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받은 한국 산하에 대한 치유, 그리고 정화(淨化)의 의식(儀式)을 닮은 사진들.
박 작가는 20대 부터 도시개발로 인한 급속한 자연파괴 속에 우리 땅의 정신과 자연이 처한 위기를 인식, 사진작가로서 나아갈 방향을 고민했다고 한다. 결국 우리땅을 한평생 작업의 대상으로 삼고, 자연과 그 속에 터를 잡은 인간이 충돌하며 변해가는 풍경들을 카메라 렌즈에 담기 시작했다.
바로 '대동여지도-계획' 프로젝트. 제목에서 알 수 있듯 1999년부터 현재까지 14년간 이어져온 박 작가의 작업 여정과 노고를 상상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진행중인 '남해안' 연작 이후에도 DMZ·낙동강·섬진강·영산강·금강을 비롯해 동해안과 우리바다의 섬들까지, 더불어 사진평론가 김승곤이 권고하듯 북녘의 산하까지 그 대상으로 삼는 긴 여정의 작업이다.
박 작가 또한 그 스스로 "한평생 작업"이라고 말할 정도다. 이번 전시는 그 출발점이 된 '백두대간' 연작을 중심으로 '서해안', '남해안' 신작 40여점과 기존의 '한강' 작업들을 한 자리에 모아 국토탐사의 지나온 여정을 되돌아보고, 향후 방향을 탐색해보는 전시로 구성됐다.
전시장에 걸려있는 작가의 흑백사진들은 처연하고 쓸쓸한 느낌을 불러준다. 거대 자연 속에 놓인 인공 구조물들…불합리하며 자연에 대한 이율배반적인 상황은 오히려 인간이 개입된 자연을 다룬 여느 사진들과 달리 어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의미나 메시지를 읽어내도록 관객에게 강요하지는 않는다. 단지 자연 속 인공적인 구축물들과 그 '모순되면서도 조화로운' 풍경을 렌즈에 담고자한 담담함이 느껴질 뿐이다.
전통적 아날로그방식의 흑백 인화 작업으로 걸린 풍경사진들…. 다만 작가의 의도에 반해 종교적인 숭고함과 엄숙함 마저 느껴지는 몇 작품을 마주하며 100호 정도의 큰 사이즈로 세상에 내 놓았다면 어땠을까하는 개인적인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