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커녕 거짓진술...성추행 의대교수 '벌금형'

반성커녕 거짓진술...성추행 의대교수 '벌금형'

  • 박소영 기자 syp8038@daum.net
  • 승인 2016.12.30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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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회식자리서 인턴 성추행 B교수 유죄 선고
피해자 "다른 직원 성추행 사실 알고 용기냈다"

"(네가) 오해를 한 것 같다."

4차까지 이어진 회식자리에서 벌어진 지도교수의 성희롱과 성추행. 그러나 이 문자메시지 외에는 어떤 사과도 없었다. 지도교수는 회식자리에 있었던 다른 전공의들에게 거짓진술서 작성을 요구하기까지 했다.

 

2013년 3월 말,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B교수는 당시 인턴 A씨를 강제추행했다. A씨는 그 충격으로 석달 후 병원을 그만뒀다. 정신과의사가 되고 싶다는 꿈도 접었다. 차마 공식적인 문제제기도 하지 못했다.

2년이 흐른 2015년 12월, A씨는 B교수가 다른 직원들을 성희롱·성추행한 혐의로 병원 윤리위원회에 회부된 사실을 알게 됐다. A씨는 추가 피해를 막고자 B교수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서울동부지방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B교수는 A씨에게 1500만원을 지급하라고 지난 22일 판결한 것이다.

A씨가 <의협신문>에 제보한 정황은 이렇다.

2013년 정신건강의학과 지망 의사를 밝혔던 A씨는 그해 3월 한 달간 정신과에서 인턴으로 근무했다. 근무가 끝나던 3월 28일 저녁, B교수는 회식자리에서 A씨의 가슴을 만지는 등 성희롱과 강제추행을 자행했다. A씨는 이 충격으로 그해 7월 5일 인턴을 그만두고 병원을 나왔다.

재판부는 A씨의 진술이 매우 일관적이며 사건 직후 주변 지인들에게 상담을 했던 점 등을 주로 참작했다. 반면, B교수는 진술 번복이 계속돼 신빙성이 떨어지고 당시 동석했던 전공의들에게 거짓진술서를 쓰게 한 점, 뉘우치는 점을 전혀 보이지 않는 점을 고려했다. 

특히 B교수가 추행 사건 이후 원고에게 "오해를 한 것 같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7월 초 A씨가 퇴사하던 날 통화를 시도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추행사건을 이유로 인제대학교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B교수는 "A씨에게 접촉하지 말라"는 병원장 지시를 어기고 징계위원회 회의가 열리기 전까지 직접 혹은 변호사를 통해 A씨의 남자친구와 합의를 시도했다. 법원은 "B교수의 이러한 행동들은 추행사건이 실제 발생했을 것이란 강한 의심을 들게 한다"고 밝혔다.

B교수는 2015년 12월 24일 윤리위원회에 출석했을 때 "A씨 사건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성추행한 기억은 물론 A씨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는 기억도 없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법원은 B교수가 본인신문에서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하는 등 진술내용이 바뀌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건 이후 A씨에게 아무런 사과를 하지 않은 점도 문제삼았다. 반성하는 모습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법원은 성희롱 및 강제추행으로 A씨가 정신적 손해를 입었을 것이 분명하다고 판단했다. 또 B교수가 A씨에게 사과는커녕 오히려 수차례에 걸쳐 직·간접적으로 회식에 참석하라는 요청을 보냈다는 점을 지적했다.

심지어 당시 회식에 참석했으나 상황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다른 전공의들에게 거짓진술서를 제출토록 하는 등 B교수는 전혀 뉘우치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B는 여러 권의 책을 저술하는 건 물론 각종 칼럼 기고와 방송활동 등도 활발히 했던 유명 교수다. 그는 인제대로부터 파면 처분을 받은 상태다. 그러나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교원소청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했다. 교원소청은 A씨의 민사소송으로 계류돼 있었다.

A씨는 2013년 이후로 정신과의사의 꿈을 접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병원 내 위계에 의한 성추행은 사실 그리 드문 문제가 아니다. 대부분 가해자는 손윗사람으로서 피해자들의 커리어와 미래를 손아귀에 쥐고 있어 문제 제기는 어렵고 피해 사실은 고통스럽다"고 호소했다.

그럼에도 용기를 낸 이유로는 "또 다른 피해자가 B교수의 만행으로 석사까지 받은 자신의 분야를 포기할지 모른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라며 "이번은 1심 판결이다. B씨는 아직 반성하지 못한 것이 분명하므로, 항소를 제기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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