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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4-26 17:49 (금)
시론 위기가 곧 기회다

시론 위기가 곧 기회다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5.03.18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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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호 원장(서울 최수호신경정신과의원)

제가 의사가 된지도 어느덧 30년을 넘어섰으며, 언제 사회로부터 퇴출될지 불안한 마음뿐입니다. 더구나 세상이 하도 시끄러워 안타까운 마음에 몇마디 하고자 합니다.

요즘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면 말세가 온것같은 느낌이 들곤 합니다. 그 시대에 사는 사람은 자신이 살아온 그 당시를 말세라고 합니다만, 오늘날 우리의 삶은 정말 힘이듭니다.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믿을만한 지도자가 없고, 누군가 정말 국가를 위해서 일한다하더라도 믿어지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과거로부터 내려오는 우리의 전통사상은 무너진 지 오래고, 모든 분야에서 이기적인 행동이 난무할 뿐더러, 돈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세상이 되었습니다. 특히, 정치권 분야에서의 이기적인 행동은 극에 달하고 있습니다. 오늘같은 혼란이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전단계의 의미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서양문화의 쓰레기장이 되었습니다.

반면 오늘날 우리 의료계는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며, 그같은 사실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처절한 마음으로 두번에 걸친 결의대회를 결행했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우리들의 행동을 단지 의사들의 이기적인 집단행동으로 몰아세우려 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오해를 받기까지는 의사들의 잘못도 크다고 봅니다. 자기 영역에만 충실했을뿐 사회적 역할에 대해서는 등한히 했던 탓으로, 그동안 의사들은 자가자신만 알고 자신의 권위와 부만 누린다는 집단으로 사회적 낙인이 찍혀 온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알고보면 의사들은 자신의 일에 충실하였으며, 열심히 공부하고 연구하여 오늘날 우리나라의 의료수준을 세계의 선진국수준으로 올려놓았으며, 그것은 어디까지나 우리 의료인들의 노력의 성과입니다. 선진의료는 민간의료인의 노력의 결과였습니다. 그러나 국가가 간섭하면서부터 의료의 질은 떨어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의료보험의 실시로 전국민들로 하여금 병원에서의 진료가 쉬워진 잇점은 있으나, 제대로 된 진료를 받는데는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현재 종합병원에서는 2시간을 대기하고 1분 진료받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으며, 동네 의원에는 환자가 없어 폐업의 위기에 놓이게 되었고, 환자가 많다해도 병원 운영에 있어서 어려운 실정은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의료계가 이렇게까지 된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을것입니다. 그 이유와 해결방법을 제시하자면, 첫째가 의료전달체계의 문제입니다. 법적으로는 1차, 2차, 3차의료기관을 설정해 놓았으나 그것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번 기회를 통해 의료전달체계를 확실히 해야하겠습니다. 3차기관은 교육과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의료기관으로 다시 태어나도록 해야합니다.

대학병원은 입원환자중심으로 운영되어야 하며, 교수는 교수답게 연구와 교육위주의 제도와 그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방법을 찾아야합니다. 또한 1차기관은 환자의 진료를 통해 치료가 어렵거나 입원이 필요한 환자는 3차기관에 의뢰, 입원시켜 교수진과 함께 그 환자를 볼수 있는 attending system을 구축하는 방안을 강구해야한다는 생각입니다.

이것이 바로 선진국의 의료 시스템입니다. 이번 기회에 의료전달체계를 올바르게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여 우리 의료계는 그것을 제시하고 관철시켜야 합니다. 편법을 만들어서는 안됩니다.

예를들면, 3차의료기관은 일반환자 진료를 위주로 하도록하고 1, 2차의료기관은 의료보험 환자위주로 진료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면, 보험재정을 확보할 수 있고 대학병원 운영에 지장도 없을 것이며, 또한 사보험제도를 도입할 수 있을 것입니다.

두번째 이유는 의료수가 문제입니다. 정부가 적은 예산으로 의료보험을 운영하다보니, 의료수가를 낮게 책정할 수 밖에 없는 딜레마에 빠져있습니다. 선진국가들은 의료보험료를 우리보다 몇배 더 거둬들이고 있고, 의료수가 역시 우리나라의 몇십배를 지급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번 기회에 의료수가를 현실화 해야합니다.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정당한 것인데도 불구하고 그동안 정부의 힘에 눌려 묵살당해 온것이 사실입니다. 의료수가를 현실화할때까지 우리는 투쟁해야합니다. 또다시 정부의 압력에 밀리면 우리 의료인들의 미래는 어두울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의 요구는 지극히 정당한 것이며, 결코 의료수가만을 올리려는 목적은 아닙니다. 정부는 바닥난 의료보험재정의 현실을 국민앞에 솔직히 알리고 약속대로 보험재정의 50%를 지원하는 것이 해결입니다. 바로 이것이 개혁입니다.

세번째 의약분업의 문제입니다. 의약분업의 목적은 약물의 오,남용을 방지하는데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현재의 의약분업안으로는 결코 오, 남용을 막을수는 없을 것입니다. 현재의 정부안대로 실행한다면 대체의학과 비급여분야개발, 약사들의 임의조제 관행은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의약분업은 또한 현재의 우리나라 실정에 합당하지 않습니다.

의약분업이 아무리 선진의료제도라 하더라도 우리의 실정에 맞지 않으면 성공하지 못할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입니다. 현재의 의료관행은 천년의 의료역사속에 녹아있는 관행입니다. 그것을 일시에 변화시킨다는 것은 정치적 시행착오일 뿐입니다. 의와 약은 둘이 아닌 하나입니다. 의와 약을 분리해야 할 역사적 근거가 없습니다.

