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차의료활성화, 수가현실화, 실손보험 개혁 등
의료계 "의협 '정책파트너'로 인정하는 것이 중요"
문 대통령은 지난 9일 종료된 19대 대선 최종 개표 결과 41.1%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2위를 기록한 홍준표 후보와 역대 최고치인 557만표 차로 당선된 점을 고려하면 압도적인 승리라는 평가다. 문 대통령의 압도적 승리는 공약 실현 기대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은 대선 과정에서 보건의료와 관련 일차의료 활성화, 수가 현실화, 실손의료보험 개혁, 치매국가책임제, 보건복지부 위상 강화와 복수차관제 도입 등을 약속했으며, 이는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료계의 정책 제안과 상당 부분 일치해 의료계의 기대감이 큰 상황.
이 밖에도 의료기관 간 역할 재정립, 보건의료산업 성장동력 확보, 건강보험 재정 조달, 보건의료인력 수급 해결,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 본인부담상한제 합리적 개편, 15세 이하 아동 국가책임제 도입, 건보 국고지원 사후정산제 등의 재원조달 방식 도입 등을 약속했다.
의협, 의료영리화 폐기·소신진료 환경 조성 등 촉구
의료계도 그 어느 정부 때보다 큰 기대감으로 새 정부를 주목하고 있다. 의협(회장 추무진)은 10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바란다'는 제하의 성명을 통해 기대감을 피력했다.
의협은 우선 박근혜 정부가 강행한 원격의료, 보건의료 규제기요틴, 규제프리존특별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추진 등 의료영리화 폐기를 요청했다. 아울러 일차의료 활성화와, 의료전달체계 확립, 의료인력 수급 대책 마련, 보건복지부에서 보건부 독립 정부조직 개편 등도 촉구했다.
무엇보다도 의협은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하는 의료사고에 대한 책임, 과도한 이중삼중의 처벌, 빈번한 의료인 폭행 등으로부터 의료인을 보호하지 않으면 환자를 위한 최선의 소신진료는 어렵다"면서 "문재인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에 가장 중요한 파트너가 될 준비가 돼 있다. 바람직한 정책에는 협조를, 잘못된 정책에는 비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범 의료계는 문재인 정부의 보건의료공약 이행도 중요하지만 이행 과정에서 의협을 대화 상대, 즉 정책파트너로 인정하고 협의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노만희 대한개원의협의회장은 "대통령에 당선됐으니 어서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하는 것보다 공약 이행 준비를 할 시간을 주어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문재인 정부가 의협을 정책파트너로 인정하고, 공약 이행 과정에서 긴밀하게 협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 회장은 "새 정부의 보건의료공약이 의협의 정책 제안과 많이 일치하는 것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 의협은 새 정부 협상 대상자로서 협력하는 차원으로 가야 한다"면서 "앞으로 5년 동안 국정을 운영할 정부다. 의료제도 개혁을 위해 의료계도 같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수흠 의협 대의원회 의장은 박근혜 정부시절 의료계와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함께 원격의료 등 의료영리화 추진을 저지한 것에 대해 긍적적으로 평가했다.
임 의장은 "의료영리화 공동 대처 성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일차의료 활성화, 수가 현실화 등을 약속한 것 역시 고무적이다. 의료계를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 건강 수호 차원에서 약속이 잘 이행되길 바란다"면서 "서로가 약속을 이행하면서 신뢰를 쌓아야 앞으로도 원활하게 협조체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이 정권을 창출했지만 국회에서 입법 과정은 여당에만 치우쳐서 대비할 수 없는 만큼, 모든 의료계 지도자와 회원들이 각자 속한 단체와 지역에서 정치인들과 잘 소통해서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숙희 서울시의사회장은 우려되는 공약에 대해서 짚었다. 김 회장은 "문재인 정부의 보장성 강화, 필수 비급여 급여화, 실손의료보험 개혁을 약속한 것은 의미가 있다"면서도 "보장성 강화와 비급여 급여화는 적정 수가 현실화를 선결한 후 추진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치매국가책임제 등 의료 공공성 강화 역시 중요하지만 민간의료기관이 공공의료에 기여하는 부분에 대한 보상체계 마련이 필요하고, 의료전달체계 개편 역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각 단위 의료기관에 대한 확실한 보상과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끝으로 "대선이 끝나자마자 의사와 의료를 옥죄는 규제 입법안이 발의되고 있다. 여당이 규제 일변도의 의사를 규제하는 법안 등 심사 시 신중한 태도를 견지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대통령 직속 '(가칭) 개혁위원회'를 주목하라
새 정부가 들어선 지 이틀밖에 지나지 않았고 각 부처 장·차관 인사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 지금은 보건의료공약 실천 우선순위를 쉽사리 예측하기 힘들다는 적이 정치권의 분석이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조만간 대통령 직속으로 '(가칭) 개혁위원회'를 설치해 문 대통령의 각 분야 공약을 정리하고, 우선 추진 순위를 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은 보건의료공약 중 어떤 것을 먼저 시행할 것인지 예단하기 힘들다. 다만 그동안 의료계와 정치권에서 의료제도의 적폐로 인식되거나 개선 필요성이 공감된 사안부터 공약 이행이 추진될 것"이라며 "그러나 제도 개선에 관계된 사람이나 단체들의 견해차가 큰 사안들은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우리 당의 경우 보건의료공약을 결정하는데 관련 전문가들과 관련 단체의 의견을 수렴해 신중하게 결정했던 만큼 실현 가능성 역시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정부가 안착하는 대로 우선 이행할 공약들을 정해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 의료정책 전면 재점검...장·차관 인사 '주목'
한편 보건복지부는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하던 보건의료정책에 대한 전면 재점검 작업에 착수했다. 문재인 정부의 보건의료공약이라는 답안지에 맞춰, 새로 취임할 장관과 청와대에 보고할 업무계획을 세우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중점 검토사항은 ▲의료전달체계와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보건소 역할 재정립과 공중보건의사, 국립보건의과대학 신설 ▲'적정부담-적정수가' 실현 방안 ▲보장성 강화 등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 공무원들은 정책을 점검하는 한편 차기 장·차관 인사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문 대통령이 책임총리제 시행과 각 부처 업무를 장·차관이 책임성을 갖고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공언해, 장·차관 인사에 대한 주목도가 더욱 높아지는 분위기다.
현재 유력하게 차기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은 양승조 현 국회 보건복지위원장과 김용익 전 의원(현 민주연구원장)이다.
양승조 보건복지위원장은 4선 국회의원으로 지난 17대 국회부터 10여 년간 단 한 번도 상임위원회를 바꾸지 않고 보건복지위원으로 활동했다. 오랜 보건복지위원 활동을 통해 습득한 지식과 경험이 장점이라는 평가다.
김 전 의원은 의사 출신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보건의료정책 전문가다. 특히 새 정부의 보건의료공약 선정 과정에서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을 지낸 이력도 강점이라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