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제비 소송 막아야 한다
약제비 소송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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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2.25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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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훈(동아일보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개인의원들 사이에 집단 민사소송이 터질 조짐이 보인다.  

소송까지 거론될 정도로 양측의 갈등을 고조시킨 발단은 바로 원외 처방된 '과잉 약제비'다. 여기에서 말하는 과잉 약제비는 매우 복잡한 개념이다. 실제로 과잉으로 처방된 것일 수도 있고, 정부의 정책이 '과잉'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만약 이 소송이 실제로 발생한다면 사상 최대의 의원이 피소되는 사태가 발생하게 된다. 전체 금액으로는 1억2000여만원으로 규모가 크지 않지만 1347개의 의원을 대상으로 한 소송이 되기 때문이다. 의료계가 발칵 뒤집힐 가능성도 없지 않다. 왜 이 지경이 됐는지 좀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다.

의사들이 모든 진료행위에 대해 건강보험 적용 여부를 달달 암기하고 있을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약에 대해서도 때로는 건보적용이 되는 경우가 있다. 환자는 처방전을 들고 아무 생각 없이 약국에서 약을 산다. 약국도 별 의심하지 않고 건강보험이 적용된다고 믿을 것이다.

그 결과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약을 환자는 싼 값으로 산다. 환자는 비싼 약을 싸게 살 수 있으니까 좋다. 그러나 건강보험 재정이 대신 나간다. 건강보험공단은 "왜 우리가 그 돈을 부담해야 하느냐"며 볼멘소리를 낸다. 건보공단은 결국 '과잉진료'를 했다며 의사에게 책임을 떠넘긴다.

의사 입장에서는 억울할 것이다. 처방 내용을 바로 체크해 건보 적용 여부를 알 수 있는 시스템이 없지않은가. 그런 시스템이 있어야 의사들이 부당한 피해를 입지 않을 것이다. 이런 후진적 의약 시스템의 또 다른 한 축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아무 말도 없다. 자신들은 심사만 할 뿐이니까 의사와 건보공단이 알아서 하라는 것 같다. 너무 무책임한 태도다.

이미 대형병원들은 건보공단의 과잉 약제비 환수가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 내용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처구니가 없다. 약제비 환수의 규정이 건강보험법이 아니라 민법이기 때문이다.   

원래 건보공단은 국민건강보험법 52조 '병의원이 부당이득을 취할 경우 이를 환수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과잉약제비'를 환수해 왔다. 그러나 2005년 9월 한 개원의가 약값 추징이 부당하다며 건보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대법원이 "건강보험법 52조가 약값 추징의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최종판결을 내렸다.

보건복지부와 건보공단은 이에 따라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끼친 사람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민법 750조를 꺼냈다. 이 법에 따라 해석한다면 의사들은 고의 또는 과실로 약을 과잉 처방함으로써 건강보험 재정에 손해를 끼친 것이 된다. 이렇다면 의사들의 입장에서는 화가 나도 단단히 화가 날 법하다.

이런 상황에서 건보공단은 의원을 상대로 '과잉약제비' 환수를 계속 추진했다. 물론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과잉 약제비'를 환수하려는 건보공단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갈수록 악화되는 건보재정 상황을 감안하면 어떻게든 재정을 아끼려는 마음일 것이다. 그러나 일의 선후가 틀렸다.

복지부의 책임이 크다. 복지부는 의원과 건보공단의 싸움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방관하면 안 된다. 당장 나서서 법부터 정비하려는 움직임을 보였어야 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또한 "우리는 심사만 하니까 상관없다"며 팔짱만 끼고 있으면 안 된다.

모두가 만나서 머리를 맞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건보공단도 당장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것쯤은 알고 있을 것이다. 당연히 소송 운운 하지 말고 의사들과 대화를 하는 게 순서다.

소송이 시작되면 더 큰 갈등이 터질 것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에게 갈 것이다. 소송은 막아야 한다. 양측의 양보와 타협이 필요하다. 복지부도 현명한 해법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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