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 10차례 회의의 허구

의료법 10차례 회의의 허구

  • 이현식 기자 hslee03@kma.org
  • 승인 2007.02.07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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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법 개정안은 의사협회가 참여한 실무작업반에서 10차례 회의를 거쳐 마련한 것이다. 왜 이제 와서 딴소리를 하는 거냐."(보건복지부)

5일 보건복지부가 의료법 개정시안을 공개하고 강행 의사를 밝혔다. 3일 의협이 임시대의원총회에서 의료법 개정안을 전면 거부키로 하고, 11일 전국 회원들이 참여하는 궐기대회를 열기로 한데 대해 정면 반격한 것이다.

복지부는 "통상의 정부입법절차와 달리 추가로 10차례 회의까지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충분한 협의과정을 밟았다"며 생색을 내고 있다. 또한 친절하게도(?) 언론에 '의협이 제기하는 5대 쟁점 설명 자료'를 별도로 배포했는가 하면, 의료계에서 요구한 21개의 사항을 반영했다고 떠들어댔다. 정말 그럴 듯하다. 하지만 지난해 8월부터 이 사안을 계속 취재해온 기자가 보기엔 정치인 뺨치는 권모술수이자,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

한번 따져보자. 실무작업반 회의, 10번 하긴 했다. 그러나 법 개정안 전체를 놓고 10번 토론한 게 아니다. 회의 운영방식을 정한 1차 회의를 제외하면, 2차 회의부터 8차 회의까지 전체 120여개 조항을 7번으로 나눠 한 번씩 검토했을 뿐이다. 그리고 워크숍 형식의 9차 회의에서는 경만호 당시 의협 의료법개정대책위원장이 항의 표시로 퇴장했다.

문제조항인 '유사의료행위 허용'(안 제122조)의 경우 원래 예정에도 없던 10차 회의가 급조되면서 뚝 떨어진 것이다. 따라서 충분한 협의는 커녕 의협 등 각 단체의 의견을 확인하는 것만도 벅찼다.

복지부는 매번 회의 2~3일 전에야 개정안 내용을 각 단체들에게 보내 내부의견을 수렴할 시간조차 주지 않았다는 점은 이미 본지 지난해 12월 7일자 기자수첩에서 밝힌 바 있다.

특히 지적하고 싶은 점은 복지부의 무리한 '비공개' 요구다. 복지부는 실무작업반 회의는 물론 지난달 20일 의협에서 개최한 토론회조차 공개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나중에 공청회나 토론회를 추가로 열어 의료계 전반의 의견을 취합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이 때문에 그동안 기자가 관련 기사를 쓰기라도 하면 당장 복지부에서 의협에 항의전화가 오곤 했다. 그랬던 복지부가 이제 안면몰수하고 신의료법 '굳히기'에 나선 것이다. 의료계와 복지부 간 신뢰에 난 흠집은 당분간 아물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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