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급여 관리' 실손보험 위탁심사 '밑밥' 깔기?

'비급여 관리' 실손보험 위탁심사 '밑밥' 깔기?

  • 박소영 기자 syp8038@daum.net
  • 승인 2016.03.16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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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탁 기관 '심평원 유력설' 모락모락...의료계 '난색'
비급여 코드 표준화, 위탁심사로 이어질까 우려

지난해 말 의료법 개정으로 비급여 조사·공개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이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서로가 자신이 비급여 관리의 적임자라며 맞붙었다. 이를 두고 의료계는 심평원의 승리를 예측하는 가운데, 심평원의 비급여 관리 업무 수행이 장기적으로는 실손보험 위탁심사의 서막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의료법 개정으로 비급여 조사와 공개가 가능해지면서, 비급여 관리 업무를 두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현황조사를 공개하도록 한 의료법 45조 2를 신설하면서 올해 10월부터 비급여 조사·공개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현재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마련 중인 복지부는 절차가 끝나는대로 비급여 관리 기관을 선정할 예정이다. 이를 두고 심평원과 건보공단은 각자 경쟁적인 러브콜을 보내는 상황이다.

심평원은 비급여 관리 업무와 심평원간의 연계성을 강조하며 전담조직까지 신설했다.

이성원 심평원 개발상임이사는 "의료법 개정 취지는 단순히 비급여 가격 조사와 공개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라며 "비급여 진료비 분석은 급여로의 보장성 확대, 비급여 진료 심사기준 개선, 급여 적용시 수가 책정, 비급여 용어의 표준화와 코딩화 등 심평원 업무와 긴밀히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심평원은 연관된 업무가 많은 만큼 비급여 관리를 절대로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다. 지난해 말에는 임시조직인 '의료정보표준화 사업단'을 신설하며 비급여 관리 전담팀까지 꾸리는 등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이에 질세라 건보공단도 만만치 않은 공세를 펼치고 있다. 김필권 국민건강보험공단 기획이사는 "공단은 비급여 파악 시스템을 완비했기 때문에 원가 수집만 되면 언제라도 파악이 가능하다. 환산지수 협상을 담당하는 공단은 어느 기관보다 원가파악 시스템을 잘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공단은 2013년 23억원을 들여 진료비 원가 분석 시스템을 마련했는데, 이를 비급여 분석에 적극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또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강조하며 "비급여 관리는 현장 확인 작업이 필수적으로 수반돼 전국 시·군구까지 조직을 갖춘 건보공단이 유리한 기반을 갖고 있다. 공단은 보험자로서 비급여 관리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계, 심평원 승리 예측...실손보험 위탁심사의 긴 서막 될까 우려
복지부는 아직 공식적인 입장 표명은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는 심평원으로 업무가 이관될 가능성을 더 크게 예측하고 있다.

A관계자는 "의료법 신설 때부터 심평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비급여 관리는 진료비를 심사하고 평가하는 기관이 관리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B관계자 역시 "건보공단 업무의 본질은 재정 관리다. 기관 역할이나 기능 측면을 고려한다면 심평원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인다. 심평원 입장에서 공단의 이런 행보는 다소 황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급여 가격 공개는 의료계 우려만큼 큰 사안은 아니다. 진짜 문제는 비급여에 대한 코드 표준화 작업이 이뤄진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급여를 조사하게 되면 그동안 의료기관별로 달랐던 명칭과 체계가 확립되고 심사 기준과 범위가 정해지면서 행위별 분류체계가 정립된다. 즉 비급여의 '표준화'가 이뤄지는 것으로, 심평원이 신설한 비급여 관리 전담팀 이름이 의료정보표준화 사업단인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B관계자는 그동안 달랐던 비급여 명칭과 분류가 표준화된 정보로 집적되면 실손보험사들이 이를 보험 가입이나 갱신 거절 사유로 사용하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늘어가는 비급여 문제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음에도 최근 갑자기 이슈로 떠오른 것도 "금융위원회에서 실손보험 손해율 상승을 이유로 비급여 관리를 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란 분석을 내놨다. 앞에서는 의료비 절감을 통한 국민 부담 완화를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실손보험사 손실 보전을 위한 비급여 통제라는 것이다.

실제로 금융위원회는 보험사 손실을 이유로 비급여 관리를 심평원에 맡기려 했다. 2014년 12월 실손보험료 안정화 방안으로 심평원이 실손보험을 위탁심사하는 방안을 추진한 것이다. 그러나 의협 등 의료계의 즉각적인 반대에 부딪히면서 보험업법 개정안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환자 대신 의료기관이 심평원으로 진료비를 청구하도록 하는 청구대행이란 방안을 들고 나왔다.

B관계자는 비급여 가격 공개·조사를 명시한 의료법 제45조 2와 실손보험 비급여 관리는 엄연히 다른 것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장기적인 결과로 미뤄 보면 실손보험사의 이득으로 귀결될 수도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정부기관인 금융위원회가 꾸준히 이러한 노선을 지향함에 따라, 비급여 관리가 심평원으로 위탁될 시 장기적으로 심평원의 실손보험 위탁심사론이 다시 거론될지 모른다는 우려다.

의협은 심평원의 위탁심사 및 청구대행을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비급여 위탁심사가 진행되면 검사나 치료에 들어간 진료비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해 의사의 위축 진료를 가져오며, 환자는 최적의 진료를 받지 못해 장기적으로는 의료비 지출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청구대행 역시 병원의 업무를 가중시키는 것은 물론 환자의 진료기록을 보험사에 제출, 개인정보 유출과 함께 보험사에만 유리한 상품 개발에 도용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실손보험 위탁심사에 대해 심평원 관계자는 "구체적인 내용이 논의된 적이 없다. 내부적으로 준비 중인 사항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위탁심사를 두고 질의가 오갔고 "금융위원회로부터 공식적으로 요청받은 적도, 논의한 적도 없다. 위탁심사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손명세 심평원장이 직접 밝혔던 만큼 시끄러운 불똥은 피하고 싶다는 속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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