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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환자 대상 대규모 연구 중단

당뇨병환자 대상 대규모 연구 중단

  • 신범수 기자 shinbs@kma.org
  • 승인 2008.02.11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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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정부...혈당 낮추니 오히려 사망 늘어
"당뇨 관리에 근본적 의문 제기"…전문가들 당황

당뇨병 환자의 혈당 수치를 정상인에 가깝게 낮추고 그 효과를 보기 위해 진행중이던 대규모 연구가 전격 중단됐다.

혈당을 크게 낮췄더니 오히려 사망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혈당 관리에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하던 당뇨 전문가들이 크게 당황하고 있다.

공격적 혈당관리…치명적 심근경색 증가

ACCORD(Action to Control Cardiovascular Risk in Diabetes)란 이름의 이번 임상연구는 혈당·혈압·지질 등 세 분야로 나뉘어 있는데 혈당 부문만 중단되고 혈압과 지질 부문은 2009년까지 계속 진행된다.

당뇨 부문은 혈당치를 가늠하는 당화혈색소(A1c)를 인슐린 및 각종 약물과 생활요법을 이용해 정상인에 가까운 6% 이하로 내리는 '공격적 전략'과, 학계가 권고하는 수준인 7% 내외로 유지하는 '덜 공격적' 전략을 비교하고 있었다.이 연구는 2001년부터 1만 251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제2형 당뇨병을 관리하는 최적의 전략을 찾기 위한 노력으로, 공격적 방법이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심혈관계 사망을 줄일 것이란 점을 증명하기 위해 시행됐다.

하지만 결과는 전혀 예상 밖이었다.

중간분석에서 공격적 전략 환자들은 1000명 당 14명 사망했고 덜 공격적 그룹은 1000명 당 11명 사망했다.

미국국립보건원(NIH)의 NHLBI(National Heart, Lung, and Blood Institute)는 7일 1년 남짓 남은 연구를 중단시키고 공격적 전략에 속한 환자들을 덜 공격적 전략으로 이동시켜 치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혈당을 더 떨어뜨리는 것이 왜 사망 증가로 이어졌는지 연구자들은 뾰족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다만 "1000명 당 50명이라는 고위험군 당뇨환자의 일반적 사망률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치"라며 "이번 연구를 확대 해석해 치료를 중단하는 환자가 없도록 해야 한다"고 연구 중단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밝혔다.

하지만 주요 외신에 코멘트를 게재한 전문가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미당뇨협회(American Diabetes Association)의 리차드 칸 수석 과학·의학이사는 "매우 심각하고 실망스럽다. 치료가 얼마나 공격적이어야 하는가 현재로선 알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제임스 도브 미심장학회(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 회장도 "우리는 지난 50년간 혈당을 낮춰야 한다는 이야기를 해왔다.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은 매우 혼란스럽고 성가신 일이다"고 했다.

50년간의 믿음 흔들리나

연구 대상은 평균 62세의 고령으로 당뇨를 10년 이상 앓았고 고혈압·지질 혹은 흡연 등 위험인자를 2개 이상 가졌거나 확립된 심질환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심혈관계 질환이 발생할 수 있는 고위험군 환자들로 전체 당뇨환자의 10%에 해당한다.

실제로 두 그룹에서 발생한 사망의 절반은 심근경색 등 심혈관계 질환 때문이었다. 공격적 전략은 심근경색 발병 자체는 줄였지만 사망자 수가 많았다. 일단 발생하면 치명적이었다는 이야기다.

결과가 이렇게 나오자 당뇨약 '아반디아'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아반디아가 심근경색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기 때문이다. 공격적 전략에 속한 환자들은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아반디아를 더 많이 복용했다.

연구진들도 이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별도 분석을 실시했다. 하지만 아반디아 혹은 특정 약제가 사망증가와 직접적인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연구자 중 한 명인 콜럼비아 대학의 윌리암 프리드월트는 말했다. 

NHLBI의 수장인 엘리자베스 네이블 역시 "특정 약제나 약물 병용요법 때문은 아니다"고 말해 이번 사건이 약물 이슈로 확대될 공산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A1c라는 중간 표지자에 대한 신뢰성이 깨진 것이란 의견도 제기됐다.

대런 맥과이어 당뇨 전문의(텍사스 사우스웨스턴 메디컬 센터)는 "A1c 7%를 달성하는 것이 신경손상이나 신장기능에는 도움을 주지만 심근경색 위험 감소에는 증거가 제한적이다"고 말했다.

이를 입증하려던 시도가 ACCORD 연구이지만 대규모 연구에서 부정적인 결과가 나옴에 따라 A1c의 가치에 대한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맥과이어는 "ACCORD가 보여주는 것은 더이상 이런 중간 표지자들에게 완전히 의존할 수 없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재까지 나온 결과에 근거할 때 확립된 당뇨병을 가지고 있고 혈당이 제대로 조절되지 않으며 다중 위험인자를 가진 고령환자의 경우 A1c 목표치를 7.5% 수준으로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네이블 씨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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