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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의협 '용천참사' 지원 "큰 박수를"

시론 의협 '용천참사' 지원 "큰 박수를"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5.03.20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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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낙(아주남북한보건의료연구소 이사장·아주의대 석좌교수)

현재 북한의 의료 시스템이나 의료 환경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북한의 여러 사회 분야가 그렇지만 특히 보건의료 분야는 오래전부터 빈사(瀕死) 상태가 계속돼, 이번 참사에 북한 의료진의 자체적 역할은 크게 기대할 수 없는 극히 미미한 실정이다.


북한의 지방 진료소(보건소)는 물론 병원에서도 소독용 알코올, 수술용 바늘, 실, 칼과 더불어 수액 등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며 항생제며 각종 의약품 역시 태부족인 상황이다.

 
그동안 우리는 열악하기만 한 보건의료 환경 속에서 고통 받고 있는 북한 주민, 특히 고통에 시달리는 북녘의 환자들을 오래 외면해 왔다.

 
보기도 안쓰러울 정도로 영양 상태가 불량한 북한의 어린아이들을 여러 언론 보도를 통해 보면서도, 단지 북한 정치 권력자들에게 그 책임을 돌리면서 슬그머니 모르는 척하곤 했다.


혹자는 남한의 정치가들이 자신의 목적을 위해 북한에 '퍼주기'를 한다며 여론 몰이에 나셨고 그 결과 가장 큰 피해는 우리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였던 병들어 신음하고 있는 환자들에게 돌아갔다고 본다.

 
참담하리만큼 폐허로 변한 도시도 도시려니와 폭발사고로 인해 까만 숯 덩어리처럼 타 있는 어린아이들의 얼굴을 TV 화면을 통해 보면서 가슴이 미어지는 듯하였다. 벌써 시커멓게 딱지가 앉은 아이들의 얼굴은 심한 화상의 흔적이 역력한데, 식염수로 적신 거즈로 상처 부위를 덮어주는 화상 치료의 기본인 wound socking 치료나 항생제 연고를 발라준 흔적도 없다.


상처에 덮인 시커먼 가피(딱지)가 마치 가문 날 논바닥처럼 굳어 있으니 이차 감염으로 인해 Keloid와 같은 상흔이 나타날 것 같아 염려스럽다. 또한 사고 후 필수적으로 행해져야 할 파상풍 예방주사 역시 엄두조차 못 내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니 그저 가슴이 답답해진다.

 
여기에 대한의사협회가 중심이 되어 국내 6개 의료 단체가 이번 용천 대 참사에 의료진과 함께 의약품 및 여러 의료용품들을 보내기 위해 앞장섰다고 한다. 비교적 발 빠른 순발력을 보여준 대한의사협회장에게 진심으로 감사와 박수를 보낸다.


고대 그리스의 히포크라테스 때부터 강조되어 온 의사의 본분이란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닐까. 환자를 돌봄에 인종, 종교, 국적, 정당, 소속을 초월하여야 한다는 것이야말로 의사의 본분이다. 의사는 정치나 사상을 초월하여 누구에게나 하나뿐인 생명을 지켜내는 데 앞장서야 한다.

 
혹자가 정치적 시각에서 다른 말을 하더라도 우리는 의사이기에 고통에 신음하는 환자를 돌봐야 하며, 또한 의사이기에 우리의 손길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곳으로 달려가야 한다.


아울러 바라건대, 이번 일을 기회 삼아 국내 의료계는 북한 땅에서 질병으로 고통 받고 있는 동포들을 지속적으로 돕는 일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 돕기 운동이 그저 일회성의 값싼 온정주의로 우리 사회에 비추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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