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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이트를 탄다 나는 아름답다

스케이트를 탄다 나는 아름답다

  • 신범수 기자 shinbs@kma.org
  • 승인 2008.02.13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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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아홉번째 김종구 원장

2004년 동계 전국체전 쇼트트랙 1000m 결승전. 전주의 평범한 의사 김종구 원장(전북 전주·김종구내과의원)이 얼음판에 왼손을 올려놓고 몸을 비스듬히 누인 채 시속 60km의 속도로 트랙을 돌고 있다. 현재 순위는 2위. 그의 앞에는 한국 쇼트트랙의 신화 '김동성'이 달리고 있다. 의사가 쇼트트랙이라는 '난이도 센'운동을 한다는 것도 특이하지만, 당대 최고의 선수를 바짝 좇고 있는 당시의 사진 한장은 은메달을 목에 건 김 원장을 그 해 전국체전의 사실상 MVP로 만들었다. 이 후 4년. 김 원장은 어떻게 됐을까.

 

그동안 김동성 선수는 은퇴했지만 김종구 원장은 여전히 트랙을 돌고 있다. 하지만 '김동성 사건' 이후 별다른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유명세 이후 슬럼프에 빠진 것일까?

김 원장은 해마다 전국체전에 참가하고 있지만 매번 준결승에서 고배를 마셨다. 몇 년전부터 실업팀이 많이 생기고 소속 국가대표들이 전국체전에 참가하기 시작한 것이 이유다. 더불어 김 원장과 같은 아마추어들의 결승 진출과 메달 획득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그렇다면 2004년 은메달은 그냥 시기적으로 운이 좋았기 때문이었나? 그렇진 않다. 김 원장은 계속 진화하고 있다. 2004년 김 원장의 트랙 한바퀴 주파 기록은 10초 23이었다. 국가대표 선수들이 8초 후반대다. 김 원장의 현재 기록은 9초 80이다. 100m 달리기와 비슷하게 10초 대에 진입한 김 원장의 기록은 아마추어로서 대단한 성과다.

게다가 30대 후반에 운동을 시작했고 올 해 45세인 그가 20대 초반의 국가대표 선수들과 1초 내외의 승부를 펼치고 있다는 것은 매우 인상적인 일이다. 쇼트트랙이 단거리 육상과 같이 순간적인 폭발력, 순발력 및 균형감각을 요구하는 매우 '집약적인' 운동이란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메달 획득도 기록 갱신도 김 원장이 생각하는 쇼트트랙의 핵심은 아니다. "저의 최종 목표는 처음 쇼트트랙을 시작할 때 머리속에 그렸던 아름다움.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스케이팅의 아름다움을 완성하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현존하는 최고의 쇼트트랙 선수인 안현수 선수가 그에게 일종의 롤모델이라고 말했다.

쇼트트랙이란 운동이 본인에게 어떤 의미이냐는 질문에서 김 원장은 조금 더 어려워졌다. "일체법무아(一切法無我). 내가 없어지면 모든 물체, 모든 것이 그대로 아름다워진다. 아름다운 것은 어렵다. 역경 속에 자신을 몰아넣고 성숙시켜 아름답게 만든다. 그러지 않으면 나는 편안함과 안락함에 머문다. 이것은 모든 것을 빼앗아 간다."

쇼트트랙[short track]

<운동·오락> 실내 트랙에서 하는 스피드 스케이트 경기. 또는 그 트랙. 한 바퀴의 거리가 111.2m인 짧은 링크에서 경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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