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기획 조현병 환자를 위한 더 나은 치료 제공을 위한 과제
학술기획 조현병 환자를 위한 더 나은 치료 제공을 위한 과제
  • 정리=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3.06.03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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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 치료 목표가 변하고 있다 ③


 

 

 

 

■ 환자 중심의 최적화된 조현병 치료 프로그램에 대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사례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먼저 데이비드 캐슬 교수(호주 크롤리 서부호주대학 신경정신의학)가 사회를 본 가운데 아시아태평양 각 지역별 전문의들이 조현병 환자 교육 및 치료관리 프로그램 사례를 공유했다.

▶데이비드 캐슬(David Castle)
아시아태평양 각 지역별로 환자 중심의 조현병 치료관리 프로그램 진행 상황에 대해 들어보도록 하겠다. 그 다음 유럽 사례 및 치료동향에 대한 발표를 듣고 지역별 소규모 미팅을 통해 세부 논의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

▶누르미아티 아미르(Dr Nurmiati Amir, Indonesia)
인도네시아에서는 학회 차원에서 조현병 전문의들의 소규모 그룹미팅을 활성화하고 있다. 다른 나라의 경우 장기지속형 주사제를 주로 만성화된 조현병 환자에게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는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상 장기지속 치료가 중요하기 때문에, 다른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비해 장기지속형 주사제 사용이 활성화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장기지속형 주사 치료가 실제 임상 진료에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티안메이 시(Dr Tianmei Si, China)
중국에서는 조현병 치료를 위한 학술활동에 다양한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중국 정신의학전문의협회(Chinese society of Psychiatry)라는 학술단체가 있으며, 조현병 리서치 그룹을 중심으로 다양한 연구를 진행, 그룹 간 소통을 활성화하고 있다. 조현병은 정신과의사와 환자·보호자, 그리고 치료환경이 조화를 이뤄야 효과적인 치료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므 디루나부카라수(Dr M Thirunavukarasu, India)
장기지속형 주사제가 환자 치료에 효과적으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환자들끼리 서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험 공유와 상호 교육 등 환자그룹 활성화가 가장 효과적인 접근이다. 그런 의미에서 환자 교육용 자료 개발은 매우 중요하다.

▶옌퀑양(Dr Yen Kuang Yang, Taiwan)
대만 역시 환자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우리가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교육프로그램 개발과 사용자 입장에서 효용성 있는 교육 자료를 제작하는 것이다. 기존의 소책자는 환자와 의사간 상호 교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었는데, 다른 나라 소책자를 참고해 환자용과 의사용 양면으로 구성하고 사진과 설명을 곁들이는 방법을 시도했더니 큰 도움이 됐다.

▶스 칼리야나순다람(Dr S Kalyanasundaram, India)
환자의 재발 방지를 위해 첫 증상발현 환자에게 복약순응도 향상을 위한 메시지(SMS)를 보내는 방법도 효과적이다.
환자와의 월 1회 정례미팅도 치료에 도움이 된다.

■ 조현병 조기 치료의 중요성과 장기지속형 주사제를 통한 치료 패러다임의 변화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아시아태평양 각 나라별 환자 중심의 조현병 치료관리 프로그램 진행상황을 공유한 이후 유럽 사례 및 치료동향에 대한 주제발표가 이어졌다.

먼저 에드워트 파렐라다 교수(스페인 바르셀로나대학 정신약리학)는 '조현병 발병 초기 치료개입의 중요성과 장기지속형 주사제의 효과성'에 대해 발표했다.

이어서 호주의 정신의학 석학인 메튜 워든 박사는 '조현병 환자 치료에서 심리사회적 개입 및 가족 개입 필요성'에 대해 발표했다.

▶에드워드 파렐라다

에드워드 파렐라다

조현병 진행 단계 중 치료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시점은 발병 초기이다.

초기 발병 후 약물치료 없이 방치되는 기간(DUP)이 길수록 치료 예후가 좋지 않다. 즉, 초기에 약물 치료 없이 방치되는 기간을 줄이는 것이 효과적인 조현병 치료의 첫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실제 DUP를 줄이면 이차적으로 초발 환자들의 질환악화를 막는 데에 효과적이라는 보고가 있다.

