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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인 실수로 사고…전부 병원책임 아니다"

"간병인 실수로 사고…전부 병원책임 아니다"

  • 이은빈 기자 cucici@doctorsnews.co.kr
  • 승인 2013.06.26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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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법 "간호사에게 거동보조의무까지 있다고 보기 어렵다"
1심 대비 책임 경감…요양병원-간병인 계약형태 '수면 위'

간병인의 부주의로 병실에서 넘어진 환자가 요양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병원 책임을 제한한 판결이 나와 주목된다.

간호사 한 명이 다수의 환자를 담당하는 의료현실을 감안할 때, 통상 진료에 수반되는 간호와 환자 관찰 업무를 넘어 거동보조 의무까지 있다고 보는 것은 무리한 해석이라는 판단이다.

서울고등법원 제17민사부는 80대 여성환자 A씨가 경기도 소재 H요양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병원의 책임을 부분적으로 인정해 30%를 배상하라고 26일 밝혔다.

다발성 관절염·퇴행성척추염·치매 등으로 1년 6개월간 입원해있던 A씨는 2011년 3월 밤 10시경 병실 안 화장실에 가기 위해 침상에서 내려오다 넘어져 왼쪽 대퇴부 골절상을 당했다.

환자측은 "간병인이 거동이 불편하고 치매 증상이 있는 환자를 주의 깊게 관찰하면서 돌볼 의무가 있음에도 소홀한 잘못이 있다"면서 병원에 대한 사용자 책임을 물어 1억 6500여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환자 상태가 악화돼 감시·관찰의 정도가 특별히 증가하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간호사에게 거동보조 의무까지 있다고 볼 수 없다"면서 간병인의 업무가 환자와 병원의 의료계약상 채무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다만 병원이 간병료를 진료비에 포함시켜 환자에게 청구해왔고, 입원환자들과 간병인 사이 간병계약을 직접 체결하는 별도의 법률 관계가 존재하지 않았던 점을 들어 진료계약과는 별도로 간병서비스를 제공받기로 하는 내용의 계약이 체결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앞서 1심에서는 "요양병원이 환자의 안전을 배려하고 위험으로 보호할 직접적인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며 간병인의 과실은 곧 요양병원의 과실이라는 논리로 40%의 책임을 인정한 바 있다.

재판부는 "간병인은 간병서비스계약에 있어서 이행보조자이므로 병원이 채무불이행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면서 의료기관의 현실적인 여건 등을 고려해 배상책임을 30%로 제한했다.

이와 관련, 병원측 소송대리를 담당한 이동필 변호사(법무법인 로앰)는 "대부분의 요양병원이 간병인을 파견 받아 사실상 병원에 상주하면서 병원측이 진료비에 포함시켜 간병비를 받고 있는데, 간병인과 환자 사이 별도의 간병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이러한 관행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간병인이 있는 병실에서 사고가 났을 경우 당연히 병원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단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사건"이라면서 "장기적으로 환자와 간병인 사이에 간병계약을 체결하는 것으로 계약형태를 바꿔 시스템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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