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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진기 한국의 의사 인력 과연 부족한가!

청진기 한국의 의사 인력 과연 부족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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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10.08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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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욱(인하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 조병욱(인하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최근 보건복지부의 연구용역 결과 "우리나라의 의사 인력이 부족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의대 및 의전원의 정원을 늘려야한다" 라는 주장이 나왔다. 사실 그동안 의사 인력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은 시도 때도 없이 나왔지만 요즘 들어 보건복지부와의 대립각을 더욱 세운 의료계의 입장에서 보면 그리 달갑지는 않다.

대도시에서는 한 블럭 건너 한 블럭에 의원들이 건물마다 가득 차 있어 더 이상 어느 곳 하나 쉽게 개업을 할 수 있을 만한 장소를 찾기도 어려운데 반해, 지방 격오지(진짜 오지를 말한다, 지방소도시 조차도 이젠 더 이상 신규 의사가 진입할 개업자리는 보이지 않는다) 인구 몇 만명 밖에 되지 않는 곳에서는 의료기관을 찾기 어렵다.

이러한 공급 불균형으로 인한 의료 소외 현상은 공공의료의 부재 뿐만 아니라 일방적인 저수가 정책, 지방 소외지역의 상대적으로 낮은 경제력 등의 복합적인 사회적 구성요소로 인해 발생한 것이다. 단순히 의사 인력이 부족해서 시골마을에 의원이 없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숫자 놀음을 가지고 OECD 평균치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의사인력이 부족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단순 비교로 인구 500명당 의사 1명으로 가정하여 볼 때 우리나라 인구 평균 500명 중 질병을 가지고 있고 그 중 의료서비스가 지속적으로 필요한 인원이 우리나라 수가체제에서 의사 1명이 의원을 개설해 감당할 만한 의료수요가 되는 것인지 묻고 싶다.

아이로니컬한 것은 의사인력은 부족하다고 하면서도 병상의 공급은 과잉이라는 것이다. 결국 한정된 인력을 가지고 많은 수요를 창출해 내고 공급되는 서비스의 양은 과잉이 되어버렸다는 것인데 이는 의료에 대한 정부의 이해부족과 국가면허체제 하에 있는 의료인에 대한 관리 및 통제 체계의 부재로 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병상 수가 늘어나게 된 원인은 대형병원들의 몸집 불리기 뿐만 아니라 입원과 외래의 수가구조의 불합리, 민간 보험의 증가로 인한 입원치료 선호 현상, 의원급 1차진료기관의 포화로 인한 2차병원급 그룹화 현상 등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인력은 국가에서 면허제도를 통해 관리하지만 병상은 정부에서 관리하거나 조정 또는 유도하는 대책이 전무한 실정이다.

의사 인력을 늘린다고 해서 과연 그 인구 몇만도 되지않는 도시의 면단위까지 신도시의 그 건물처럼 전문의들이 들어갈까?

답은 누가 봐도 분명히 아니오이다.
의료공급 불균형, 지역 배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의료전달체계를 구축해 1차의료와 지역거점 의료를 활성화 해야 한다.

지불하는 금액에 큰차이 없이 3차 의료기관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어찌보면 국민 입장에서는 큰 장점이긴 하지만 의료정책적측면에서는 상당히 자원 소모적이다. 결국 1차 의료기관과 2차, 3차 의료기관이 동일한 수요를 대상으로 그리 큰 차이가 나지 않는 비용을 받고 의료를 공급하기 때문에 상급의료기관으로의 쏠림 현상이 더욱 커지게 된 것이다. 

교통의 발달로 수도권으로의 접근성이 좋아져 상급의료기관이 있는 수도권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지방에서는 오히려 의료 수요의 부족 및 의료공동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이러한 지방에서의 수요와 공급의 악순환은 갈수록 더욱 심화 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수요가 없는 지방에서 의료기관을 개설할 강심장이 누가 있을 것인가?

한국의 의사 숫자는 단순 숫자상으로는 절대로 부족하지 않다. 게다가 정부의 공공의료 공급이 부재한 실정에서 그나마 시장경제 논리에 의해 수요와 공급의 접점을 찾아 힘겹게 유지하고 있다. 인구 500명당 의사 1인이라는 단순 수치가 OECD 국가 평균치보다는 부족할 지 몰라도 국민과의 의료 접근성은 OECD 국가들 보다 훨씬 높은 것은 사실이다.

의료라는 재화는 공급이 늘어난다고 해서 공급의 분포가 분산되지 않는 노동집약적, 수요 접근도 선호적인 면이 강한 재화이다. 이에 대한 인식과 이해조차 없는 보건복지부는 과연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정부부서라고 볼 수 있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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