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선 교수, '당뇨병 학회지'서 소모품 건강보험 적용 주장
당뇨병 환자의 혈당관리에 필수적인 인슐린 주사용 바늘 등 소모품에 대한 보험급여가 절실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박태선 전북의대 교수(전북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대한당뇨병학회 보험법제이사)는 <당뇨병 학회지> 최근호 '당뇨병 환자의 혈당관리 필수 소모품 보험급여의 필요성'이라는 글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박 교수는 "당뇨병 환자들에게 혈당관리를 위해 필수적인 인슐린 주사용 바늘, 혈당측정용 시험지, 혈당측정기, 채혈침 등의 당뇨병 관련 소모품을 보험급여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어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제1형 당뇨병 환자에게만 선택적으로 유일하게 허용하고 있는 혈당측정용 시험지의 보험급여마저도 일반적인 보험급여 과정보다 훨씬 복잡한 단계를 거치게 해 원래 목표의 10%만 참여하게 됐고, 소모품의 보험급여를 위해 노력한 모든 단체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게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당뇨병 환자들이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환자 스스로 자가혈당측정을 한 뒤 의사와 상담을 받아야 하는데, 우리나라 정부는 병원이 아닌 가정에서 환자 스스로 하는 혈당측정과 관련된 비용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혈당측정에 필요한 혈당측정기와 혈당검사 시험지, 채혈침, 알코올스폰지를 포함한 모든 소모품의 비용은 입원을 할 때와 집에서 스스로 측정할 때 차이가 매우 크다.
당뇨병 환자가 병원에 입원하면 환자의 상태와 관계 없이 혈당측정 소모품은 입원 20일까지 1일 4회 보험급여가 되고, 입원 21일 이후에는 1일 2회 보험급여를 받는다.
하지만 퇴원 후에는 사정이 다르다. 퇴원 이후 당뇨병 환자의 동일한 행위인 혈당측정은 의료기관에서 행해지는 의료행위가 아니라는 이유로 100% 본인부담을 지우기 때문.
즉, 1일 2회의 혈당검사를 하는 환자의 경우 혈당검사비는 약제비의 300%를 넘어 미국(30%)·캐나다(71%)와 비교해 훨씬 많고,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기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일본 등에서는 소모품에 대한 비용을 국가에서 부담하고 있는 부분도 강조했다.
박 교수는 "미국은 2003년 기준으로 보험가입자 중 당뇨병으로 진단된 환자의 88%가 자가혈당측정을 하고, 100% 보험혜택을 받고 있으며, 일본은 1986년부터 인슐린 주사를 하는 모든 환자가 병원으로부터 자가혈당측정기와 소모품을 수령해 실시하고 병원은 이를 근거로 보험청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외국에서는 인슐린 주사용품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보험적용함으로써 혈당조절이 잘 되지 않아 인슐린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쉽게 인슐린을 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인슐린 투여방법은 흡입형·패치형·경구약제형의 방법들이 개발되고 연구됐지만, 여전히 일반적인 사용법은 주사기와 바늘을 이용해 환자 스스로가 매일 투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인슐인은 보험급여가 되는데, 주사 바늘은 보험급여가 되지 않아 환자들이 스스로 구매해서 써야 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지금도 벌어지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당뇨병을 관리하는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의 정책이 잘못된 것임을 분명히 했다.
박 교수는 "올해 2월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 중기 보장성 강화계획에서 제1형 당뇨병의 혈당관리 소모품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인슐린 주사는 맞는 제2형 당뇨병 환자의 필수 소모품에 대한 단계적 지원을 포함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개인의 생활습관변화로 조절되지 않는 제1형 당뇨병 환자, 임신성 당뇨병 환자, 그리고 경구약제로 조절되지 않는 제2형 당뇨병 환자들에게 가장 효과적인 혈당조절방법은 인슐린 투여뿐"이라며 "보건복지부는 계획만 발표할 것이 아니라 빠르고 실질적이며 책임 있는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