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범죄자 취급해선 아동학대 못 줄인다"

"의사 범죄자 취급해선 아동학대 못 줄인다"

  • 이승우 기자 potato73@doctorsnews.co.kr
  • 승인 2017.05.16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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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의사 처벌 강화법 발의 '우려'...국회·복지부 공감
"의사 신고부담 낮추고, 범죄자 취급하는 조사 관행 개선해야"

▲ 16일 국회에서 대한의사협회,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보건복지부가 공동으로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국회의원, 의료전문가, 정책입안자 등 모두가 아동학대 예방을 위해서 의사 등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의 신고 부담을 줄이고 의사를 범죄자 취급하는 조사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특히 최근 발의된 아동학대 미신고 의사 등의 면허를 정지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에 대한 유감도 표명했다.ⓒ의협신문 김선경
아동학대 신고율을 높이기 위해 의사 등 신고의무자 처벌을 강화하는 것은 바람직한 정책 방향이 아니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국회의원·의료전문가·정책입안자 등 관련 전문가 모두가 아동학대 신고율 제고를 위해서 신고의무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대신 신고 부담을 줄이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한 의사 등 신고자를 범죄자 또는 피의자 취급하고, 범죄를 입증하라는 식의 강압적인 경찰 조사 관행도 반드시 없애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 추무진 의협회장.ⓒ의협신문 김선경
16일 국회에서 대한의사협회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보건복지부 공동 주최로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간담회'가 열렸다.

간담회에서 추무진 의협회장은 의협 국민건강보호위원회를 중심으로 의협이 아동학대 근절을 위해 노력한 결과, 사회적으로 아동학대 근절 분위기가 확산한 것에 대해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추 회장은 최근 국민의당 최도자 의원이 의사, 의료기사 등 아동학대 신고의무자가 학대 사실을 인지하고도 신고하지 않을 경우 면허자격을 최고 6개월까지 정지할 수 있도록 처벌을 강화한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명했다.

추 회장은 "아동학대 미신고 의사 처벌을 강화하는 법이 발의돼 의료계에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아동학대 같은 끔찍한 범죄는 근절해야 하지만, 의료현장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 근절 대책, 의사 처벌 강화 위주 대책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의사가 보호받으면서 신고율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해결책이 모색돼, 의사의 사회적 공헌이 확대되고 제도화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 신의진 의협 국민건강보호위원회 학대대책분과위원장(전 새누리당 국회의원).ⓒ의협신문 김선경
신의진 의협 국민건강보호위원회 학대대책분과위원장(전 새누리당 국회의원) 역시 아동학대 신고율을 높이기 위한 의사 처벌 강화는 실효성이 없다는 범 의료계의 인식을 공유했다.

신 위원장 "우리나라 아동학대 신고율이 낮은 것은 신고의무자에 대한 교육과 의식이 약해서이기도 하지만, 신고와 조사 절차 등 제도적 미비 등 어려움도 크다"면서 "특히 의사 등 신고의무자에 대한 처벌만 강화한다고 될 일이 아니라는 것이 의료계의 중론"이라고 전했다.

특히 "의사가 신고를 꺼리는 이유는 신고 후 경찰의 조사에 수시로 응해야 하는 등 진료방해 또는 공백에 대한 두려움과 조사 과정에서 선의로 신고한 의사를 범죄자나 피의자 다루듯 하는 행태, 의사에게 범죄 사실을 입증하라는 식의 조사 관행 등"이라면서 "의사의 신고 부담을 줄이고 조사 관행을 개선하는 노력이 절실하다"라고 강조했다.

▲ 양승조 국회 보건복지위원장(더불어민주당).ⓒ의협신문 김선경
양승조 국회 보건복지위원장(더불어민주당)도 의료계의 우려와 지적에 공감하고, 보건복지부에 제도 개선책 마련을 당부했다. 법적 보완과 예산 확보를 협력도 약속했다.

양 위원장은 "용기를 내 선의로 신고한 의사의 진료를 방해한다거나 범죄자 취급을 하면 신고할 의사가 없을 것이다. 아동학대 신고 참고인 조사 관행을 대폭 개선해야 한다. 조사하는 경찰의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 처벌을 강화한다고 해서 신고율이 높아지지 않을 것이다. 의사들이 부담 없이 기분 좋게 신고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면서 "결국 정부와 국회의 의지, 예산 확보가 문제 해결의 관건인데, 보건복지부가 제도 개선책을 마련해 보고해달라"고 주문했다. 아울러 "국회에서도 법 개정을 통한 제도 보완과 예산 확보를 위해서 필요한 노력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변효순 보건복지부 아동학대대응팀장은 "지난 2014년 아동학대특례법이 시행되면서 적국 68개 병원에 아동학대대응팀이 설치됐다. 그런데 이 중 13개 만이 활성화 돼 있다"면서 "각 병원의 아동학대대응팀이 더욱 활성화되면 의사 개인의 신고·조사 부담이 줄어들 것이다. 의협 등 의료계의 협조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요청했다.

또한 "의사의 학대 신고 후 조사 협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진료공백에 대한 우려와 신고인을 범죄인처럼 취급하는 것에 대한 불만도 알고 있다"면서 "경찰청이나 아동보호전문기관과 공조해 신고 사후 관리체계 개선 방안을 모색하겠다. 관련 지침을 개정하는 것도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 변효순 보건복지부 아동학대대응팀장.ⓒ의협신문 김선경
한편 신의진 위원장 등 의협 국민건강보호위원회 학대대책분과위원회 관계자들은 ▲아동학대 표준 조사 양식 마련 ▲영유아검진항목에 아동보호 항목 추가 ▲의료인 대상 아동학대 관련 온·오프라인 교육 확대 ▲피해 아동 사후 관리 강화 등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대책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변효순 팀장은 "의협과 각 전문과 학회별로 다양하게 진행하고 있는 학술 세미나와 보수교육 과정에 아동학대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추가해 집중적으로 교육해 주면 좋겠다"면서 "정부의 노력 만으론 한계가 있다"고 요청했다.

그러나 영유아검진 항목에 아동보호 항목을 추가하는 것에 대해서는 수가연동과 연계된 문제인 만큼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태도를 견지했다. 표준 조사 양식 마련과 피해 아동 사후 관리 강화에 대해서는 공감을 표하면서 필요한 노력을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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