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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운동가 출신 정치인 '맞는 의사들'에 눈 뜨다

시민운동가 출신 정치인 '맞는 의사들'에 눈 뜨다

  • 이은빈 기자 cucici@doctorsnews.co.kr
  • 승인 2013.09.2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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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시민운동 헌신 이학영 의원, 진료행위 방해방지법 대표발의하기까지

포털사이트에서 '이학영'을 검색하면 국회의원 외에도 시민운동가란 직업이 붙는다. 30여년간 시민사회 현장에 몸담으면서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상임공동대표 등을 지낸 그를 두고 사람들은 '시민운동의 맏형'이라고 부른다.

그런 그가 지난해말 의료인을 폭행·협박할 경우 5년 이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을 때, 환자·시민단체에서는 반대입장을 고수하며 의외라는 반응을 쏟아냈다.

'실망'이라는 평을 들으면서까지 그를 움직이게 한 것은 무엇일까.

25일 국회의원회관 331호 의원실에서 만난 이학영 의원(경기 군포)은 "대중을 의식하면 못하는 일이었다"며 추진과정에서의 애로사항을 털어놓으면서도 법 통과를 향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의료인을 폭행하면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하는, 이른바 '의료행위 방해방지법'에 대한 찬반 논란이 뜨겁다. 총대를 메는 게 쉽지 않은 결단이었을 것 같은데.

▲ ⓒ의협신문 김선경
의사들이 맞고, 심지어 칼부림까지 당한다는 사실을 이전까지는 몰랐다. 신문에서도 그런 기사는 잘 보지 못했던 것 같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있을 때 몇몇 사례들을 접하고 깜짝 놀랐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우리는 의사 앞에 가면 잘 보이려고 노력하는데, 살해까지 당한다는 얘기를 듣고 이건 안 되겠다 싶었다. 사정이야 있겠지만, 흔히 인간관계나 가정생활에서 설령 한쪽에게 잘못이 있다고 하더라도 폭력은 쓰면 안 되지 않나. 어떠한 경우라도 대화로써 합리적으로 해결해야지.

그런 취지로 시작했는데 과거 유사 법안이 수차례 무산되고, 이 법에 대한 문제제기와 반대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진료행위를 방해하는 행위 자체가 있어선 안 된다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부분적으로 내용을 수정해서라도 취지를 살려 법이 통과될 수 있게 힘쓸 계획이다.

 

이 법이 만들어진다고 해서 의료인이 폭행당하는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거라는 비판이 나온다. 현행 형법·응급의료법과 중복되고, 가중처벌이라는 지적도 있다. 어떻게 설득할 생각인가.

▲ ⓒ의협신문 김선경
동네 개인의원에 가보면, 지난주에도 아파트 상가를 도는데 의사 한 명과 간호사 한 명이 있더라. 솔직히 이런 작은 규모에서 누군가 마음먹고 들어가면 못할 짓이 없을 거다.

아직까지 총기 휴대가 가능한 미국처럼 험한 사회는 아니지만, 의사로서는 생업에서 자신의 생명을 보호받는 것은 물론 다른 환자들에 대한 진료권을 지킬 수 있도록 하는 게 이번 의료법 개정안이다.

'이걸 만든다고 폭행이 없어지겠나', '이 법 없어도 구속될 사람은 다 구속된다'는 얘기도 들었다. 예방적 차원이 크다는 것을 설득력 있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청회를 열기 전에 반대논리를 펴는 사람들과 만나 대화해야 한다.

순간적으로 화가 나 의사에게 욕을 한 것만으로도 잡혀가느냐고 물어보는데, 폭행에 대한 명확한 정의나 처벌 기준은 시행령 등에서 더 세심하게 제한할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 의원이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정무위원회로 소속이 바뀌어서 국회에서의 법 통과가 어려울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 ⓒ의협신문 김선경
법안 자체가 합리적이고 설득력을 가지면 다른 소위에 있어도 다 통과된다. 국회의원들이 나 하나 보고 통과시키는 게 아니잖나. 내용을 보고 하는 거지. 덧붙여 말하자면 국회의원은 자기를 위한 법을 만들면 안 된다. '의료행위 방해방지법' 같은 경우도 의사 출신 정치인이 발의했다면 밥그릇 챙기기라는 비난을 들었을지 모른다.

같은 지역구에 있는 경기도의사회가 적극적으로 도와주지 않았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다. 앞으로도 뚫고 가야할 길이 많은데, 핵심은 환자단체와의 공감대 형성에 있다고 본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을'의 입장에서 심리적으로 초조하고 불안한 상태다. 오죽하면 그랬겠냐는 무언의 인식이 법 추진을 어렵게 하고 있는 것이다.

의료인도 사람인데 어떻게 저렇게 당할 수 있는지, 일단은 피해사례를 널리 알려야 한다. 그들도 환자를 지키는 사람이고, 가정이 있는 사람인데…. 환자가 받는 2차 피해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유추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과 의료계에 남기는 메시지는.

▲ ⓒ의협신문 김선경
의사들이 의료계의 발전만을 위해서 일하면 그것도 좋은 일이겠지만, 사회 전반의 건강권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그런 차원에서 운동을 폭 넓게 가져갔으면 한다. 그래야 의료계가 요구하는 사안에 대해서도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보건의료정책 관련해서도 정부와 부딪히는 일이 많은데, 제3자 시각에선 '의료계가 또 자기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그러는 구나' 그렇게 보일 수 있다. 국민 보건향상에 이바지해온 의사들의 의료행위가 지금 국민에게는 돈벌이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으니…. 특히 대형병원에 환자가 집중되면서 그런 이미지가 점점 강화되고 있는 듯하다.

어떻게 반대의 벽을 넘을 것인가. 의사들이 맞는다는 사실을 모르고 권위적인 이미지로만 인식하면서 자신도 의료피해자라는 응어리를 가진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는 참 많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그래서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은 더더욱 중요하다.

한편으로는 이 법 하나로 의료현장에서 벌어지는 부당한 사건이 다 막아질 것인가 하는 걱정도 앞선다. 잘못된 제도는 그대로 두고 반창고를 붙인 격일 텐데. 실제로 아픈 부위는 놔 둔 채 말이다. 의료계가 할 수 있는 일과 정치권이 할 수 있는 일… 그런 것을 잘 나눠서 헤쳐가야지. 더 나은 보건의료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보건복지위 위원들과 노력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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