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6 17:49 (금)
어머니의 꾸중 한 마디

어머니의 꾸중 한 마디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8.04.23 11:11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영주(대한산업보건협회 경기센터 의사)

어머니는 고향을 대변한다. 어머니 없는 고향은 마치 알맹이 없는 밤송이와 같지 싶다. 고향이라면 어머니가 그 중심이요, 근본이요,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의 일상사가 직접 어머니와 관련이 없는 일처럼 보일지라도 곰곰이 따져 보면, 모두가 어머니에게서 파생된 분신들이기 때문에. 어릴 때 타고 놀던 회전목마에 대한 회상은 어머니가 베푼 사랑의 이야기요, 흔들거리던 요람에 대한 추억 역시 어머니의 손길과 눈빛이 담긴 아름다운 이야기가 아닌가.

어머니는 또한 조국을 대변한다. 그래서 자기가 출생한 나라를 모국이라 부르고 자기 나라말을 모국어라 부르며 어머니가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들도 외국에서 어머니를 그리워하듯 모국을 그리워한다. 이처럼 훌륭한 어머니는 조국과 같으며, 조국은 또한 어머니와 같다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서 어머니는 대지이다. 어머니의 넉넉한 품과 가나안의 꿀처럼 흐르는 어머니의 젖줄이야 말로 온갖 식물을 길러내고 모든 동물을 키워내는 대지의 광활함과 다산성을 있는 그대로 쏙 빼닮았기 때문에. 어머니의 삶 속에는 그 대지 속에 자리 잡아 아름드리 큰 나무로 자라나는 느티나무의 작은 씨앗이 지니고 있는 끈기와 참을성을 오롯이 끌어안고 있으며 어머니의 무한한 가능성은 그 끈기와 참을성에서 비롯되는 게 아닌가!

어머니는 마침내 하나님을 닮았다. 하나님이 인간에게 절대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듯이, 아무런 대책 없이 연약하기만한 갓난아이에게 어머니는 절대적인 의미를 가진다. '하나님은 사랑이고 사랑은 하나님이다' 라는 말처럼 어머니의 사랑은 하나님의 사랑을 본체로 한 그림자가 아닐까! 흥미 있는 것은 세계의 어느 나라 언어나 젖먹이들이 어머니를 부를 때, '마마'로서 공통적인 미음, 양순음으로 발음한다고 하니 '어머니'라는 단어는 단순한 언어학적인 의미를 넘어선다.

그런데 요즈음 아이들을 낳아 길거리에 내팽개쳐 버리는 어머니나 영아원에 신생아를 버리는 미혼모 등의 이야기를 뉴스에서 볼 때마다 나는 가슴이 아프다. 축복받는 어머니의 자격을 오히려 버거운 짐으로 여기고 그 짐을 스스로 벗어 버리지 못해 몸부림치는 여자들을 흔히 본다. 사근사근한 사과의 맛이 변성되면 인체에 오히려 해독을 끼치듯 아름답고 신비스럽기까지 한 모성애도 변질되면 이렇게 섬뜩한 칼날이 되어 우리를 경악하게 한다.

이 세상에 갓 태어난 신생아에게 있어 나 아닌 너의 모든 존재는 바로 어머니다. 태아시절부터 죽을 때까지 모든 인간관계의 원형이 어린아이와 어머니의 관계에서 비롯되고 이 관계가 어떤 모습으로 피어나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이 얼마나 보람 있고 가치 있으며 풍성해지는가를 결정해준다. 어머니는 '나'에게 있어 최초의 '너'이기 때문이다.

"니가 그러고도 의사냐?"는 의사로서 갖춰야 할 나의 자질이 당신의 성에 차지 않아 나를 크게 꾸짖으신 어머니의 말씀이었기에 어머니의 따가운 시선을 나는 지금도 느끼고 있다. 어머니의 사랑을 이제야 크게 느끼면서 생존시 어머니의 꾸중 한 마디를 다시 한 번 들어보고 싶다.

"니가 그러고도 의사냐?!"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