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주관상동맥협착·3중혈관 환자 스텐트 보다 관상동맥이시술 적합
박국양 가천의대 교수 19일 대한의료법학회 학술발표회 문제 제기
관상동맥협착에 대한 스텐트 시술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국양 가천의대 교수(길병원 흉부외과)는 19일 열린 대한의료법학회 월례학술 발표회에서 '심장외과 의사가 본 심장스텐트 현황과 문제점' 주제발표를 통해 "좌주관상동맥 협착이나 3중 혈관 협착 등 복잡성 혈관 질환자에게 무리하게 스텐트 시술을 할 경우 관상동맥 파열이나 출혈로 합병증이 증가한다"면서 복잡성 혈관질환자에게 이루어지고 있는 스텐트 시술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주제 발표에 앞서 박 교수는 "심장내과와 심장외과 간에 누가 잘하고 못하고를 지적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어느 방법이 더 우수한지 보다는 병변에 따라 두 방법을 적합하게 사용하자는 것이 의학계의 중론"면서 "과연 가족이 이런 질병에 걸렸을 때 나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객관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자는 취지"라고 밝혔다.
미국과 유럽 85개 병원의 좌주관상동맥협착 환자와 3중 혈관환자 1800명으로 대상으로 진행한 스텐트 시술과 관상동맥이식술의 대규모 비교 연구(Syntax Trial)를 제시한 박 교수는 "'Syntax Trial'의 결론은 혈관병변 상태가 간단하고, 협착 혈관이 적은 경우에는 스텐트 시술을 권해야 하지만 병변혈관이 복잡하고, 협착 혈관 숫자가 많은 경우에는 관상동맥이식술(CABG)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라며 "세계 의학계가 이 지침을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2015년 8월 21일 지침을 개정, 'Syntax Trial'의 결론과는 달리 스텐트 3개 사용 횟수 제한을 없애고, 심장외과 협진을 규정을 삭제,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박 교수는 한국심장재단의 발표자료를 인용, "2015년 한 해 스텐트 시술은 4만 2,869건인데 비해 관상동맥이식술은 3.193건으로 13:1 비율"이라며 "선진국의 4:1과 비교할 때 과도하게 스텐트 시술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석회화된 복잡성 병변은 관상동맥촬영술 결과만으로 시술할 경우 무리하게 혈관을 뚫다 혈관이 파열될 수 있다"고 밝힌 박 교수는 "대학병원급은 심장외과가 뒷받침을 하고 있어 스텐트 시술의사가 응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지만 흉부외과 의사가 없는 중소병원에서는 시술 중 합병증이 발생할 경우 대처가 쉽지 않다"면서 "복잡한 협착 병변일수록 심장외과 의사의 협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월례학술발표회에 참석한 법조계 관계자들은 "임상 현장에서 정밀 진단결과는 물론 스텐트 시술과 관상동맥이식술의 장단점을 환자에게 자세히 설명함으로써 시술과 수술 중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자기결정권을 강조했다.
최근 비파열성 뇌맥류에 스텐트 시술 중 혈관 파열로 인한 후유증 발생을 둘러싼 의료 소송에서는 의료진의 배상 책임을 일부 인정하는 판례가 잇따르고 있는 실정이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판례가 쌓일 경우 복잡성 관상동맥질환의 스텐트 삽입술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지금부터라도 심장내과와 흉부외과가 관상동맥질환 치료를 위한 스텐트 시술과 관상동맥이식술에 관한 공동 가이드라인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심장내과와 흉부외과 학회 모두 공감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중요한 것은 의사의 직업윤리에 입각해 가장 좋은 치료법에 대해 알려줘야 한다는 것"이라며 "의료계 내부적으로 자율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실천하지 않으면 외부에서 규제나 법규로 강제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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