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병협 공동 성명 "민간보험 가입 거절 수단 악용"
실손의료보험 청구를 의료기관이 대행하는 방안에 대해 의료계의 우려가 크다. 현재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한 사람은 의료기관을 이용한 뒤 진료비를 병의원에 납부한 후 자신이 가입한 보험회사에 보험금을 청구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정부 산하 금융위원회는 실손의료보험 가입자인 환자가 동의한 경우 의료기관이 보험회사에 진료기록을 제공토록 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실손의료보험 보험금 청구를 병의원이 대행함으로써 보험 가입자의 편의성을 높인다는 취지이지만 의료계는 민간보험사를 위한 정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는 8일 공동 성명을 내어 "실손의료보험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위탁 심사에 이은 민간보험회사 이익 챙겨주기 정책의 연장선"이라고 지적했다.
또 "심평원 위탁 심사가 가입자의 재산권 및 의사의 진료권 침해, 민감한 개인정보의 유출, 비급여 가격 고시 등 문제점으로 속도를 내지 못하자 어떻게든 민간보험사의 이익을 대변해 주기 위해 나온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두 단체에 따르면 의료기관이 청구를 대행할 경우 환자의 진료기록이 전자 방식으로 보험회사에 전달된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환자의 정보를 손쉽게 축적함으로써 환자의 병력 및 진료행태 분석을 통해 보다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상품 개발이 가능해진다. 반면 환자의 민감한 진료기록이 유출될 우려가 높으며 특히 보험금 갱신 또는 가입 거절의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매우 크다.
의료기관의 행정부담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의원급 등 소규모 의료기관 실손의료보험 청구 업무까지 떠안게 될 경우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행정부담이 발생하고, 환자 진료에도 악영향을 미칠수 있다는 주장이다.
청구대행 제도를 도입하는 것 보다는 현재 운영 중인 10만원 이하 영수증 청구, 즉 소액간편소비스의 한도 금액을 올리는 방안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의협과 병협은 "금융위가 실손보험 청구대행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이유는 결국 민간보험사의 보험금 지출을 줄여주고, 심사위탁 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 위위한 것이라는 오해를 살 수 있다"며 "정부는 민간기업이 아닌 국민을 위해 일하는 곳"이라고 밝혔다.
또 "맹목적인 민간보험사 챙겨주기식 친민간기업 정책를 중단하고 실손의료보험 가입자들이 납부한 보험료가 제대로 사용되고 있는지, 현재 상품 구조에 문제가 없는지부터 들여다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