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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대한의사협회 회장선거에 대한 생각

시론 대한의사협회 회장선거에 대한 생각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9.05.29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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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명(서울 김영명이비인후과의원장)

우리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는 평등권에 대한 주장은 오랜 관행의 권위주의와 일방적 강요 및 복종위주의 모순과 비합리성을 탈피하는데 많은 공헌을 하여 왔다. 그리고 어떤 면에서는 아직도 개선하여야 할 분야도 많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우리 의사들은 출신학교나 전문분야가 같음으로 인해 한 다리만 건너면 너무나 서로 잘 알 수 있는 관계이며 오늘날과 같이 정해진 규격진료와 관행적으로 따돌림을 당하는 소위 가진자로서의 질시를 받으며서도 프롤레타리아적인 어려운 삶을 살아가며 분노를 억눌러야하는 같은 운명에 처한 우리들 내부에는 다른 사회 같은 불평등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있다면 이 역시 얼마든지 현명하게 극복할 수 있는 문제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 의사단체도 급변하는 사회에서 소위 '민주화 과정'에 영향을 받아 어떤 면에서는 더 많은 갈등과 분열로서 무기력하고 천시받는 집단으로 전락하는 느낌을 주어 안타까운 마음을 금치 못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의협회장 선거방법에 관하여 이견은 있을 수 있으나 협의를 통해 보다 나은 방법을 찾으려는 노력은 않하고 극단의 갈등만을 일삼는 분들도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움을 금치 못한다.

얼마 전에 보니 우리가 존경해 마지않는 원로회원에게 얼굴 없는 프라자에서 "죽을 날이 머지 않았으면 조용하라"는 글을 본적도 있어, 이제 제법 나이도 먹은 주제에 가만히 있었으면 좋겠으나 욕먹을 각오로 한 말씀 하려고 한다.

나는 첫 번째 직선제때 의협선거위원장의 임무를 대과 없이 마치면서도 많은 아쉬움을 가져 보았다. 현명하고 유능한 사람이 많으니 거듭하면서 많이 개선되리라 믿고 참어 왔다. 그러나 회 수를 거듭 할수록 의사회는 더 분열되고 회원이기를 포기하는 의사만 늘어가는 느낌을 받았다.

이제 개인적인 의견으로 앞으로 의사회의 대표를 뽑는 일에 대한 방법을 개진해 보고자 한다.

직선제와 간선제

2001년부터 채택된 직선제에 대한 경험을 통해 여러 가지 바람직스럽지 못한 경험을 하다보니 간선제가 그래도 직선제보다 부작용도 덜하고 좋았다는 생각이 들어 간선제를 택하게 되는 듯 하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직선제의 단점을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작업이 있었더라면 더 좋은 설득력을 가질 수 있었지 않았을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간선제로 가더라도 무조건 옛날 방법으로 회귀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그간의 직선제와 간선제의 장단점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보다 많은 회원이 바라는 개선된 간선제로 발전적 변신을 하였으면 한다.

회장의 자격조건

이 시대가 요구하는 의협의 회장상을 먼저 논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현실과 여건을 감안하고 먼 장래를 내다보며 이 시점에서 우리의 의협회장이 어떤 자격과 경력 및 능력을 가지고 어떤 일을 우선적으로 해결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공감대를 찾는 일이 선행되었으면 한다.

즉 강한 대정부 투쟁력을 가진 사람을 원하는지, 정부 및 국민과의 신뢰를 쌓고 협상을 잘 할 수 있는 지도자를 원하는지. 분열될 대로 분열되고 회비마저 안내고, 회원되기를 원치 않는 의사가 늘어나는 이 시점에 의사단체의 통합과 결속을 강화하고 조직과 기능을 바꿀 수 있는 조직과 관리에 능한 회장을 원하는지. 급속하게 국제화되는 현실에서 국제적인 감각과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지도자를 원하는지, 등등 우선시 되는 조건을 먼저 논의하고 이에 대한 공감대를 구할 수 있었으면 한다.

얼마전 미국의 다트스대학의 총장으로 한국인이 선임되었을 때 물색 조건 중에 봉사경험이 중요한 조건이었다는 보도를 보았다. 우리도 무조건 좋은 사람보다 차기 회장이 해야할 일을 생각하고 물색 조건부터 합의하는 절차를 가졌으면 한다.

물론 합의 절차와 방법에 대하여 어렵게 생각하시는 분도 있겠지만 이러한 공감대를 구하는 컨센서스 미팅에 관한 방법과 연구는 많이 시도되고 알려져 있으며 우리도 체계적으로 시도한다면 균질적이고 창의적인 의견들을 가진 회원을 많이 가진 우리야 말로 가장 멋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는지 모른다.

이러한 공감대를 구하는 방법 중에는 Delphi 기법이란 것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또 해본 경험도 있다.

