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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적 정서에 따른 의료 제도의 보안

문화적 정서에 따른 의료 제도의 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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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9.11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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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희(순천향의대 전임강사 순천향대 부천병원)

독일 단기 연수를 다녀왔을 때 일이다.

독일에서 첫 출근날 맞이한 환자의 초음파 소견들은 내게 신기해 보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초기에나 발견될 만한 태아의 기형을 너무 늦은 시기에 보고 있지 않은가 하는 것이었다. 한국 같으면 너무 일찍 발견되고, 또 어디론가 사라져버릴 태아들이 여기 독일에서는 오랫동안(?) 살아 있다는 느낌이었다.

심한 기형아를 가진 임신부들이 너무도 담담하게 산전 진료를 받는데, 그들의 표정이 결코 불안해하거나 초조해하지 않고 오히려 너무나 밝아 보였다. 의사에게 정확한 기형의 유무를 즉시 알려 달라고 재촉해대는 우리나라의 경우와는 사뭇 다른 상황이었다.

또 의사들은 모든 검사를 차분히 권했고 침습적인 검사를 하다가 실패하더라도 조용히 기다리다가 다음날 다시 오곤 했다.

독일 의사와 대화를 나누다가 이런 현상들이 의료 제도와 문화적 정서의 차이에서 생겨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한때는 독일에서도 국가가 공보험 아래 산전 의료비를 철저하게 원칙에 따라 지불하였다. 모든 비용 지불을 철저히 하는 동시에 산모가 내야 할 비용을 철저하게 분리했다. 또 임신부가 원한다고해서 의사가 이유 없이 검사를 시행하여 주지 않았다. 임신에서 분만까지 산모에게 특별한 문제가 없는 경우는 기본적인 초기 혈액검사와 각 분기별 3회의 초음파 확인비용을 국가에서 지불했다. 그래서 거의 13주경에 초음파를 처음 시행하게 되기 때문에 기형이 늦은 시기에 발견되는 것이었다.

또한 산모가 원하면 14~16주에 성감별을 해주는데, 기형아나 염색체이상이 나온 경우 철저하게 스스로의 선택에 맡겨져서 환자가 낙태의 유무를 결정한다. 하지만 그들은 결코 낙태가 자유롭다고 낙태를 결정하지는 않는다. 산모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서 하는 검사비용은 국가가 지불하고, 자녀를 키우는 비용의 경우도 자녀가 외국인이든 독일인이든 나라로부터 적절하게 지급되는 사회 복지 제도가 있어 기형아나 장애아에 대해 관대하였다. 그러한 배경이 있었기 때문에 약 70~80%에서 태아에 이상이 있어도 임신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요즘 국내에선 낙태에 대한 법이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 있다. 필자가 한국에 돌아와 외래에서 만나는 산모들과 사회복지가 잘 되어 있는 나라의 산모들은 너무나 다른 태도와 생각을 갖고 있었다. 우리 사회의 정서와 의료제도, 사회 복지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개선과 보완이 오랜 시간에 걸쳐 이루어지지 않는 한 엄마들이 만족스럽게 아기를 낳기는 어려울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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