의약분업을 실시하기 위해서는 우선 국민소득이 2만불은 넘어야 하고, 의료보험료를 지금보다 몇십배를 더 낼 수 있는 여유가 있어야합니다. 선행되어야 할 문제는 약국에서 판매하고 있는 항생제, 스테로이드제재등, 약물남용과 관계있는 약품들을 의사가 처방, 판매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개혁입니다.

앞에서 지적한 세가지 문제는 상호적으로 맞물려 있으므로 어느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이번에 제기된 의약분업 문제는 의료전달체계와 의료수가 문제의 해결을 전제로 한 것이므로 이것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의약분업은 있을 수 없습니다.

의쟁투에 바랍니다. 우리 의료인들이 이토록 단결된 적이 일찌기 없었습니다. 이번에 우리의 의권을 찾지 못한다면 우리나라의 의료와 국민보건은 후퇴할 수 밖에 없습니다. 과거 사회주의 국가들의 의사들의 모습처럼 우리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는 민주주의국가에 살면서도 의료만은 유독히 사회주의체제로 가고 있습니다. 의료는 농산물과 같은 필수조건이므로 정부, 언론, 시민단체들 안에서 의료를 사회주의 체제로 묶어두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의료의 전문성과 특수성은 인정받지도 못하고, 책임과 의무만을 강요받고 있습니다.

우리의 의권을 찾기위해 우리 의사들은 하나같이 뭉쳐야 합니다. 따라서 의협은 우리의 투쟁을 계속 추진할 수있는 30~40대의 젊은 의사들로 운영되어야 합니다. 그동안 의협은 돈번 의사들의 자기 명예를 위한 놀이장에 불과했습니다. 위기가 바로 기회입니다. 이 위기를 기회의 발판으로 삼아야하며, 현 정부를 굴복시키지 않으면 우리의 의권을 찾을 수 없습니다.

끝까지 투쟁해야하며, 우리의 투쟁이 정부의 압력에 굴복당하면 의권과 국민보건의 미래는 어두울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의 투쟁이 성공하는 것이야말로 정부의 잘못된 태도를 바로 세우는 일이며, 민주주의국가의 올바른 정의를 실현하는 길입니다.

의권을 우리 손으로 찾아서 우리가 의료행위를 통제해야 합니다. 바로 이것이 의료개혁입니다. 우리 의사들은 의쟁투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습니다. 마음을 굳게 다지고 공권력에 맞서 투쟁하는 일만이 살아남는 유일한 길이므로, 패배주의에 젖어서 굴복하고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정부에 말하고 싶습니다. 쥐가 고양이에게 쫓길때 막다른 곳에 몰리면 오히려 고양이를 무는 법입니다. 우리 의사들은 이제 물러설 자리가 없습니다. 이제는 음성적인 수입(약품할증)마저 끊겨버린 실정인데도 그것을 도둑질한 것처럼 비난받아 왔습니다.
 
우리 의사들은 그것으로 연명하며 살아왔으면서도 의사라는 체면때문에 묵묵히 참아왔던 것입니다. 지난 2월 17일 결의대회 후, KBS-TV에서 방영한 의약분업에 대한 토론을 지켜보면서 개탄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열악한 조건의 의료보험제도속에서 경영의 어려움을 겪고있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의사들의 수입이 많은 것으로 이야기할때 참으로 슬픈 마음 뿐이었습니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우리 의사들은 현 실정에 침묵만 해왔을 뿐 아니라 우리의 방관자적인 태도와 '잘 되겠지'하는 막연한 정부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 의사가 정부를 올바로 이끌때가 되었습니다. 20년동안 참고 속아온 것만으로도 족합니다. 사회를 변화시키고 개혁한다는것이 옳은 방향이라면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

그러나 이번 의약분업의 개혁은 사회적으로 성숙되지 않은, 재정적으로 준비 안된, 이상만이 앞선 것입니다. 그 이전에 현재의 잘못된 제도, 즉 의료전달체계와 의료보험제도, 약사들의 임의조제 관행을 개선하는데 목적을 두고 추진하는 것만이 개악이 아닌, 진정으로 올바른 개혁입니다.

국민도, 의사도, 약사도 불편하지 않은 의약분업이 되려면 환자에게 선택권을 주는 방안을 모색해야만이 정부도, 의사도, 약사도 체면을 살릴 수 있는 길입니다. 국민건강에 대한 보건과 의료, 교육은 백년대계를 가지고 계획적으로 연구하고 실험해서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야합니다.

더이상 국민들이 실험의 대상이 될 수는 없습니다. 그동안 보건복지와 교육분야는 가장 빈약한 예산을 배정받아 왔음에도 좋은 정치적 선전의 도구로 이용되어 왔습니다. 우리나라는 한낱 정치인들의 욕망으로 인해 망가진 나라입니다.

항간에 우리나라 공무원들은 어느 한 장소에 도로포장을 한 후 얼마지나지 않아 전기공사를 한다고 같은 곳을 또 파헤치고, 얼마 후 하수도공사를 한다고 그곳을 또 파헤치는, 또한 선거철이 오면 잘된 포장도 다시하는 수준이니, 언제까지 이런 땜질정부의 하수인 노릇을 하실겁니까?

정권이 바뀌더라도 우리나라의 공무원들이 자긍심을 가지고 일관성 있게 일할 수 있는 복지국가가 빨리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정치적으로 흔들리지 않는 국민을 위한 공무원상이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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