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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호 음악과 인생

백영호 음악과 인생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09.07.30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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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경권 지음/유진퍼스콤 펴냄/비매품

1964년 4월 당대 최고의 배우 신성일·엄앵란 주연의 영화 <동백아가씨> 개봉을 앞둔 김 기 감독은 주제곡을 삽입하기 위해 작사가 한산도(본명 한종명)에게 영화의 줄거리를 압축한 가사를 의뢰한다.

한산도는 몇 번의 퇴고를 거쳐 작사를 마무리하고 작곡가 백영호에게 전달한다. 가사를 넘겨받은 백영호는 몇차례 기타를 튕겨보다가 떠오르는 악상을 그대로 오선지에 옮겨 명곡 '동백아가씨'를 완성한다. 가사를 받은지 두시간 여만이었다.

실제로 영화 <동백아가씨>는 크게 흥행을 못하고 간판을 내렸다가 노래가 유명해지면서 재개봉해 매진사례를 이어갔다.

1960~80년대 국민의 사랑과 애환을 담은 곡조로 위안을 주고 심금을 울렸던 작곡가 백영호의 인생과 음악이야기를 담은 <백영호 음악과 인생>이 나왔다. 이 책에는 백영호 선생이 1971년 펴낸 <백영호 101명곡집 '마음의 노래'>에 실린 곡을 갈무리하고 55년에 이르는 작곡인생 속 남겨진 흔적들이 옮겨져 있다.

지난 2003년 별세한 선생의 음악과 삶을 기리고자 맏아들인 백경권 원장(경남 진주·서울내과의원)이 펴낸 이 책은 가족·동료 음악인과의 추억을 담은 사진자료와 수많은 작곡집 자료, 앨범자켓 사진, 152곡의 주요히트곡 악보 등으로 꾸며져 있고, 지인들이 남긴 선생에 대한 이야기도 소담하게 담겨있다.

선생이 우리나라 대중음악에 끼친 영향은 선생의 곡을 노래한 가수들의 면면만으로도 가늠할 수 있다. 배호·이미자·현미·김상희·하춘화·남정희·문주란·김영임·나훈아·주현미·문희옥 등 20~30년을 거스르면서 거쳐간 가수만 203명에 이른다.

또 <해운대 엘레지> <추억의 소야곡> <추풍령> <황포돛대> <동숙의 노래> <잊을 수 없는 여인> <서울이여 안녕> <여자의 일생> 등 100여곡을 히트시키고 55년동안 4000여곡을 작곡했다.

명곡은 영원할까?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백사장에는 <해운대 엘리지>, 충북 영동군 추풍령면에는 <추풍령>, 경남 진해 해안도로에는 <황포돛대>가 노래비로 만들어져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선생의 대중성과 작곡가로서 능력과 인지도를 유감없이 드러낸 것에는 텔레비전 드라마 <아씨>와 <여로>의 주제가 작곡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동양방송(TBC)에서 1970년 3월부터 다음해 1월까지 모두 253회에 걸쳐 방영된 <아씨>는 텔레비전 일일연속극의 새 장을 열었고 이어 1972년 4월 3일 첫 방영된 <여로>는 라디오와 영화를 뒤로 밀어내고 텔레비전시대의 본격적인 개막을 알렸다.

당시 드라마의 방영시간이던 오후 7시 30분이면 거리가 한산해졌고 전무후무한 시청률 70%를 기록하면서 가전업체까지 특수를 누려 텔레비전 수상기 100만대 시대를 열었다. 두 드라마의 인기 만큼 선생의 명성이 자자했던 것을 물론이다.

백 원장은 1997년 병원을 신축이전하면서 한켠에 선친의 삶을 기억할 수 있는 '작곡가 백영호 기념관'을 만들었다. 그 곳에는 빛바랜 앨범과 녹슨 트로피와 상패 등 세월의 흐름과 흔적을 말해주는 선친의 애장품이 전시되어 있다.

틈틈이 환자들을 위한 연주공간이 되기도 하는 그 곳에서 백 원장이 직접 선친의 히트곡을 피아노로 연주한다. 환자들에게 심신의 고통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려는 선친의 생전 뜻이기도 하다.

책 말미에 소개되어 있는 20여쪽에 이르는 선생의 작품목록을 넘기다 보면 오래전 기억이 하나둘 되살아난다. 눈에 익은 노래이름들, 낯 익은 가수들, 귀에 익은 곡조들에서 음악과 함께 한 백영호 선생의 삶이 그대로 느껴진다.

"당신의 모습은 지금 가고 없어도 아름다운 당신의 소리 빛은 온누리에 퍼져 영원할 것입니다."

둘째 아들 백경국 씨는 선친 비문에 이렇게 적었다

(☎ 051-257-15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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