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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문제는 국가 생존의 문제

인구 문제는 국가 생존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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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9.08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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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섭(조선일보 논설위원)

얼마 전 고등학교 졸업 30주년 홈커밍데이를 맞아 모교에 다녀왔다. 내가 다닐 때 학교 건물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지고 크고 번듯한 4층짜리 새 건물이 새로 들어섰다. 6·25전쟁 직후 선배들이 강가에서 모래와 자갈을 퍼날라 만든 50여년의 전통을 지닌 건물이었다.  새 건물은 선생님들이 쓰는 사무실도 교장실 말고도 교감실, 학년별 교무실까지 갖춰 무려 8개나 됐다. 교실에 들어서니 교실 크기는 오히려 예전보다 훨씬 작고 좁아진 느낌이 들었다. 요즘은 학생 수가 줄어 교실 자체를 아예 작게 설계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선생님은 이렇게 훌륭하게 지은 건물이지만 앞으로 10년 뒤면 교실들이 텅텅 빌지 몰라 걱정이라고 한다. 80년대만해도 한 학년에 480명이었는데  지금은 학생 수가 310명대로 떨어졌고, 앞으로도 계속 줄게 될 것이라고 했다. 아이를 안낳는 시대가 되면서 가장 먼저 변화의 신호탄이 울린 곳이 바로 학교라는 것이다.

교육부는 올해 초등학교 전체 학생 수가 367만명으로 작년보다 15만명이나 줄었다고 밝혔다. 11만명인 강원도 전체 초등학생 수보다도 더 많이 준 것이다. 한 반에 30명인 초등학교 교실 5000개가 한꺼번에 필요 없어진 셈이다.

초등학교에서 시작된 인구 감소는 이들이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에 진학할 때마다 연쇄적으로 학교를 텅텅 비게 한다. 현재 대학도 200개가 되지만 앞으로 학생 수가 부족해 문닫는 대학이 속출하게 된다. 군입대자들도 줄어 용병까지 써야 한다는 말이 나올지도 모를 정도다.

지금 우리의 인구시계는 앞으로 10년뒤인 2019년을 가리키고 있다. 인구가 2018년 4934만명을 정점으로 늘다가 감소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한 해 태어나는 신생아 수는 현재 40만명대에서 30만명대로 떨어지고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노인은 늘어나기만 하는 세상이 오는 것이다.

전남은 이미 한 해 태어나는 아기 수보다 사망자가 많아졌다. 교실에서 공부하는 아이들보다 경로당에 앉아 화투놀이하고 TV보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더 많아졌다. 부산도 작년부터 일하는 연령층인 15~64세의 주민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돌 잔치에 초대받는 일보다 초상집에 갈 일이 훨씬 많아진 지역이 많다. 경남은 10개군 전체가 그렇고, 경북은 13개 군중 칠곡군을 제외하고 모두 그런 곳이 됐다.

2050년이 되면 일할 나이의 인구 수가 총인구의 절반도 안되게 줄어든다. 앞으로 우리나라 경제가 어떻게 변할 지 누구도 예측못할 지경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인구 감소는 많은 국가들도 겪는 어려움이다. 인구 감소가 가장 먼저 시작된 독일은 이민을 대거 받아들여 해결하고 있다. 유대인 국가인 이스라엘은 아랍계 팔레스타인사람들이 전체 인구의 45%를 차지한다. 출산율이 떨어져 유대인 인구가 줄면서 인구문제가 다른 어떤 정치·경제문제보다 심각한 국가문제로 등장했다. 불임을 다른 나라에선 개인 문제로 다루지만 이스라엘은 국가 안보차원에서 다뤄 둘째아이의 체외수정비용까지 전액 정부가 부담할 정도이다.

인구문제는 국가소멸이라고 할 정도로 심각한 국가 문제가 되고 있다. 미국·영국·프랑스 등 유엔 안보리 이사국들은 세계 인구 상위 11개국에 속해있다.

그러나 2050년이 되면 11위안에 남아있을 국가는 미국과 중국밖에 없다. 이대로 가면 유럽의 위상이 달라진다는 말도 괜한 소리가 아니다. 국가의 성장 잠재력은 일할 수 있는 노동인구와 노동량에 좌우된다.

인구 문제가 국가의 생존의 문제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우리도 다양한 대처방안을 찾아야 한다. ds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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