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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2001 의료사고 동향

시론 2001 의료사고 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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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3.19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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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변호사(법무법인 한강)

최근 들어 의료사고와 관련한 소송이 급격히 늘고 있다 전국 43개 대학병원과 국공립병원을 대상으로 의료사고 분쟁 처리 결과를 조사한 결과 민.형사 소송이 1999년 58%에서 2000년 68%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각별한 주의 의무는 필수. 의료전문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최재천 변호사는 최근 의료사고의 동향과 올해 주목할만한 판례를 정리, 본지에 기고해 왔다 판례의 새로운 경향을 살펴봄으로써 다시 한 번 주의 의무를 강조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근대적 의료제도가 도입된 이후 의사의 잘못을 따지는 의료소송은 80년대 후반까지만 하더라도 1년에 100건을 넘지 못하였다. 이러한 것이 91년 128건이 접수된 이후 완만한 증가추세에 있다가 97년에는 399건, 98년에는 542건, 99년에는 508건으로 급속히 증가하는 경향에 있음을 사법연감의 통계자료를 통하여 알 수 있다. 시민의 권리의식 강화와 전문변호사의 등장에 따라 앞으로도 전문가의 책임을 묻는 소송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2001년 10월 2일 보건복지부가 1999년부터 2001년 6월말까지 2년 6개월 동안 전국 43개 대학병원 등에서 발생한 의료사고 분쟁 709건의 처리결과를 분석하여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국,공립 대학병원을 비롯한 대형의료기관(3차 의료기관)에서 합의보다는 민.형사소송이 급증하는 경향에 있음을 알 수 있다. 구체적으로 99년에는 58%가 2000년에는 68%가 소송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의료사고를 대하는 법관의 인식도 많이 변화되어 일도양단식의 결단보다는 당사자간 합의를 도출시키기 위해 노력하여, 그야말로 민사소송의 궁극적 목표인 분쟁의 원만한 해결을 시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얼마 전에는 대학병원에서 선천성 심장병 수술을 받다가 정신지체아가 된 임모양의 가족이 대학병원측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판사는 대학병원측의 잘못은 인정되지 않지만 "대학병원측은 딸의 정애상태를 평생 지켜보며 간호해야 할 부모들의 심정을 헤아려 인도적 차원에서 상징적인 액수만이라도 위자료나 위로금 명목으로 지급할 것을 당부한다"라는 권고문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현상은 법관들이 의사는 강자인 반면 환자는 약자라는 사고방식이 저변에 깔려 있음을 보여주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서울지방법원 민사 제15부(의료전담부) 김선중 부장판사가 얼마 전 펴낸 논문 '의료과오의 유형적 분석'에 의하면 의료소송에서 조정성공률은 41.5%에까지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는 일반 민사사건에서 조정성공비율이 10%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을 감안할 때 상당히 놀라운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의료소송에서 높은 조정성공률은 법원의 적극적 노력, 의사와 전문변호사로 구성된 조정위원회의 전문성에 대한 신뢰에 따른 것이라 볼 수 있다.
 
김선중 판사의 논문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조정위원이 과실을 부정하는 경우에도 법원은 의사의 잘못이 있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의사의 잘못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사고당시 실천되고 있는 임상적 의학수준이 그 중요한 기준이 되지만 이것이 전부일수는 없기 때문이다. 즉 의료사고에 있어서도 환자에게 발생한 손해를 우연한 사고로 볼 것인가 아니면 그 책임을 의사에게 돌리는 것이 타당한 것인가 하는 규범적 측면의 판단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의료법에서는 의료인의 자격과 면허에 관하여 규정하고, 일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 면허의 취소와 면허자격정지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 면허취소란 의사의 자격 자체를 박탈해 버리는 것이고 자격정지란 일정기간 동안 의사의 자격을 정지시키는 것이다. 면허취소라고 하여 운전면허처럼 다시 의사고시에 합격하여야만 의사면허를 재취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의료법 제52조 제2항은 의사면허취소의 원인된 사유가 소멸하거나 개선의 정이 현저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취소로부터 1년 또는 2년이 지난 후라는 조건하에 보건복지부장관이 면허를 재교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무상으로 면허재교부 업무는 보건복지부 보건자원정책과에서 관장하고 있는데, 과거에는 재교부가 잘 이루어지지 않았으나 현재는 신청이 있으면, 신원조회결과 특별한 하자가 없고, 추가위반사실이 없으면 재교부를 해 주고 있다고 한다.
 
의료법 제19조의 2는 태아성감별을 금지하고 이에 위반시 제52조 제5호는 면허취소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첫 아이로 딸을 출산하여 태아의 성별을 몹시 궁금해하던 산모가 있었다. 의사 甲은 정상적인 진료행위 중 태아의 성별을 알게 되었고 산모에게 "첫 애와는 다른데"라고만 말하였다.

의료법 위반으로 7개월간의 의사면허정지처분을 받은 甲은 국무총리 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제기하여 3개월로 감형받았다. 甲은 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면서 계속 다투었고 법원은 먼저 甲이 은유적이고 간접적인 표현을 사용했더라도 태아의 성별을 충분히 알 수 있도록 표현한 만큼 성감별행위에 해당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①성감별만을 목적으로 진료나 검사를 한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진료과정에서 태아의 성별을 식별하게 된 점, ②임부의 임신기간, 임부가 원하는 성별 등을 고려할 때 낙태의 위험이 없었다는 점, ③성감별의 대가를 받지 않은 점, ④병원을 쉬게 되면 기존에 진료받던 환자들의 불편이 예상된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甲에 대한 자격정지처분은 부당하므로 이를 취소한다고 판시하였다.
 
甲은 병원건물을 신축하는 과정에서 건설사가 부도나는 바람에 보층채무금 등 75억원에 이르는 빚을 떠 안게 되자 법원에 파산신청을 하여 파산선고를 받았다. 그런데 보건복지부장관이 甲의 파산을 이유로 의사면허를 취소하자 甲은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여 이를 다투었다. 1심은 甲의 손을 들어주었으나 2심 법원과 대법원은 파산선고가 있는 경우 의사면허를 취소하도록 규정한 의료법상 甲에 대한 의사면허취소처분은 정당하다고 판시하였다.
 
의사 甲은 미국에 유학까지 다녀온 사람으로써 만성피로증후군 전문의를 자처하며 내원하는 모든 환자를 만성피로증후군으로 진단하고 고가의 약품을 쓰면서도 의료보험적용이 안 된다고 하여 진료비를 과다징수하였다는 이유로 4개월의 의사면허자격정지처분을 받았다.

甲은 행정법원에 처분취소소송을 제기하여 다투었는데 법원은 먼저 만성피로증후군이 질병에 해당하는 이상 보험급여 대상이 된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다음 甲은 미국에서 만성피로증후군에 대한 부적절한 치료로 의사면허가 취소된 적이 있고, 의료보험연합회로부터 4억원 이상의 부당이득을 납부하라는 고지를 받은 점, 허위광고로 영업정지를 받은 적도 있는 점 등 여러 정황을 고려할 때 4개월의 의사면허정지처분은 정당하다고 판시하였다.
 
의료사고의 경우 업무상과실치상이나 치사죄로 규율된다. 그런데 일반수술비보다 고가인 특진수술비를 받고도 직접 집도를 하지 않고 동료의사나 다른 수련의에게 수술을 하게 한 의사는 사기죄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있다. 정형외과의 국내 권위자인 甲은 원장으로 근무하던 A병원에서 특진진료의 신청을 수락하고서도 수술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러함에도 甲은 특진진료비를 챙겨 법원에 의해 사기죄로 인정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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