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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요양기관 계약제 도입돼야 한다

시론 요양기관 계약제 도입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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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6.26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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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철(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는 의료기관과 건강보험의 요양기관을 동일시하는 제도(국민건강보험법 제40조)로 '의료기관의 요양기관 당연적용제'이다. 이로 인해 모든 의료기관이 건강보험 제도 안에 흡수되었으며 의료정책이 건강보험정책에 흡수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의료정책은 '모든 국민이 수준 높은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국민의료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데 목적(의료법 제1조)'이 있으며, 건강보험정책은 '국민의 질병·부상에 대한 예방·진단·치료·재활과 출산·사망 및 건강증진에 대하여 보험급여를 실시함으로써 국민보건을 향상시키고 사회보장을 증진함에 목적(국민건강보험법 제1조)'이 있다.

의료정책과 건강보험정책은 목적이 유사성은 있으나 정책실현 수단의 차별성이 존재한다. 즉, 국민을 질병 등으로부터 보험급여를 통해 보장하는 건강보험정책과 국민이 필요한 양질의 의료를 합리적 비용으로 접근할 수 있게 하는 의료정책은 차이가 있으며, 구분되어야 한다.

상대적으로 재정적 측면이 강한 건강보험정책이 의료정책을 흡수되면, 의료정책은 경제적 논리가 과도하게 부각되는 부작용이 발생하게 되며 한국의 의료는 이런 현상을 곳곳에서 보이고 있다.

요양기관 계약제(당연지정제 폐지)와 관련하여 찬성과 반대의 논리들이 맞서고 있다. 요양기관 계약제의 찬성 논리로는 첫째 현재의 당연지정제는 국민의 선택권이 제한되고, 둘째 의료서비스의 질 향상이 저해되며, 셋째 의료공급자의 제도 운영 참여에 대한 선택권이 배제되며, 넷째 의료의 특성을 무시한 건강보험 제도로 운영되고 있으며, 다섯째 헌법상 의료인이 직업인으로서 가지는 기본권을 침해하며, 여섯째 공적 의료체계만으로 운영되는 한계가 존재하고, 일곱째 의료의 지속발전체계의 구축에 한계가 있다는 점 등이 있다.

요양기관 계약제의 반대 논리 즉 당연지정제 유지의 논리로는 첫째 당연지정제가 의료공급자의 확보가 용이하여 국민의 의료접근성을 보장할 수 있으며, 둘째 보장성 확대가 계약제의 선결조건이며, 셋째 공공의료기반이 취약하여 계약제를 도입할 수 없으며, 넷째 요양기관에 대한 정책적 통제가 용이하며, 다섯째 사회보장제도상 당연지정제는 불가피하고, 여섯째 합의문화의 성숙과 보험자의 역량 강화가 선결 조건이라는 점 등이다.

찬반의 논리에 대해서 쌍방 간의 다른 주장이 있을 수 있으나 이를 구체적으로 기술하는 대신, 외국의 사례를 살펴보는 것은 요양기관 계약제의 당위성을 견고하게 한다.

일본의 경우 의료기관의 신청에 의해 도도부현지사가 요양기관으로 지정하고 있으며, 의료기관과 보험자 모두에게 요양기관 지정취소권이 있다. 대만의 경우 공공의료기관이 우리보다 더 적은 상태이나 의료기관과 건강보험국 간의 계약에 의해 요양기관이 되고, 계약률은 90% 이상이며, 계약의 내용은 비용협정위원회에서 협상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의료인과 질병금고 간에 계약을 하며, 의사조합단체와 질병금고 간의 내용을 협상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보험의사협회와 질병금고 간의 계약으로 의료인이 보험의사협회에 가입하고 있다. 살펴본 모든 국가들은 사회보험방식의 건강보험을 운영하고 있는 국가들이며, 의료기관이 건강보험의 요양기관이 되기 위해서는 계약 또는 신청에 의한 지정의 방식을 가지고 있다.

요양기관 계약제로 우려되는 여러 가지 사항들이 존재할 수 있으나, 제도 설계에 있어 건전한 합리성이 존재한다면 우려는 기우가 될 것이다. 전국민건강보험인 우리나라에서 보험수가 중 보험자 부담만큼을 제외한 금액을 지불하고 있는 국민들이 일반수가를 보험자 부담없이 전액 부담하게 되는 일반의료기관(계약하지 않은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며, 이런 금전적 차이를 안고 요양기관 계약을 하지 않을 의료기관이 많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역에서 계약률이 낮아 의료의 접근성에 제한이 된다면 계약(지정)의 강제성을 유지함으로써 의료접근성의 문제는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의료기관을 선택적으로 계약에서 배제하는 것은 - 일본의 경우처럼 -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협의체를 구성하고 이 협의체에서 배제 여부를 판단하게 한다면 보험자의 일방적 선택적 배제에 대한 우려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서 보듯이 안전과 안심의 차이, 그리고 소통의 제한은 요양기관 계약제 도입과정에서도 있을 수 있으므로 국민들과 합리적 소통으로 요양기관 계약제는 진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가 일방적으로 '당연지정제 유지'를 정부와 의료계 간의 논의 과정도 없이 여러 차례에 걸쳐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은 정부와 의료계의 소통에 있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국민들은 새로운 의료, 더 좋은 서비스를 원하고 있으며, 의료는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거론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요양기관 계약제는 의료정책과 건강보험정책을 구분하는 첫 단초이다.

요양기관 계약제는 의료기관을 야생의 정글에서 생존해 경쟁력을 지닐 수 있도록 건강보험이라는 동물원의 문을 여는 열쇠이다.

그리고 요양기관 계약제도의 합리적인 설계를 통해 국민의 의료보장과 의료서비스 경쟁력 제고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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