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낙태 - 어떻게 줄여갈 것인가?
시론 낙태 - 어떻게 줄여갈 것인가?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8.02.25 09:18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김소윤(연세의대 교수 의료법윤리학과)

2005년 한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시행된 낙태의 추정건수는 약 34만 건이라고 한다. 2004년 한 해 출생아수가 약 47만 명 정도였던 것을 감안하면, 한 해 출생하는 신생아 수약 78% 정도에 해당하는 태아가 임신되었다가 태어나지 못하고 죽어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법에서는 낙태문제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가. 형법 제269조와 270조에서는 다음과 같이 낙태에 대하여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의료인의 경우 형법에 의한 처벌을 받게 되면 의료법 제8조제1항과 제65조제1항에 의하여 면허취소까지 당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낙태로 인한 처벌건수는 연간 한 두건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이는 모자보건법 제14조에서 형법의 낙태죄에 대한 다섯 가지 예외규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다섯 가지 예외규정은 ▲본인 또는 배우자가 대통령령이 정하는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 본인 또는 배우자가 대통령령이 정하는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강간 또는 준강간에 의하여 임신된 경우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간에 임신된 경우 ▲임신의 지속이 보건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심히 해하고 있거나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등이다.

그런데 2005년 조사에서 낙태 사유를 조사한 결과 모자보건법 제14조1항의 사유가 아닌 '사회적 적응사유'로 인한 낙태가 매우 높은 비중을 자치하고 있다. 낙태 34만 건 중 약 60%가 기혼, 40%가 미혼에서 시행되었는데 기혼의 경우 더 이상 자녀를 원하지 않아서가 70%, 경제적인 어려움이 17.5%였고, 미혼의 경우 미성년자 혹은 혼인상의 문제가 93.7%를 차지하였다.

OECD 회원국 29개 국가 중 22개 국가가 모체건강·강간과 근친상간·태아이상·사회경제적 사유에 의한 낙태를 허용하고 있고, 이 중 16개 국가가 본인요청에 의한 낙태까지도 허용하고 있다. 다만 대부분의 나라들이 낙태가능 주수를 제한하고, 낙태를 하기 위해서는 상담 등의 절차가 만들어져 있다. 15~44세 여성 1000명당의 인공임신중절률을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가 29.8(2005년)로 미국 21.1(2001년)·호주 19.7(2003년)·영국 17.8(2004년)·캐나다 14.9(2002년)·일본 13.4(1995년)에 비하여 높다. 미국·캐나다의 경우 특별한 법적 제약 없이 여성의 요청이 있으면 낙태를 할 수 있고, 호주의 경우도 2명의 의사의 상담 하에 낙태를 합법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영국과 일본도 사회경제적 사유를 인정하고 있다.

최근 저출산 문제로 인하여 낙태율을 낮추기 위한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그렇다면 낙태율을 줄이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법과 현실의 차리를 줄이기 위해서 어떠한 노력을 하여야 하는 것일까. 낙태의 원인에서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회적응적 사유에 대하여 법률적으로 엄격하게 금지할 것인가. OECD의 대부분의 국가들처럼 이러한 사유에 대하여 허용하되 상담 등의 절차를 만들 것인가.

일부에서는 사회적응적 사유를 인정하는 것이 낙태를 자유롭게 허용하는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그러므로 사회적응적 사유는 법적으로 금지하면서 상담의 절차를 만들자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사회적응적 사유로 인한 낙태가 금지되어 있는 경우 상담을 하고 나서 낙태하지 않는 경우는 별 문제가 없지만 낙태를 계속 원하는 경우 범법자로 처벌할 수 밖에 없으므로 상담절차를 제대로 운영할 수 없다. 즉 공식적인 상담절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회적응적 사유를 합법화시킬 수 밖에 없다.

또 일부에서는 낙태시킬 수 밖에 없는 사유들을 사회적으로 같이 해결해 주려는 노력을 먼저 하고 법 개정은 후에 논의하자는 의견도 있다. 즉 청소년이나 미혼의 임신에 대한 사회적 시각을 바꾸고 교육 기회 마련 등 실제적인 지원책들을 마련해 주고 기혼의 임신에서도 여성과 가정의 양육에 대한 부담을 사회가 덜어주기 위한 노력을 먼저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러한 노력들을 사회적으로 해 나가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가 된 후에 법을 고치는 논의를 하자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법과 동떨어진 현실을 언제까지 방치해 둘 것인가. 법개정의 논의 과정 중에 이러한 사회적 노력에 대한 논의가 같이 이루어지는 것이 문제를 더 합리적으로 접근하고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현실과 동떨어진 모자보건법 제14조의 제1항제1호와 제2호를 삭제하고, 태아가 태어나자마자 죽을 수 밖에 없을 정도로 심한 질병이 있는 경우를 추가하자는 의견에는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적 적응사유를 추가할 것인가 하는 의견에 대해서는 사회적으로 찬성과 반대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향후의 논의과정에서 충분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여 의견을 수렴해 나가면서 낙태를 줄이기 위하여 법개정과 함께 사회에서 준비해야 할 사항들이 또 무엇이 있는지도 함께 고민해 나가야 하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