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산업화 추진방향은?
의료산업화 추진방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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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2.18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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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훈(동아일보 기자)

'의료서비스의 산업화.'

연초부터 이 말이 의료계에서 분주히 회자되고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일부 경제 신문에서도 의료산업화와 관련된 시리즈물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기획기사들의 요지는 대부분 비슷하다. 의료서비스에 대해 산업적으로 접근하면 엄청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에 국내 제도 등 환경에 대한 정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의료서비스의 산업화는 어제오늘 시작된 얘기가 아니다. 의료기관의 영리법인 허가와 맞물려 참여정부 들어서 논란이 팽팽했던 사안이 아닌가. 그런데도 요즘 특히 이 얘기가 많이 거론되는 까닭은 아마도 차기 정부의 '시장주의 이념'에 대한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대한의사협회는 너무 상업적인 측면에 치우치지 않는다면 암이나 심장질환, 장기이식 등 경쟁력 있는 분야에서 고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도록 협조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병원협회는 여기에서 몇 발자국 더 나갔다. 병협은 미국인 5000만 명을 국내 병원으로 유치하겠다는 내용의 '5000만 프로젝트'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제출했다. 물론 나름대로 근거는 있다. 현재 3억 명의 미국인 중 공보험과 사보험에 가입하지 못해 의료 사각지대에 있는, 이른바 '의료 빈민층'이 5000만 명이라는 것이다. 이들을 국내 병원에 유치하면 돈도 벌고 나름대로 명분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병협의 뜻대로 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왠지 황당한 전략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차분하게 이 논쟁을 처음부터 들여다보자.  

대한네트워크병의원협의회 등 의료산업화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무엇보다 의료기관의 영리법인화 허용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영리법인의 형태일 경우에만 병원에 충분한 투자가 이뤄질 것이고, 그래야만이 의료서비스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국내 의료법에서는 영리법인이 허용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수익을 목적으로 한 투자는 불가능하다. 해외에서 환자를 유치하는 것도 불법이다. 의료법 27조 3항에 있는 '환자 유인 알선 금지' 조항 때문이다. 정부는 해외 환자에 한해 이 조항의 적용을 예외로 할 것을 추진하고 있지만 의료법 개정이 국회에서 무산됨으로써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의료기관의 영리법인 허용에 대해  보건의료시민단체는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 단체들은 국내 복지 수준이 선진외국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의료산업화를 시행하면 국민의 피해가 커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병의원이 수익을 염두에 두면 국민의 의료비 부담이 커질 뿐만 아니라 제공받는 의료서비스의 품질 격차가 소득 수준에 따라 너무 커진다는 지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민단체들은 먼저 국민의 '치료받을 권리'를 제도적으로 보장한 뒤에 의료산업화를 추진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이처럼 의료서비스의 공공성을 가장 강조하고 있다. 사실 필자도 급격한 의료산업화가 이뤄질 경우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의 냉정한 판단과 정책결정이 중요한 것이다.

의료서비스의 공공성과 영리성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사실 그 어느 쪽도 포기해서는 안 될 영역이기 때문이다. 만약 공공성이 강한 병원과 서비스 산업적 성격이 강한 의료기관으로 이원화하면 어떨까? 공공성이 강한 병원에 대해서는 세제혜택 등 정부 지원을 강화하는 대신 영리를 추구하는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투명한 경영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다.

이 경우 의료기관에 선택권이 주어지게 된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성공하려는 의료기관은 영리법인을 택하고, 공익적 기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의료기관은 공공성이 강한 병원을 운영하면 된다. 소비자도 이점이 있다. 의료기관의 경쟁이 치열해지면 가격이 떨어지지 않겠는가.

의료산업화의 첫 단추는 잘 꿰어야 한다. 차기 정부의 명쾌한 판단을 기대해 본다.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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