리고, 공정거래위원회를 내세워 우리 의료계를 겁주고 협박하려고 하고 있다. 공정위에서 대한의사협회에 7명, 병원협회에 5명, 서울시의사회에 2명의 직원들을 보내 공정거래법 위반협의를 포착하기 위해 방문조사를 시작했다는 것은 현재 전개되고 있는 우리나라 의료 전반의 상황을 크게 잘못 해석하고 있다는 말인 것이다. 수를 잘못 읽어도 한참 잘못 읽고 있는 것이다.

지금 현재의 의약분업 문제는 상거래 위반행위 쯤이나 일반 경제활동의 일부분으로 해석하여, 공정위에서 손을 댈 성질의 것이 아니다. 적어도 선진국인 미국이나 영국같은 나라라면 이런 중차대한 국가적 과제인 의약분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연히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나,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직접 나서서 달라붙어 해결을 시도했을 것이다. 그렇게해도 제대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공정위 수준에서 해결을 보겠다는 발상 자체가 아주 우스운 것이다.

이번 4월 총선의 최대의 정치적 쟁점이 무엇인가? 진정코 있다면 여야를 막론하고 얘기해 보라! 이번 총선에서는 어떤 특별한 외교적 문제도, 여야간 경제적 이슈의 차이점도, 대 북한 문제도, 여야간 별로 다를 것이 없는 상황이다. 사실 이번 4월 총선의 최대 쟁점은 의약분업 사태의 올바른 해법이 되어야 만이 마땅한데도 아둔한 정치인들과 복지부 관료들은 제 정신을 못차리고 현 상황을 똑바로 직시를 못하고 있다.

바로 이 의약분업 문제는 한낱 공정위에서 집적거릴 가벼운 사안이 아니며, 또 방문조사를 한다고 해서 겁 먹을 우리 의료계도 아니다. 의약분업 문제는 바로 현 정권의 명운이 걸린 중차대한 국가적 과제임을 깊이 깨달아야 할 것이다.

정부가 궐기대회나 집단휴진과 같은 파업의 사태를 빠리 종식시키고자 하는 바램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분명히 해결책을, 즉 진찰료 및 처방료의 대폭 인상(선진국 수준)과 함께 전문 의약품 대 일반의약품의 비율을 9:1 정도로 올려서 확실한 의약분업이 달성될 수 있는 실제적 방안들을 마련하여 진지하게 협상의 테이블에 다시 임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복지부가 이 중차대한 의약분업 문제를 미궁에 빠트리고, 궐기대회나 집단 휴진과 같은 과격한 사태가 오기를 계속 원한다면, 공정위를 동원하여 의료계를 협박하며, 검찰에 고발하여 궐기대회 주동자를 구속시키거나 혹은 계속적으로 의료계의 주장을 묵살하며, 아무일도 없는양 모른체 하며 시치미를 뚝 떼고 그냥 지나가면 될 것이다.

우리 의료인들이 2.17 여의도대회에서 삭발을 하고 구호를 외쳤다 하더라도 우리들은 역시 지성과 양식을 지닌 국민의 건강을 최후까지 책임지는 지고한 사명을 지닌 의사인 것이다.

우리들이 다시는 삭발을 하고 길거리로 몰려나와 구호를 외치는 일들이 우리나라 의료계에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역설적으로 우리들은 2.17 여의도대회를 강행하며, 눈물을 흘리며 삭발을 했던 것이다. 우리나라 역사상 4만이나 되는 의료인들이 길거리로 몰려아와 울반을 토하며 규탄한 적이 과거에 단 한 번이라도 있었던가!

이제 우리들은 결연한 의지를 밝힐 수 밖에 없다. 진정으로 우리나라의 의료제도나 국민의 건강을 염려하는 우리 의료계의 올바른 주장을 복지부가 계속 원한다면 우리들은 집단휴진과 같은 물리적인 호소책을 동원할 수 밖에는 없다.

집단휴진이 강행될 경우 이번에는 종합병원들도 다함께 기꺼이 동참해야 할 것이다. 열악한 동네의원들에게만 희생이 돌아가게 해서는 안된다. 2, 3차 종합병원들도 지정된 몇몇 당직병원을 제외하고는 응급실과 수술실을 제외한 모든 외래과들도 휴진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우리 의료인들은 하늘을 행해 두 손 모아 기도하는 심정으로 우리나라의 진정한 보건의료복지에 대해 염원해 본다. 우리나라의 모든 국민과 의료인과 약업인들이 손에 손을 맞잡고, 행복하고 살기좋은 선진의료한국을 건설해 나가는데 다 같이 한마음으로 힘을 합칠 지언정, 상심하고 원망하며, 우리나라의 잘못된 의료제도들을 한탄하며, 고국을 등지고서 머나먼 외국으로 이민을 떠나는 일들이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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