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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 직무 표준화 필요하다

인턴 직무 표준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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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7.21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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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형규(대한전공의협의회장)

최근 서울 모병원의 인턴들이 집단 파업을 하는 사태가 있었다.

병원 시스템의 변화에 따라 파생된 잡무들을 인턴들에게 부담시킨 결과였다. 병원의 시설은 갈수록 첨단화·전산화되어 가고 있으나 수련 생활의 질은 과거와 달라짐이 없으며, 오히려 의술과는 상관없는 새로운 잡무가 늘어난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유교적 패러다임을 부정하고 싶은 생각도 없고 나랏님과 스승님과 아버지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의 마음가짐을 구시대적 사고라고 폄하하고 싶지도 않지만 갓 입문한 제자들의 강제적인 희생을 통해 병원의 발전을 도모하는 것은 분명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현재의 인턴 수련과 평가는 학회에서 규정된 지침이 있는 전공의 수련 평가와는 달리 대부분 수련병원의 자율성에 맡겨져 있으며, 이 또한 매우 주관적이고 모호하다.

좋게 해석하면 업무를 포함한 한 개인의 사회성, 업무처리능력, 의학적 지식을 총체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으나, 의학과는 상관없는 일과 일방적인 충성도에 의해 수련 과정을 평가받게 될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논란의 여지가 필요없는 도제 사회에서 가장 최하층에 놓인 과거의 우리, 그리고 현재의 그들에게 1년이라는 시간은 오직 명령에 대한 복종과 충성이 더 나은 미래를 낳을 수 있는 방법인 것이다. 이런 그들에게 업무를 지시하는 우리와 그들을 관리하는 병원은 어떻게 그들을 대하고 있는가?

'우리는 지금의 그들보다 더 힘들었고 배고팠다'라는 말이 파업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였던 이들에게 충분한 해답을 줄 수 없음은 누구보다 우리가 더 잘 알고 있다.

타 직종보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고달프기 때문에 '의사'라는 직업이 이 사회의 다른 직업보다 귀하다고 주장한다면, 현재의 대한민국에서 과연 그 누가 손바닥을 마주쳐주며 찬성해줄지 궁금하다.

이제는 인턴 직무 표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직무가 표준화된다 하여 한 개인의 사회성과 인간성을 평가하지 못할 수 없다.

인턴의 직무 표준화로 인해 병원의 경영이 악화된다고 하면 이는 무엇을 뜻하는가? 병원의 인턴은 '그 누구도 하지 않으려 하는 일, 남들이 쉬거나 잠잘 때 하는 일, 다른 누군가 할 경우 추가 비용이 드는 일등을 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

허울뿐인 '인턴 수련교육 및 진료지침서'보다는 정책적인 직무 표준화의 시행과 적극적인 지도감독이 하루빨리 시행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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