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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도 아파요?

의사도 아파요?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8.05.21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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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춘원(경기 성남 박춘원산부인과의원)

2008년 2월은 내 생애 최고(?)의 달이었다. 1월부터 간헐적인 복통으로 고생을 하였건만 누가 나를 이리도 인내심 많은 의사로 훈련시킨 덕(?)인지 나는 거뜬히 외래환자를 보며 분만과 수술을 해냈다. '좀 쉬면 컨디션이 좋아지겠지'하는 마음으로 설연휴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그동안 병원을 비우는게 맘에 걸려 제대로 된 휴가 한번 못 가본지라, 이번 연휴에는 맘먹고 가족과 함께 실컷 쉬다오리라 맘을 먹었다.

연휴가 시작되자 나는 푸켓행 비행기에 올랐다. 하지만 휴양지에서도 통증은 지속되었고 인천행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곧 바로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그래도 입원 당시는 장염으로 몸과 마음이 지칠대로 지친지라, 입원하여 증상이 호전되는 것 만으로도 그저 감사할 따름이었다. 금식기간이 길어지자 세상의 모든 것이 먹을 것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열흘간의 금식 끝에 드디어 먹기 시작한 죽! 어찌나 맛있던지. 이제는 퇴원하여 다시 진료실로 돌아와 본연의 임무를 다하고 있지만,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아찔해진다.
우리 의사들의 삶이 그렇다. 중·고등학교 6년을 입시를 위해 공부하고, 의과대학에 들어와서 6년동안 엄청난 양의 공부를 해내고, '이제 좀 해방이려니'하면 인턴·레지던트라는 고된 수련의의 길에 들어서서 환자와 차트와 잠과의 사투를 이겨내고서야 전문의가 된다. 그 뒤에도 분과전문의·봉직의·개원의의 길을 가느라 잠시도 자신을 되돌아 볼 여유가 없다.

당시 나는 잠시의 쉴 틈 없이  환자를 진료하면서 지쳐가는 듯 했다. 하지만 내가 환자 입장이 되어보니, 몸이 아파 병원을 찾고, 입원해야만 하는 환자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환자가 되어보니 병실을 찾아 친절히 돌봐주는 간호사의 손길에 마음이 푸근해지고, 검사결과를 자세히 설명해주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에 신뢰가 갔으며, 아침일찍 나를 찾아 밤새 이상 유무를 진찰하는 레지던트 선생님에게는 기특함이 느껴지는 동시에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나는 의사의 자리에만 있는 사람인 줄 알았다. 환자는 나에게 진료를 받고, 나의 보살핌을 받는 존재라고만 생각했다. 환자가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 해본 적이 없는 내게 환자복을 입은 내 모습은 참으로 이상하기만 했다. 몸이 아파서 병원에 있어야 한다는 것, 몸이 아파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이 참으로 한 사람을 약하게 만든다는 것을 경험했다. 내가 진료실에 앉아 환자를 진료하는 자리가 그리도 소중하고 감사한 자리였다는 걸 왜 미처 알지 못했을까?

2주 동안의 입원기간 뒤에 제자리로 돌아와 있는 지금, 한 분 한 분 환자들의 불편함과 아픔을 이해하고 조금 더 귀 기울이게 되는 것은 아마도 환자의 경험을 찐하게 했기 때문 아닐까?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환자분이 묻는다. "의사도 아파요? "

우린 그들에게 그런 존재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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