조현병의 재발방지의 핵심은 약물 비순응 시기를 최소화 시키는 것이다. 약물 비복용이 재발의 강력한 예측인자임은 이미 오래 전에 밝혀졌다. 약복용을 1~10일만 중단해도 재입원 위험도는 2배 상승한다. 또 약물 비순응은 환자는 자살시도 위험도 3.5배(20% VS 72.1%)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발 조현병 환자의 대부분(약 61% 정도)은 약 복용에 어려움을 겪는다. 2011년 티호넨의 연구에 의하면, 조현병 환자의 58.2% 만이 퇴원 후 첫 30일동안 약을 복용한다. 나머지는 약물에 비순응하는 셈이다. 결국 초기 발병 환자일수록 약물 비순응 문제를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11년에 발표된 개벨(Gaebel)의 연구에 의하면, 지속적인 치료를 받는 초발환자의 재발률은 그렇지 않은 그룹들과 비교할 때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장기지속형 주사제를 초기에 사용하는 것도 좋은 치료방안이 될 수 있다. 2008년 엠슬리(Emsley)가 조현병 환자 50명에게 장기지속형 주사제인 리스페달 콘스타로 치료하며 2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92%의 환자가 1년동안 재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이 약물치료를 중단하자, 처음 1년 안에 79%, 2년 째는 94%, 3년 째는 97%가 재발했다. 이렇듯 리스페달 콘스타 주사의 경우, 경구제 대비 재발방지 효과는 물론 사회적 기능향상의 효과도 이미 입증됐다. 4주에 한번 주사하는 인베가 서스티나의 효과 역시 2010년 연구(Hough 등)에 의해 밝혀진 바 있다.

물론 모든 연구 결과가 장기지속형 주사제에 호의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2011년 연구(Rosenheck 등)에서 경구제와 리스페달 콘스타 사용환자의 입원율에 차이가 없었다고 발표된 바 있었다. 하지만 그 원인은 연구 시 장기지속형 주사제 사용군의 용량이 경구제군에 비해 저용량이었기 때문임이 밝혀졌다.

즉, 메타 분석으로 정리해보면, 장기지속형 주사제 사용 그룹이 경구제 사용 그룹에 비해 입원율 감소에 매우 효과적이라는 점이 입증됐다. 장기지속형 주사제 사용군의 입원 위험은 경구제 대비 1/3 정도(2011, Tiihonen)에 불과하다는 연구보고도 이런 주장을 뒷받침 하고 있다.

나라별로 약물 비순응 이슈를 해결하기 위한 장기지속형 주사제(LAI) 사용 빈도에는 차이가 있다. 2012년 연구발표(Thirunavukarasu 등)에 의하면, 호주·중국·인도 등은 상대적으로 장기지속형 주사제 사용률이 높다. 하지만 유럽과 비교해 보면 아시아의 장기지속형 주사제 사용률은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아시아 국가에서는 전체적으로 장기지속형 주사제 사용률이 약 33%인 반면, 유럽은 62%, 스페인은 82%에 달한다.

장기지속형 주사제는 추가 재발방지는 물론 사회적 기능향상을 위해 가능한 초기에 사용하는 것이 좋다. 장기지속형 주사제 초기 사용 움직임은 최근 호주에서 발간된 치료 알고리즘의 변화에까지 반영됐는데, 조현병 첫 발병 단계라 할지라도 약물 비순응으로 인한 재발이 있다면 바로 장기지속형 주사제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메튜 워든

메튜 워든
조현병 환자의 지속관리를 위해서는 심리사회적 개입도 중요하다. 약물치료만으로는 사회적 기능과 삶의 질 개선에 제한이 있으므로, 조현병은 약물치료와 함께 보조적인 심리치료가 병행돼야 한다.

조현병 환자의 치료에 가족이 개입하면 재발을 줄이고 약물순응도를 향상시킬 수 있다. 실제 가족의 치료개입이 재발 및 입원율을 감소시킨다는 연구결과가 있으며, 심리교육·문제해결능력·의사소통 등을 포함하는 교육을 가족 치료 그룹 단위로 형성해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항정신병약물 치료와 심리교육(psychoeducation), 가족 치료 개입, 직업 교육, 인지행동치료(CBT)를 결합하면 환자의 장기적인 치료가 더욱 잘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국내 SDM(치료방법공유) 모델 적용가능성과 현실적 문제에 대한 토의

 

▶아마드 하팀 : 어떤 질환이든 원인 및 병리적 측면에서 먼저 검토가 이뤄져야 정확한 치료 논의가 가능하다. 조현병과 같이 얼마나 오랫동안 치료를 해야 할지 모호한 질환의 경우 환자와 의사 간 치료방법을 공유(SDM)하는 모델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치료 방법 공유는 환자-의사 상호작용을 통해 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용성 : 한국에서는 SDM모델을 실질적으로 적용하기 쉽지 않다.
외래에서 환자를 볼 시간도 부족한데다 환자의 병식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실질적으로 한국의 진료현장에서 SDM 적용이 가능하다고 보는가?

