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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

리더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0.11.26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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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석좌교수

 

 
 

국민을 내 가족처럼, 환자를 내 생명처럼'을 내건 대한의사협회 제33차 종합학술대회(대회장 경만호·대한의사협회장)가 2011년 5월 13∼15일 서울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종합학술대회 조직위원회(조직위원장 김성덕·대한의학회장)와 <의협신문>은 33차 학술대회를 맞아 '릴레이 탐방 33인-진료실 밖에서 한국의료의 길을 묻다'를 기획했습니다.
이번 릴레이 탐방은 의사회원 가운데 진료실 밖으로 나가 새로운 세계를 개척한 주인공을 만나 ▲다른 길을 걷게 된 동기 및 배경 ▲일하면서 느끼는 보람 ▲외부에서 바라 본 의사 사회 ▲의사 회원에게 하고 싶은 말 등을 들어봄으로써 한국의료와 의사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기획입니다.

종합학술대회 직전까지 연재되는 '릴레이 탐방'에 독자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편집자 주>

컴퓨터 바이러스 예방과 치료 소프트웨어인 V3를 개발, 안철수바이러스연구소를 한국을 대표하는 벤처기업으로 키운 CEO 안철수. 7년 동안 밤잠을 설쳐가며 개발한 V3를 일반인들이 무료로 쓸 수 있도록 공개했다.

거액을 제시하며 백신을 넘기라는 미국기업의 유혹을 단호히 거절한 그를 두고 사람들은 충무공 이순신을 떠올리기도 했다.

 

"1988년 브레인이라는 컴퓨터 바이러스가 상륙한 적이 있습니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컴퓨터를 고치기 위해 브레인의 구조를 분석한 끝에 치료법까지 터득하게 됐지요."

'백신(VACCINE)'이라 이름을 붙이고, 일반인들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개했다. 컴퓨터 보급이 늘어나면서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용자들의 문의가 날이 갈수록 늘어갔다. 군의관으로 입대하기 전날까지 백신 연구에 매달려야 했다.

전공인 생리학 분야에서 열심히 노력해 언젠가는 노벨의학상을 받겠다는 그의 꿈은 우연히 접한 컴퓨터 바이러스로 인해 바뀌고 있음을 직감했다.

"제대를 하고, 컴퓨터와 의학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서게 됐습니다. 지금까지 쌓아온 것에 연연하기 보다는 자부심과 보람을 느낄 수 있고,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은 쪽을 선택했지요."

14년 간 공부한 의학을 깨끗이 포기한 그는 안철수연구소를 설립, 본격적인 바이러스 개발에 전념했다. 그렇게 9년. 정직하게 사업을 하더라도 당당히 자리잡을 수 있다는 것을 그는 증명했다. 공익과 이윤추구가 상반된 것이 아니라 양립할 수 있다는 것도 보여줬다.

순이익 100억원대를 눈앞에 둔 시점에서 그는 기업이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한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CEO의 지식과 경험을 자신의 회사 만이 아닌 사회와 나눔으로써 업계에 도움을 주고, 사회자산화 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이 깊어갔다. 2005년 3월 CEO에서 물러난 그는 철저한 학사 관리로 유명한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와튼스쿨 MBA 석사과정에 원서를 냈다. 그의 나이 44세. 늦은 나이의 유학길이었다.

 
"중소벤처업계의 CLO(Chief Learning Officer, 학습담당임원)로서 다른 사람들을 가르치고 조언하는 역할을 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제대로 공부를 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CEO로서의 경험을 체계화하고, 지식의 저변을 넓히고도 싶었죠."

힘겨운 2년 과정을 통해 그는 경험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부분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귀국 이후 그는 여러 대학에서 강단에 서 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KAIST를 택한 이유는 업계 전체를 위해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어서였습니다. 요즘같이 전반적인 이공계 기피 현상으로 가치사슬의 처음 부분이 망가지는 현실에서 우리나라 장래에 대한 위기감을 느꼈고, 이러한 흐름을 바꾸는 데 조금이라도 일조하고 싶었습니다."

KAIST에서는 그는 '기업가적인 사고방식'이라는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수업을 받은 학생 중에 진로를 바꾸는 학생이 있습니다. 20대 젊은 사람들의 생각을 올바른 쪽으로 바꿔줄 수 있다는 건 보람 있는 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다른 사람의 운명을 바꾸는 일이기도 해서 굉장히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지요."

그는 KAIST에서 2027년 65세까지 정년을 보장받았다. 하지만 보장을 받은데 연연하기 보다 주어진 날들을 열심히 살고자 노력하고 있다.

"사회구조가 젊은이들이 안전지향적인 선택을 하도록 몰아넣고 있지만 새로운 도전의 길이 열렸을 때 도전할 수 있는 마음과 열정이 더 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스스로 주인의식을 갖고 자신의 인생을 경영하는 CEO로서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안 석좌교수는 한국의 바람직한 기업문화에 대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리더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라는 것입니다. 리더십은 결국 사람과 사람의 관계 문제이고, 인간관계에서 신뢰가 가장 중요하듯 리더십도 신뢰의 형성이 가장 중요합니다."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상대방을 이용하지 않겠다는 진실한 마음가짐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한 그는 "리더는 솔선수범을 통해 스스로 일관성 있게 원칙을 지키고, 성실하게 상대방과의 약속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밝혔다.

"시대변화와 함께 수평적인 리더십이 실제 상황에서도 가능할 뿐만 아니라, 점점 더 큰 힘을 발휘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습니다."

안 석좌교수는 "20세기까지 수직적이고, 카리스마를 가진 리더가 중앙으로 집중된 정보와 자원으로 권력을 잡는 시대였다면 탈권위주의 시대로 변화하는 21세기에는 리더십이 리더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이 리더에게 부여하는 시대"라며 "앞으로는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잘 이해하고 있는 리더들만이 급변하는 환경을 잘 헤쳐나갈 수 있다"고 했다.

"의사를 그만둘때도 그랬고, CEO에서 물러날때도 그랬듯이 더 의미가 크고, 더 재미있고, 보람있게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하다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습니다. 어떤 일을 하든 매순간 의미있고, 보람있고, 잘하는 일을 하고 있을 것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침 6시에 일어나 테크크런치(미국의 IT전문 뉴스블로그)와 비즈니스위크를 탐독하고, 건강을 위해 1시간 동안 매일 운동을 한다는 그는 강의와 사회활동을 하는 틈틈이 책읽는 습관을 갖고 있다고 했다.

요즘 조정래 선생의 <허수아비 춤>을 읽고 있다는 그는 뮤지컬 '헤어스프레이' 공연과 영화관람을 위해서도 짬을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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