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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의약분업 정부 책임

시론 의약분업 정부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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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3.18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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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돈규(부산 세브란스소아과의원)

이번 추석은 그리 반갑지 않았다. 간호사들의 보너스는 마이너스 통장으로 해결했지만, 해결기미가 보이지 않는 의권투쟁은 어떻게 될 것인지 걱정이 앞서고, 예전 명절의 풍요로움과 화사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너무 지쳐서일까? 아니면 우리의 투쟁이 정부의 강압과 장기전에 힘을 잃고 조금씩 무너져 가기 때문일까? 병원 구석에 쌓여진 반품해야 할 약들처럼 우리들의 나날도 반품될 어느 날을 위해 헝클어져 가고 있다.

울며 보채는 환아들에 짜증이 나기 시작하고 하루에도 몇번 이 의사직을 그만두면 무엇을 하고 먹고 살지를 생각하면, 이민이나 아니면 아예 국경없는 의사회에 봉사할까도 생각해 보지만 멀건 자식들 얼굴이 떠오르면 공허한 마음에 술자리만 늘고 있다.

의사들의 대규모 항의 집회는 장충체육관, 여의도, 과천, 보라매공원으로 4번째가 되며 전공의들의 집회나 의대교수 등의 집회까지 합한다면 그 수를 헤아리기가 힘들 정도다.

그러나 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하는 정부는 이런 의사들의 항의 시위에 의사들의 보완요구를 방금이라도 들어줄 듯 거짓말로 속이거나, 대화하자거나, 무슨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토론해 보자며 언제나 말로만 그럴듯하게 모면하려는 작태를 보여 의사들의 파업은 계속되고, 이에 불쌍한 국민들만 계속 불편속에 빠뜨리고 있다.

위정자들은 의사들의 보완과 국민들의 불만의 소리에 귀를 막고 그들이 가진 권력을 총동원, 남용하며 세무조사니 군대에 집어 넣겠다는 경박한 소리를 막해대며, 되지도 않은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감옥에 집어넣는 등 의사들을 탄압하고 인권을 유린하고 있다.

그러나 특히 젊은 전공의들의 논리와 의지가 그런 위협에 물러서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서야 진찰료를 9월부터 천원을 올려주며 이것이 마지막 양보안이라든지, 3세 이하 고열 환아 어쩌니 하면서 당근을 들이대는 야비한 행동을 하고 있다. 그런 행동들은 아마도 소, 돼지나 말처럼 말귀를 못 알아 듣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정치경력이 워낙 그런 바닥에서 굴러먹다 커온 것이기에 체질상 어쩔 수 없지 않아 한편 이해가 되기도 한다.

최근 남북 이산가족 상봉시 가족 당사자들은 물론 국민들은 자기 일처럼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그런 생이별에 직간접적으로 책임이 있는 일본, 미국, 러시아, 중국 등의 매스컴에서는 그런 눈물겨운 만남을 단지 화제거리로 보도하고 차후에 그들 국가 등에 미칠 영향만을 분석할 뿐 한민족이 다 같이 왜 그렇게 눈물을 흘리는지에 대해 진정으로 이해하고 반성하지는 않는 것 같다.

마찬가지로 최근 전공의, 전임의들의 파업으로 계속되는 의권투쟁을 정부는 단지 미봉책으로 전공의들의 처우 개선과 의료수가 인상만으로만 파악하려 할 뿐 진정으로 국민들을 위해서 사태해결에 나서려 하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 전공의들은 어용 시민단체들과 매스컴의 비난 속에서 파업의 당위성과 정체성에 갈등하고 어려운 생활속에서 피눈물 나는 투쟁을 하고 있다.

또 정부는 전공의들의 논리와 의지가 확고하자 장기전으로 들어가겠다는 대책아닌 대책으로 국민들에게 더 오래도록 불편을 참기만을 강요하고 병의원이 경영난으로 무너지고 의사 사회가 분열될 때까지 방관하고 있다.

그리고 아직 의사 사회의 의견수렴이 안되었다거나 대화 창구가 단일화 되지 않아 대화를 하기 힘들다며 마치 그들이 대화나 개선의 뜻을 가지고 있는 듯 속이며, 매스컴과 시민단체를 통하여 의사들을 비난하고 그들의 야비함과 무책임함을 교묘히 숨기고 있다.

진정 반성해야 하고 비난받아야 할 사람은 전공의가 아니라 매우 불편하고 국민의 호주머니 돈만을 울겨내고 비합리적인 엉터리 분업제도로 의료대란을 유발, 방기하고 있는 무책임한 정부이며, 정부의 의약분업안을 무조건 지지하고 정부의 사주대로 의사들을 욕하며 국민들을 호도하고 있는 시민단체와 매스컴이며, 점차 무감각해져 가고 비협조적이며, 기회주의로만 변해가는 일부 의사들이라고 생각된다.

한 의사로서 정치도 잘 모르면서 정치를 논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직분을 벗어난 과분한 짓이다. 그러나 의사도 사회 구성원의 한사람일 것이므로 관심을 가지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며, 사회가 혼란할수록 그리고 의사의 역할에 관한 문제일수록 오히려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며 참여하는 것이 사회적 책임과 역사적 사명에도 일조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정치에 대한 평가는 많은 평가기준이 있을 수 있느나 첫째, 가장 바람직하고 훌륭한 정치는 그 사회가 성숙되어 정치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정도의 태평성대에 이른 상태를 말한다. 그 다음의 정치단계는 정치가가 국민의 뜻과 사회적 요구를 미리미리 알아서 아주 조금의 계도와 간섭만으로 충분히 사회를 잘 이끌 수 있는 상태다.

그 다음은 정치 엘리트들이 리더십과 예견력으로 강력한 법과 제재를 통해 국민들을 이끌어 가는 정치이며, 가장 저급한 정치는 몇몇 정치가들이 국민과 사회적 합의를 받지 못하면서도 그들만의 명예와 이익을 위해 권력을 휘드르거나 독재적으로 정치를 펴는 것을 말한다.

훌륭하고 올바른 정치일수록 있는지 없는지 모르게 조용히 국민들의 합의가 이뤄지지지만 엉터리 정치는 국민과 사회의 합의를 받지 못하고 정책만 시끄러울뿐 심한 경우 이를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인권탄압이라는 무리수가 나타나게 된다.

최근 의약분업의 시행에 있어 정치와 정책이 어느 수준인지는 각자가 평가할 일이지만 아무리 후하게 점수를 준대도 높은 평가를 해주기는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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