▶권준수 : 한국 의사들의 외래진료 시간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입원환자의 경우 인지기능이 낮기 때문에 환자에게 치료방법을 설명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특히 장기지속형 주사제의 경우 환자가 거부감을 갖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과연 이름처럼 치료방법공유가 가능할 지에 대해서는 여러 전문의들의 이견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SDM의 주요 컨셉을 정확한 정보 공유라는 관점에서 생각해본다면, 장기지속형 주사치료 등 조현병 치료방법의 여러가지 옵션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제공부터 시작해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황태연 : 정신과에서 자발적인 입원비율은 20% 이하이다. 대부분의 결정은 의사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2년 전 아시아태평양지역 정신의학 심포지엄에서 SDM에 대한 논의가 처음 이뤄졌을 때는 사실 국내에 적용하기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 권준수 교수의 말처럼 증상이 심하거나 와해된 사고를 하는 환자에게는 더 어렵다. 하지만 지금은 예전보다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재활기에 있는 조현병 환자에게 장기지속형 주사제와 같은 치료옵션을 고려한다면 적용 가능할 것이다.

▶권준수 : 치료옵션에 대한 환자와의 논의(SDM)에서 장기지속형 주사제를 적용해본 임상의가 있는가?

▶이동현 : 울산의 경우 풀타임 근로자가 많은 지역적 특성 때문에 장기지속형 주사제가 조현병 치료에 강한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

환자들에게 장기지속형 주사제와 같은 새로운 제형에 대해 설명을 해보면, '새롭고', '이색적인' 치료법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는다. 게다가 환자들 역시 진료 전 인터넷 검색을 통해 장기지속형 주사제형에 대해 많은 내용을 확인하고 진료 시 문의한다. 짧은 외래 진료 시간을 고려할 때 모든 환자에게 SDM 적용이 어려울 수는 있지만, 환자-의사 간 상호작용 진료를 위한 노력의 첫걸음으로는 유용하다고 생각한다.

▶권준수 : 정리해보면, 치료결정 공유는 의사-환자 간 상호 교류를 위한 첫걸음이며, 장기지속형 주사제 등 치료옵션에 대한 정확한 정보 공유부터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의사들이 모두 SDM을 운영하기에는 시간상 제약이 따르지만, 병원 내 다른 스텝, 직원을 통해 가능한 부분을 활용하는 것도 환자의 효과적인 치료에 도움이 될 것이다.

 정부의 관심 필요…초발 환자 중심 비용효과적 치료방법 장려해야  

이번 심포지엄에 참석한 국내 정신과 전문의들은 환자 중심의 조현병 치료를 위해 장기지속형 주사제 등을 활용한 초기 치료개입, 환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사용자 중심의 교육 프로그램 마련, 환자-의사 간 치료방법 공유(SDM)의 필요성에 대해 인지하고 지속적으로 실제 적용가능한 방안을 모색해나기로 했다.

또 이러한 임상의들의 노력에 발맞춰 정부 역시 조현병 치료를 제도적으로 뒷받침 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재발방지를 위해서는 초발 환자부터 가장 비용-효과적인 방법으로 치료를 장려해야 하며, 이러한 점에서 장기지지속형 주사제는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권준수 교수는, "최근 발표된 OECD 정신건강정책 보고서는 유럽의 관점에서 쓰여졌는데, 한국은 유럽의 의료시스템과 다르기 때문에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비용효과적 측면에서 가장 효율적인 방안은 '재발방지'이며, 국가 역시 장기지속형 제제 지원, 조기발견, 조기치료 등 초발 정신병의 효율적 관리에 먼저 재원을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장기지속형 주사제에 대한 급여혜택도 초발(발병 초기) 환자나 첫 입원환자까지 확대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다.

약물치료는 조현병 치료에서 기본이며 질환 만성화 등 치료 예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이를 고려하면 환자 입장 뿐아니라 국가의 비용-효과적 측면에서도 초발 환자의 효과적인 치료 지원, 즉 '재발방지'를 위한 접근이 시급해 보인다.

많은 임상의들의 노력과 함께 정부 역시 변화하는 패러다임의 중심에 서서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방향으로 재원을 투자해 정신보건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기틀을 잡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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