원래 Delphi법은 전국에 산재해 있는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회의를 하면 좋겠으나 자주 모일 수 없어 고안된 방법으로 처음에는 우편으로 하던 것이 전화로 가능하게 되어 많이 편하고 적용 가능한 범위가 넓어 졌다고 하였으나 오늘날과 같이 전회원의 전산화가 가능해진 여건에서는 시간의 구애 없이 얼마든지 적용 가능한 여건이 되었다고 생각된다. 방법으로는 예를 들어 일차적으로 "차기 의협회장이 해결하여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한 가지만 적어 주시요"라고 설문하고, 수집된 의견을 취합 정리하여 다시 2차로 "제시된 과제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어느 것이라고 생각 하십니까"라고 의견들을 적게 하되 의견을 하나만 적든가 여럿을 적든가는 조사 대상 수에 따라 달리하는 등 선택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 찬반 이유를 적게 하는 등 소위 토론과정에 해당하는 설문도 첨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노력에 의해 회원의 의견이 직접 반영될 수 있는 직선 같은 간선, 간선 같은 직선제를 모색하였으면 한다.

후보자의 추천과 물색

모든 회원은 회장에 입후보할 자격을 갖는 것이 민주적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간 주로 자원하는 회원만 회장에 입후보할 수 있었으며 입후보자가 제시하는 공약만을 보고 비교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즉 우리가 원하는 회장보다 회장이 되고 싶어 하는 사람 중에서 선택하여야만 했었다.

전술한 바와 같이 우리 회원들의 공감대를 통해 원하는 우선순위의 정책과 과제들을 정리할 수 있다면 우리가 원하는 자격과 능력을 가진 회장을 물색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미 학술상 후보를 물색하는 일에 이와 유사한 시도를 하는 경험도 가지고 있다.

물론 시상자를 물색하는 것과 회장감을 물색하는 데에는 많은 차이가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본 정신과 원칙은 참고가 될 것이다.

예를 들어 대 정부 투쟁을 화끈하게 할 지도자가 필요하다면 각 대학의 동창회나 대학에 대하여 그런 능력과 자질을 갖은 분을 한두 분 추천해 달라고 하고 또 너무 학교 위주로 될 우려가 있다면 각 학회나 시도의사회 및 의협 산하단체로부터 적임자를 추천하도록 하면 된다.

일단 자천과 타천으로 추천된 사람을 대상으로 그 수가 많을 경우(대개 그러하겠지만) 이들 중에 최적임자를 몇 분정도 택할 것인지를 정하여 물색하는 작업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 작업은 선관위가 할 수 도 있겠으나 업무의 성격은 물론 최대한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하여 이 업무를 전담할 별도의 물색위원회(searching committee)를 두는 방법이 더 좋을 수 있다. 그리고 이 위원회가, 추천된 분들을 대상으로 평가하여 적임자를 추리는 작업을 전담하게 할 수 있다.

이 업무도 물색위원회가 전담하게하면 업무의 공정성과 사후 잡음이 있을 수도 있으므로 이 위원회는 조사방법이나 절차, 결과 분석 등의 실무만 분담하고 실제 의견표시는 미리 정한 절차와 규정에 따라 선정된 여론조사요원(소위 Delphi correspondance)을 대상으로 회원들의 의견을 취합하여 회원의 의견으로 삼아 다음 절차를 담당하는 기관, 예를 들어 대의원회를 포함한 선거인단에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선거관리위원회 및 선거운동

이상의 과정으로 선정된 후보자들로 하여금 선관위가 주관하는 절차에 따라 과열되지 않은 정견발표의 기회를 원하는 지역이나 단체에서 갖도록 하는 비교적 차분한 선의의 정책 경쟁이 되도록 하였으면 한다.

선거인단

마지막으로 대의원회를 포함한 선거인단이 최종 선거를 하되 이상의 회원 의견과 선거운동과정에서의 모든 반응들을 고려하여 미국 대통령선거에서의 선거인단의 투표와 유사하게 의료단체의 단합된 힘과 결의를 다지는 축제성격의 모임이 되도록 하고 이 기회를 통하여 당선자의 정책과 비전을 천명하는 기회 등으로 삼았으면 하는 생각도 해 본다.

맺음말

개인적으로는 직접선거의 처음 관리를 책임 맞고 거절 못해 무거운 마음으로 직선제를 주관하는 경험을 하면서 많은 기대와 다소 실망스러운 경험도 해 보았다. 우리 의사단체는 누가 무어라고 하여도 최고 지성인들의 집단이며 전문직의 대표 격인 단체이다.

사회와 환자로부터의 신뢰와 존경이 가장 우선되어야 할 단체임에 틀림없다. 막중한 업무와 책임을 생각하면 감히 누구도 쉽게 회장이 되겠다고 나서기 어려운 단체요 중책이다.

이러한 중책을 무분별한 경선으로 흠잡을 대로 흠잡고 갈라질 대로 갈라지고 나서 대정부·대국민 설득과 교섭을 하라는 것은 무리다. 회원이 최대한 참여하여 결정하고 선택한 회장을 중심으로 우리 의료계가 거듭나는 기회가 하루속히 보이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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